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 "결정한 순간 고민 끝..제대로 하고팠다"(인터뷰)

'후궁:제왕의 첩'의 화연 역 조여정 인터뷰.."촬영 끝나고 한 달 간 앓아"

김현록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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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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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고 깜찍한 얼굴. 세상 근심이라곤 모르고 살았을 듯 곱고 예쁜 그녀는 그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방자전'에 출연한다 했을 때 '어라' 했다. 강도 높은 전라의 베드신이 예고된 작품이었다. 쉽지 않은 각오를 했을 그녀를 보며 '의외로 강단있네'하고 생각했다. 티없는 얼굴에 방년 열여섯 꽃같은 춘향이가 쉬 그려졌다. 몸매도 예쁘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후궁:제왕의 첩'(감독 김대승)을 다시 선택했다. 이번엔 '어…라'가 됐다. 그녀가 맡은 화연은 감옥이며 지옥이기도 한 궁에서 제 몸뚱이 하나를 내세워 세상과 맞서는 여인이다. 그건 스스로를 시험하거나, 어떤 계기를 만들기 위해 하는 도전과는 다른 각오였다.

영화를 봤다. 앙큼한 소녀 춘향이는 2년의 세월을 지나 성숙하고도 다부진, 강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진한 슬픔이 짙게 배었다. 화연이 되어 꼿꼿이 비극의 굴레로 걸어들어가는 그녀는 욕심있는 배우의 성숙을 드러내 보인다.

그녀를 만났다. 배우 조여정(31)이다.


-영화 잘 봤다. 좋은 이야기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겁나서 검색을 잘 못한다. 이번엔 큰 맘 먹고 해봤다. 좋은 기사들이 올라와서 좀 울었다. (웃음)

-'방자전'을 새로 봤다. 변화와 성장이 느껴지더라.

▶그 사이 나이를 두 개나 더 먹었다. 제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게 그거다.

사람들이 저에게 '왜'라고 묻는다. 왜 또 사극, 왜 또 노출, 왜 또 팜므파탈… 수많은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저한테는 너무 다른 작품인데, '왜'라는 질문이 의미가 없었다. 작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보여지는 모습도 너무 달랐다. 그래서 늘 그 말 밖에 할 게 없었다. 영화를 보시면 안다고. '많이 봐주세요' 그런 홍보가 아니었다. 그것 말고는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찍은 영화가 노출이며 장르며 모든 '왜'라는 질문의 답 자체였나 보다.

▶수많은 질문에 답하기엔, 그냥 영화가 답이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했다. 저에 대한 걱정이 곧 애정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걱정돼서 '왜'라고 묻는 거다. 저라고 그 걱정이 없었을 리가 있나. 제 인생이다. 제가 제일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걱정한다. 여배우이기 전에 여자로서 창피한 부분이 왜 없겠나.

하기로 한 순간 그 고민이 끝났다. 그 다음엔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그건 보시는 분과 순서가 좀 다른 거다.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확신이 생겨 시작을 했는데, 관객이나 언론은 출연한 사실을 먼저 알고 영화는 나중에 보니 순서가 거꾸로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오해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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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무엇이 마음을 사로잡았나.

▶일차원적이지 않은 캐릭터였다. 원래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이 따로 없다. 다 이유가 있고 심지어 박지영 선배가 한 대비 역할도 나쁘다고 할 수가 없다. 그것이 너무 좋았다. 알고 보면 나쁜 사람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말 아닌가. 화연 캐릭터도 너무 좋았다. 김대승 감독님 작품이 나오길 기다리던 와중이었는데, 이런 책이 나한테 오다니, 정말 좋았다. '이걸 어떻게 욕심을 안 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역할을 거푸 한 셈이다. 내심 뿌듯하겠다.

▶너무 좋다. 어떤 여배우라도 계속 하고 싶은 캐릭터일 거다. 그만큼 책임도 크다. '방자전' 때도 그게 제 숙제였다. 등장하는 순간 여자들도 '그래 인정~'하고 공감해야 했다. 거부감이 들면 실패한 거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고.

-얼굴이며 분위기는 '후궁'에 들어 크게 성숙해진 분위기다.

