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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 버스커 ⓒ사진=이기범 기자 |
"글쎄요, 헤이 브래드? 왓 두 유 띵?(What do you think)"
향후 계획에 대해 물어 보면 장범준(23), 김형태(21)의 거의 모든 대답은 "글쎄요"로 시작했다. 장범준이 어리 숙한 영어로 같은 질문을 하자, 브래드(28)는 "예~(yeah)"라며 그저 엄지를 치켜든다.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장범준, 김형태, 브래드)에게서 쓸데없는 말 재주와 능숙한 화술은 찾아 볼 수 없다. 드럼을 치는 미국인 브래드와 장범준, 김형태가 대화하는 독특한 방식을 보고 있자면, 과연 어떻게 이런 밴드가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영어를 잘 못해도 '쿵치바치쿵 이즈 베러?'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다 알아들어요. 그리고 멤버들끼리는 서로 가르치고 지적하는 것은 하지 말자고 했어요. 서로 지적하면 기분 나빠지니까(웃음)..작곡할 때 도와줬던 형들이 다 선배들이니까 다 봐주셔요."(장범준)
처음엔 대화가 다소 산만하게도 느꼈지만 음악에 대해 물어보면 뚜렷한 신조가 있었다. 29일 발표한 정규 1집 앨범은 이렇듯 그들만의 색깔이 가득 담긴 앨범이다. 타이틀곡 '벚꽃엔딩'을 비롯해 수록곡 11개 모두 이러한 버스커버스커의 매력이 두드러진다.
"앨범을 나와 너무 흥분되고 기뻐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재밌고 좋은 기억들이 많이 담겨있는 앨범이죠. 개인적으로 '외로움 증폭장치'라는 노래가 가장 애착이가요. 형태와 범준이만 녹음했고, 드럼은 나오지 않는 노래죠."(브래드)
전곡을 작사 작곡한 리더 장범준은 봄이라는 계절에 맞게 첫 사람에 대한 보편적 감성을 이번 앨범에 불어넣었다.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가사에 입혀진 친숙한 멜로디는 '버스커버스커'다운 보컬과 연주에 실려 들려온다.
"대부분은 제가 경험을 토대로 가사를 적었어요. 우리 음악과 감성을 제대로 들려주고 싶죠. 이 음악들이 진짜 제가 거리에서 했던 모습이에요. 예전에는 그냥 우리 음악을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는데, 이젠 오히려 음악을 듣고 싶어 하시니까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는 거 같아요."(장범준)
하지만 당초 앨범 제작 기회는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게 '슈퍼스타K'에서의 관례. 우승팀인 울랄라세션보다 앞서 준 우승팀인 버스커버스커가 앨범을 발매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부분이다. 버스커버스커의 앨범 제작은 본인들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저희가 곡을 들고 와서 앨범을 내고 싶다고 했어요. 그리고 CJ에서 '작업한 번 해봐라'고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가 곡을 가지고 와서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해줬던 거 같아요."(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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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 버스커 ⓒ사진=이기범 기자 |
사실 버스커버스커는 '슈퍼스타K3' 출전을 앞두고 급조된 팀이다. 버스커버스커는 당초 충남 천안을 연고로 한 거리 문화 모임이었다. '거리의 악사'라는 뜻을 같이한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거리에서 악기를 다루고 노래도 부르고 그림을 그렸다.
장범준과 김형태는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 애니메이션학과를 다녔고, 브래드는 이 학교 영어 강사로 두 사람과 인연이 닿았다.
"학생 지역 거리문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학생 모임이에요. 다들 친구들은 시간이 없었어요. 연락이 된 형태와 브래드와 처음엔 재미로 나가게 된 거예요. 그런데 어쩌다 슈퍼위크까지 가니까 신기하긴 했죠. 당시 콜라보레이션 경연에서 투개월을 만났는데 엄청난 인기였어요. 저희가 이겼다간 욕을 엄청 먹을 꺼 같더라고요. 다행히 떨어졌죠(웃음)."(장범준)
음악을 해서 성공하겠다는 막연한 집념보다는 음악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선호하는 세 사람이다. 하지만 많은 오해도 있었다. 지난해 2011 MAMA에서 톱4 진출자 중 유일하게 버스커버스커가 출연하지 않으면서 대선배인 이승철에게 "초심을 잃었다'는 쓴 소리를 들었다.
"사실 팀이 결성 된 후 고민이 많았어요. 세 사람이 의논한 결과, 저희가 만든 음악으로 최대한 빨리 찾아뵈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이승철 선배님께 연락은 그동안 못했어요. 제가 말 주변이 없기도 해서 직접 찾아뵈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슈퍼스타K' 콘서트 때 한번 지나가다 뵈긴 했는데 '잘해라' 한마디 하시더라고요.(웃음) 이제 진짜 앨범 냈으니까 CD들고 찾아 뵈어야겠죠."(장범준)
세 사람은 모두 앨범을 낸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했다. 여느 신인 아이돌그룹처럼 가요프로그램 1위라는 야심찬 포부보다는 '오래 불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고 싶다는 음악적 갈망을 드러냈다.
"될 수 있으면 오래 불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기왕이면 자전거 탄 풍경 의 '너에게 난' 같은 노래처럼 노래방에서도 많이 불릴 수 있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어요."(장범준)
"지금도 딱히 하나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이 시점에는 이걸 하고 있지만, 정말 창작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듣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걸어놓고 싶은 그리는 사람."(김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