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유준상·문소리 "홍상수 감독이 상을 탈까요?"(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5.2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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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해변에서 유준상과 윤여정, 문소리가 환하게 웃고 있다.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윤여정과 유준상, 그리고 문소리. 홍상수 감독의 친구들이 칸을 찾았다.

22일 오후2시(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에 위치한 영진위 부스에서 세 배우와 마주 앉았다. 윤여정과 유준상, 문소리는 21일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작 '다른나라에서' 갈라스크리닝 행사를 가졌다. 차가운 비가 흩뿌렸지만 오히려 '다른나라에서' 분위기가 연상돼 더욱 기뻤다고 입을 모았다.


마침 인터뷰를 하는 날, 모처럼 칸의 하늘이 예년처럼 돌아왔다. 모래사장에 선 문소리는 소녀처럼 기뻐했고, 유준상은 맑게 갠 칸의 풍경을 다이어리에 스케치했다. 윤여정은 "지쳤다"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마치 '다른나라에서' 풍경 같았다.

윤여정은 "박수야 우리가 받는 게 아니라 홍상수 감독을 위해서 쳐주는 거지"라며 "우리야 덩달아 받게 된 건데 이곳은 그렇게 감독을 위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더라고"라고 말했다. 문소리는 "'하하하'로 홍상수 감독님이 주목할만한시선상을 받았을 때 다음번에는 꼭 같이 오자고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싱글 댔다.

'홍의 남자' 유준상은 "수상에 대한 예상은 항상 하죠"라면서도 "그래도 이번엔 마음을 비우려고 한다"며 웃었다. 유준상은 "어제 바람도 불고 비도 내리는 게 '다른나라에서' 촬영장이 떠올라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영화 테마가 우리가 극장에서 나올 때까지 끝까지 흘러나오는 것도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다른나라에서'에 직접 기타를 들고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위한 노래를 불러준다. 홍상수 감독이 가사를 만들고, 유준상이 즉석에서 10분만에 만든 노래다. 이 노래가 칸영화제 주상영관 뤼미에르 극장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니 흥겨울 만하다. 갈라 스크리닝에선 유준상이 극 중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자 외국 관객들이 발을 구르며 웃다가 박수를 쳤다.

유준상은 갈라 스크리닝이 끝난 뒤 프랑스 배급사 파티에서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이자벨 위페르를 위해 이 노래를 다시 불러주기도 했다.

유준상은 "감독님이 부안에서 촬영을 한다기에 텐트를 가지고 갈까요라고 물었더니 '그래'라고 하셔서 갖고 갔다. 그게 영화에 등장한 텐트다. 해변이니 기타도 가지고 갈까요라고 했더니 '그거 좋지'라고 해서 갖고 간 게 그 기타고, 텐트 속 램프도 집에서 갖고 간 것"이라며 '다른나라에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윤여정은 그런 유준상을 기특하게 바라보다가 "(유)준상이가 홍상수 감독 영화를 하면서 가장 수혜자인 것 같다"며 "연기에 디테일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추켜세웠다. KBS 2TV '넝쿨 째 굴러온 당신'에서 유준상의 어머니로 출연 중인 윤여정은 실제 어머니처럼 유준상을 아꼈다.

유준상이 "실제는 드라마에서처럼 좋은 남편이 못 된다"며 "아내가 드라마 인물처럼 해보라고 한다"고 하자 윤여정은 "아니야, 실제랑 드라마 속 인물이랑 닮은 것 같아"라고 받았다. 윤여정은 "김남주가 어린이날 때 유준상과 가족끼리 만났다는데 그러더라"며 "유준상이 아내는 뉴욕에 휴가를 보내고 아이 둘을 데려왔는데 챙기는 모습이 정말 자상했다더라"고 자식 자랑을 했다.

윤여정은 올해 칸영화제에 '다른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동시에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윤여정은 "그 감독들을 계획하고 영화를 찍은 건 아닌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누구는 야심 있게 계획도 하곤 하던데 아우 난 그런 거 질색이야"라고 손을 저었다.

윤여정은 "올 때 비행기에서 누가 '돈의 맛'을 봤는데 실망이라고 하더라. 좋은 엄마 이미지인데 왜 그런 영화를 했느냐고 하던데 속으로 실망하셔도 상관없습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국민엄마라고 불리는 게 질색이라는 윤여정은 "내 마음에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단 생각이 있으니 했겠죠"라고 덧붙였다.

곁에서 듣던 문소리는 "예전에 내가 언제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를 고민한 적이 있는데 윤여정 선생님을 보면서 저렇게 되고 싶다란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나는 늙었고 젊은 애들이 대단하거지"라며 "난 항상 반성하는데 그래도 또 잘못하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윤여정은 "어제 상영이 끝난 뒤 외국관객들이 다 유준상이 영화에서 하는 대사인 '아이 프로텍트 유'를 따라하더라"며 다시 아들 자랑을 이어갔다. 이에 유준상은 "영어 대사는 감독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것"이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유준상은 "사실 이자벨 위페르와 베드신도 찍었는데 영화 속에선 맞지 않나 편집을 했다"고 뒷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이자벨 위페르가 도올 김용옥과 촬영하는데 50번이 넘도록 김용옥이 NG를 냈는데도 열심히 하더라"며 "그런데 마지막 컷에 그만 내가 NG를 냈다"며 깔깔 웃었다.

윤여정은 '다른나라에서'처럼 인생에 갈림길이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며 "미국에서 돌아와 다시 연기를 시작해야 할 때는 정말 비참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윤여정은 "그런 마음을 놓으니깐 이렇게 칸의 바다에도 앉아 있지 않냐"며 "친구인 이장희가 '너는 미국에서 계속 살았어도 썩고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홍상수 감독과 임상수 감독 중 누가 상을 탔으면 좋겠냐고 흘렀다. 윤여정은 두 작품 중 어떤 작품이 상을 타도 좋다면서도 "그래도 홍상수 감독이 8번 칸에 왔다니깐 주지 않겠어"라고 전망했다.

누가 상을 타도 기쁘고 또 섭섭할 윤여정, 그리고 유준상과 문소리는 칸의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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