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홍상수감독은 친구,임상수감독은 옛애인 같다"(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5.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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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에 위치한 칼튼호텔에서 문소리가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배우 문소리가 칸에 입성했다. 문소리는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가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처음으로 칸을 밟았다. 그간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다른 일정들이 있어서 올해 비로소 칸영화제에 참석했다.

문소리는 '다른나라에서'에 출산을 3주 앞둔 만삭의 몸으로 참여했다. 걱정이 된 남편과 친정 부모님이 촬영지인 전북 부안 모항을 찾기도 했다. 무엇이 문소리를 움직였을까?


20일(현지시간) 칸 해변에 위치한 칼튼호텔에서 문소리를 만났다. 21일 공식일정을 앞두고 긴장과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문소리는 예뻤다. 동그란 얼굴이, 낭랑한 목소리가, 뻗는 손가락 하나하나가 예뻤다. 홍상수 감독의 그런 문소리에게 "너의 보름달 같은 예쁜 배가 카메라가 담기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꼬드겼다.

-2010년 홍상수 감독이 '하하하'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그 때 칸에 같이 왔다면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었을텐데.

▶연극을 하느라 못 갔다. 감독님이 "네가 왔었어야 하는데"라고 아쉬워하더라. 그런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 몰랐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목소리로 출연했지만 본격적으로 홍상수 감독 영화에 출연한 건 '하하하' 때부터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홍상수 영화에 출연한 것처럼 매번 녹아드는데.

▶홍상수 감독님이 '밤과 낮' 때부터 계속 일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하셨다. 처음 뵌 건 '박하사탕' 때 이창동 감독님이 인사를 시켜줘서 알게 됐고. 사실 한동안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 흥미나 재미를 못 느꼈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생활의 발견' 같은 건 나와 잘 맞지 않았고. 그러다 '해변의 여인'부터 다시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침 '하하하' 때 "시간 괜찮으면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고 출연하게 됐다.

오래 전부터 감독님을 알아왔고, 감독님도 나를 보셨기에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어 갔던 것 같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나랑 오래 전부터 같이 일했던 사이 같지 않냐"고 하기도 했다.

-'다른나라에서'는 출산 3주전에 출연했다. 어찌 보면 무모한 일이기도 한데. 남산만한 배가 인상적이기도 했고.

▶결혼 안한 사람들은 그 배가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하더라. 감독님이 어느 날 전화가 와서 잠깐 모항으로 내려오라고 하시더라. 너의 커다란 달 같은 배가 영화에 나오면 행복할 것 같다며.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더라. 남편(장준환 감독)도 깜짝 놀랐다. 남편이 홍상수 감독님에게 전화 걸어 제발 밤샘 촬영은 하지 말아달라고 하기도 했다. 한 3일 있다가 올라온다고 했는데 내가 계속 현장에 있으니 남편이 걱정돼서 내려오기도 했다.

-단지 홍상수 감독 영화가 좋다는 이유만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 이자벨 위페르다. 그녀가 홍상수 감독과 영화를 찍으면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까 정말 궁금했다. 이자벨 위페르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정말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 나이가 되면 여유로울 법도 한데 마치 30대 정상에 오른 여배우처럼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더라. 빵집 하나 없는 곳에서 아침마다 대본 나오는 그런 상황인데도 정말 강렬하더라. 영화를 보면 어느 순간 '걸'이 되지 않나. 그 과정을 지켜봤는데 마술 같더라. 이자벨 위페르 마음과 홍상수 감독의 마음이 마술처럼 합쳐지는데. 내가 저 나이가 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만삭인 아내를 두고도 프랑스 여인과 바람을 피려는 남편을 둔 역할이었는데. 남편이 위페르와 키스를 하려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새벽에 지쳐서 자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깨우시며 대본을 주시더라. 해 뜨기 전에 찍어야 한다며.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에서 목소리를 내려는데 그 모습이 좋다고 그래도 하라고 하셨다.

-딸에게 좋은 태교가 됐을 것 같다. 나중에 자라서 '다른나라에서'를 본다면 엄마 뱃속에 있는 자신을 보는 게 아닌가. 어쩌면 이번 칸영화제 최연소 레드카펫을 밟는 배우가 될 수도 있고.

▶그러게 말이다. 그래서 정말 행복했다. 매일 동네를 한바퀴 산책을 했다. 영화 속에서 위페르가 걸었던 길이다. 그랬더니 동네 할머니들이 배가 이렇게 불러서 어쩌냐며 걱정을 해주셨다. 여기는 산부인과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자신들이 아기를 받아왔으니 걱정 말라고도 하셨고. 그런데 재미있는 건 다음날 나를 또 보면 요즘은 왜 이렇게 배부른 여자가 많냐며 똑 같은 이야기를 약간씩 다르게 또 하셨다. 마치 '다른나라에서'에 이자벨 위페르가 겪었던 일 같았다. 감독님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신기해하시더라.

-이창동 감독, 홍상수 감독, 임상수 감독 등 칸영화제 단골 감독들과 모두 작업을 함께 해봤는데.

▶이창동 감독님은 가족 같다. 품에서 떠났지만 언제나 마음 속 지주로 남아있는. 홍상수 감독님은 좋은 친구 같다. 이창동 감독님에게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들을 홍상수 감독님에겐 하게 된다. 임상수 감독님은 옛날 애인 같다.(웃음)

-레드카펫에서 선보일 드레스는 어떤 것으로 준비했나.

▶검은 색 펜디다. 기대해달라.(웃음)

-시상식까지 함께 못 있고 국내로 돌아가 '미스터K'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결과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좋은 사람들과 좋은 마음을 나누며 작업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정말 소중한 시간들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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