▶하는 고민이 너무 다르니까. 춘향이의 고민과 화연이의 고민은 너무 다르다. 춘향이는 귀엽고 발칙한 고민이고, 화연이는 완전히 다른 것을 고민하니까.

-후유증은 없었나.

▶한 달은 아팠다. 사람이 너무 중요한 때에는 알 수 없는 힘이 나온다. 촬영이 그런 때다. 모든 배우가 그럴 거다. 어떻게 해도 괜찮고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그런데 끝나고선 예민하게 막 긁었던 부분이 사라졌다는 걸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한바탕 아팠고, 고민을 만들어서 하고 그랬다. 한 달을 방에 멍하니 앉아 고민하는 거다.

-외국 배우들은 작품 끝나면 당연히 정신과 치료도 받는다.

▶정말 그런, 치료라기보다는 들어주는 부분이 필요하다. 한 달 동안 너무 아파서 병원 가기 참 싫어하는데 한의원을 갔다. 맥을 딱 짚으시더니 '성격을 조금 고치시는 게 좋겠는데요' 그러시더라. 남한테 관대하면서 스스로한테 너무 못되게 군다고, 그 말을 하면서 약도 안 주셨다. 우리의 대화 속에 약이 들어갈 곳이 있었냐면서. 명의다 명의. 거짓말처럼 깔깔거리고 나왔다. 내가 힘든 이유를 알았으니까.

ⓒ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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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도 동안이고, 처음엔 캐스팅에 갸우뚱한 사람도 있었다.

▶저도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까요' 하면서 하고는 싶은데 손에 안 잡히고 그랬다. 그런데 제작사를 만났더니 원래 젊은 사극을 만들어보자 한 거라고 하시더라. 나이가 있으니 이런 일을 겪는 게 아니라고, 인생의 시련은 10대에도 올 수 있는 게 아니냐고, 그 시대를 빌어 이 시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시는 말씀이 굉장한 용기가 됐다.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고 싶다는 감독님 말씀도 그랬고.

-연기에 대한 욕심도 새삼 느껴진다.

▶성장통이 기쁘다. 매 작품 성장통이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고여 있던 걸 소모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준비가 안 됐나 싶은데 몸이 크느라고 성장통이 오는 것 같았다. 저를 찢어가면서 했다. 그러고 나니 내 직업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걸 알게 됐다. 내가 내 직업을 굉장히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잘 하고 싶구나. 그걸 절감했다. 지금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다.

-얼굴만 보면 티없이 맑고 밝아 세상 걱정 없겠구나 하는 느낌도 든다. '후궁'에선 그게 깨지는 것 같다.

▶많이들 그렇게 보신다. 세상 이치를 안다고 해서 순수함이 없어져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순수함이 없으면 끝이다. 아무 고생 안 했겠다 하는 이야기는 기분 나쁘지 않다. 그늘 없어 보인다니 다행이지 않나. 저는 사실 그렇지 않은데, 그것이 작품에서 보여진다면야 너무 좋겠다. ('방자전'과 '후궁') 그런 작품을 하는 걸 보고 '쟤는 자꾸 왜 저래' 그러실 수도 있지만. 뭔가 마냥 샤방샤방한 인생을 살고싶은 사람은 아니라는 걸 작품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에로틱한 분위기 사극의 대표 배우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런 생각은 못 해봤지만 그렇게 봐주시면 고맙다. '이 역할은 이 배우지' 이렇게 해주시면 좋지 않나. 다 작품을 그렇게 만들어 주셔서다. 배우는 방을 옮겨다니는 것 같다. 한 방에 들어갔다가 다른 방에 들어가야 한다. 어떤 장르의 대표적인 배우로 떠올려지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의 숙제가 또 된 것 같다. 벗어내겠다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재밌는 게 있을텐데 하는 식의.

-두 번을 했다. 세 번도 할 수 있겠나.

▶'방자전' 하고 다음이 이번이 아니다.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가 있었다. 그걸 하고 나서 매니저한테 그랬다. '나 이제 한 번 너무 힘들고 싶어.' 그래서 '후궁'을 했다. '후궁'을 한 지금은 막 놀고 싶다.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세 번째는 자신이 없다. 제가 원하는 걸 기다린다. 더 놀고 싶다. 백치미 풍기면서 막 뛰어다니는, 그런 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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