정려원 "엄태웅과 결혼? 사랑하긴 했지만.."(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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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호 인턴기자


걸그룹 출신 중에 정려원 만큼 영화계에서 사랑하는 배우가 있을까? '두 얼굴의 여친' '김씨표류기' '적과의 동침' '통증'에 이어 18일 개봉하는 '네버엔딩 스토리'까지, 정려원의 필모그라피는 웬만한 배우 못지않다.

그럼에도 아직 정려원은 미지수다. 연기력은 인정받아도 흥행력은 여전히 입증하지 못했다. 좋은 작품에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그 결과 영화 주인공을 계속 맡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정려원도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정려원은 SBS 드라마 '초한지'를 찍는 탓에 4일 밤을 새고 있지만 시간을 쪼개 '네버엔딩 스토리' 인터뷰에 매진하고 있다. 에너지가 넘쳐보였다. '통증' 때도 너무 행복했지만 '네버엔딩 스토리' 때는 그보다 더욱 행복했다고 말한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려원은 남자친구도 없으면서 아이 교육비를 모으는 꼼꼼한 여인 역을 맡았다. 정려원은 최근 영화 홍보 때문에 엄태웅과 결혼설(?)에 시달리고 있다. '초한지'에 노숙자로 나오고 있어 "손톱이 더럽다"며 인사하는 정려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네버엔딩 스토리' 캐스팅 전에 반대했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로맨틱 코미디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텐데.


▶ 일단 이야기가 밝았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가 어떻게 아프지 않을까란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주위에서 이 이야기는 긍정적이고 따뜻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었더니 정말 그렇더라.

-시한부란 소재는 그런 경험이 있거나 주위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경우 보기조차 힘들 수 있는데.

▶동의한다. 나도 그랬으니깐. 사실 2007년 어머니가 난소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 호주에서 딸이 보고 싶다고 오셨는데 말씀을 안 하셔서 처음에는 병명도 몰랐다. 당시 대상포진까지 겹쳐서 엄청나게 아프셨다. 그런데 정말 기적적으로 완치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 새벽 기도에 나갔는데 응답을 받았다. 엄마가 딸을 위해 기도하지, 딸이 엄마를 위해 기도할 것이란 생각조차 못했던 아이였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말한 것처럼 '네버엔딩 스토리'는 시한부 남녀의 밝고 긍정적인 사랑 이야기인데.

▶긍정적이고 밝을 순 없다. 하지만 누구나 시한부 아닌가. 엄마가 아팠던 때를 생각하면 어느 날 누구에게든 다가오는 순간이 있고, 그래서 오늘을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과의 동침'을 찍을 땐 정말 힘든 경험을 했고, '통증'은 정말 행복한 순간을 겪었다고 했는데. '네버엔딩 스토리'는 어땠나.

▶배우 정려원의 성장도 있었지만 인간 정려원이 성장할 수 있는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아프면 아픈 만큼 행복하면 행복한 만큼 성장하지 않나. '통증' 때 너무 행복했다고 했더니 엄태웅 오빠와 감독님, 프로듀서가 그럼 더 행복하게 해주자라고 결심했다고 하더라. 매일매일이 MT를 간 듯 즐거웠다.

-엄태웅을 처음 만난 순간 앞으로 영화 속 캐릭터가 돼서 진심으로 사랑하겠다고 했다던데. 엄태웅이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행복했다던데.

▶동주(엄태웅 극 중 캐릭터)를 정말 사랑했었던 것 같다. 매 작품이 첫사랑이기도 하지만 정말 마음 속 깊이 사랑했던 것 같다.

-'통증' 때는 '네버엔딩 스토리' 촬영 때문에 홍보에 못 나섰고, 이번엔 '초한지' 때문에 촬영 때문에 인터뷰 일정조차 내기 힘들었다. 덕분에 4일밤을 못자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통증' 때 천국처럼 보냈다고 말했으면서도 홍보는 권상우 오빠 혼자서 해야 했다. 너무 속상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또 생기다보니 이번에는 잠을 못자더라도 어떻게라도 하고 싶었다.

-'네버엔딩 스토리'가 그렇게 좋았나.

▶기술시사에 참여할 틈도 없어서 기자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다. 왜 굳이 그 때 조명팀 막내가 달려와서 그 조명을 설치했는지, 왜 그 때 카메라가 그렇게 돌았는지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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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호 인턴기자


-한 때 너무 힘들었을 시절, 펜화를 그리곤 했는데. 요즘도 그리나.

▶요즘은 많이 안 그린다. 2010년이 사람이었다면 확 어떻게 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긴 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나란 사람을 성숙하게 해준 것도 맞다. 음,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낸 데 대해 요즘 보상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 속 캐릭터는 힘든 시간을 보내도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준비하는 인물이었는데.

▶나와는 전혀 다르다. 기다리는 게 뭐야. 지금이 중요하지 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감정기복도 심하고.

-좋은 배우이긴 하다. 하지만 흥행 성적 때문이랄까. 아직 미지수인 배우이기도 한데.

▶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건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넌 100만명이 안되서 안돼'라고 하는 순간들이 오는 게 아닐까 사실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그래서 2010년 어려웠던 순간들이 나한텐 유익했던 것 같다. 내 것이 아닌 걸 질투하지 않고, 언젠가 열심히 하면 때가 오게 된다는 걸 체득했다.

-2009년, 2010년 그 당시 미국 오디션도 많이 봤는데.

▶사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 오디션도 봤었다. 내 억양이 아이비리그 억양이 아니고, 그쪽에서 베트남 여인 분위기를 찾는다고 하더라. ;아니다, 잘 할 수 있다' 이래야 됐는데 '그래, 그럼 말지.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오디션을 봤다. 노력은 많이 했지만 내 것이 아니게 됐다. 내 것이 아닌 게 왜 내 것이 아닌지, 또 그럼에도 노력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 순간들이었다.

-'네버엔딩 스토리'가 250만명이 넘으면 엄태웅과 결혼을 하겠다는 공약을 했는데.

▶제작보고회 현장에 있었으면 정확한 경위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영화들에선 몇만이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데 '네버엔딩 스토리'는 어떤 공약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랬더니 태웅 오빠가 250만명이 들면 결혼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당시 제작보고회를 결혼식처럼 꾸미기도 했으니깐. 그 자리에서 싫어요라고 할 순 없지 않나. 그래서 250만명이 되면 '정말, 이 사람입니까'라고 심각하게 기도를 해보겠다고 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진심으로 사랑하기도 했으니깐.

그런데 그게 250만명이 되면 결혼하겠다고 된 것이다.

나에겐 결혼은 너무 먼 이야기다. 요즘 태웅 오빠가 국민사과라도 하겠다며 열심히 이야기하고 다닌다.(웃음)

-오른 쪽 팔목에 새긴 문신은 뭐라고 쓴 것인지.

▶고대 헬라어로 '나의 사랑하는 자여'라고 썼다. 성경구절이다. 2009년 11월28일에 했다. 너무 외롭고 힘들 때 난 사람에게 기대는 편이다. 그 때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도 있었다. 어느 날 성경을 폈더니 흔들리지 말고 기다리라는 구절이 보였다. 그래서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자 흔들리지 않은 중심을 갖도록 바로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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