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의 10년..2003 갤러리정 vs 2012 형돈이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2.05.30 13:44 / 조회 : 26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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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구나..아~하~그렇구나'를 부르던 개그맨이 이렇게 '가수'로서 성공할 줄 누가 알았을까. 성만 붙이면 됐던 존재감('갤러리정')에서 이름만 불러도 다 아는 존재감('형돈이')으로 바뀔 줄 누가 알았을까.

정형돈 데프콘의 싱글 '올림픽대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팀 이름으로 지난 29일 발표한 싱글 '올림픽대로'는 30일 낮 11시50분 현재 음악사이트 멜론의 실시간차트에서 2위, 엠넷에서 9위, 올레뮤직에서 2위, 벅스에서 3위, 소리바다에서 3위를 기록 중이다.

개그맨과 힙합퍼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이번 형돈이와 대준이의 선전은 괄목할 만하다. 랩피처링을 유재석이 맡았고, 데프콘 역시 MBC '무한도전'의 조정 특집에 출연했으니 지금은 결방 중인 MBC '무한도전'의 아우라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정형돈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이번 디지털음원의 성공은 감개무량이다.

그러니까 꼭 10년 전이었다. 2002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개그콘서트'의 '도레미 트리오' 코너에서 정형돈이 김인석 이재훈과 함께 '아~하~ 그렇구나~'를 코믹하게 외쳤던 때가. 정형돈은 또한 이 시기 '개콘'의 인기코너였던 '봉숭아학당'에서 배 뚱뚱한 갤러리 정 캐릭터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곱상한 얼굴에 뚱뚱한 외모로 눈길을 끌었을 뿐 본격적으로 '센' 혹은 '빵' 터진 이미지의 개그맨 캐릭터는 아니었다. 유행어는 갤러리 정의 '웨이러~미닛'(Wait a minute) 정도? 물론 이 무렵 그가 대기업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그러다 2005년 MBC 문을 두드려 출연한 '무도'의 전신 '무모한 도전'은 그에게 도약의 날개를 달아줬다.

물론 처음부터 '대박'을 낸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정형돈을 정형돈답게 특징지어줄 '캐릭터'가 없었다. 심지어 '웃기는 것 빼곤 다 잘한다'는 동료들의 조크도 감내해야 했다. 정형돈은 당시 자신의 처지(?)를 '이러고 있다'라는 노래를 통해 하소연했다. 2007년 '무한도전 강변북로 가요제'에서 특유의 '진상댄스'와 함께 선보인 바로 그 노래다.

'..홍철처럼 웃겨볼까 이렇게/ 재석처럼 춤춰볼까 이렇게/ 명수처럼 화를 낼까 이렇게../ 타방송을 나가서도 잘 웃겨/ 라디오를 나가서도 잘 웃겨/ 게스트로 나가서도 잘 웃겨/ 왜 무한도전만 안 웃겨../ 서커스 프리킥 난 뭐든지 잘 할 수 있어/ 개그맨이지만 웃기는 거 빼곤 다 잘해..'('이러고 있다')

이런 그가 결정적 날개를 단 건 2009년 정가은과 함께 tvN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에 출연하면서부터. 이 때 그가 보여준 '게으르고 지저분하고 배 나오고 느리고 먹을 것 좋아하는' 남자 캐릭터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바로 그런 모습들이 당시 대한민국 평균남들의 진짜 모습이기도 했으니까. 정형돈에게 슬슬 '미친 존재감'이라는 별칭이 붙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평범하디 평범해서 오히려 얻게 된 이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는 '무한도전'에서 마침내 완성됐다. 화려한 입담과 캐릭터로 가득했던 '무도' 멤버 중에서 가장 말수도 적고 웃기지도 않았지만, 멤버들이 정형돈 스타일을 따라하는 특집을 마련했을 정도로 그 잠재된 파괴력은 컸다. 더욱이 이런 그가 가끔씩 터트리는 개그 한 방은 결정타였다. 그는 비로소 '미존개오'(개화동 오렌지족의 미친 존재감)에 등극했다.

이 무렵의 자신감은 2011년 그가 정재형과 함께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가요제'에서 발표한 '순정마초'에서 잘 드러났다. 드디어 순정남이면서도 마초인 존재로 올라선 것이다.

'..난 그대를 뒤흔드는/ 사랑의 종착역 순정마초/ 날 가지려 해도 날 잡으려 해도/ 달밤의 미스테리 옴므파탈/ 난 그대를 정복하는/ 사랑의 파괴자 순정마초/ 나의 사랑을 버린/ 그대를 잊지 못한 죽은 심장/ 상처난 백합 순정마초..'('순정마초')

'아~하~그렇구나' 장단을 맞추던 무명의 존재감에서 '난 사랑의 파괴자 순정마초'임을 웅변하는 극강의 스타로. 정형돈은 이 변화무쌍했던 10년의 경험에서 터득한 소중한 가치를 자신이 직접 작사한 '올림픽대로'에서 쏟아냈다. 그건 '치열한 삶을 살겠다'는 강한 의지이자, '인생이 안 풀릴 때도 낙담하지 않겠다'는 긍정의 자세에 다름 아니었다.

'..살다보면 막히는게 많아/ 하고 싶은데 못하는게 많아/ 알아 인생이 짧은 것도 알아/ 그래서 오늘도 치열한 인생을 살아../ 뚫리고 막히고 뚫리고 막히고/ 뚫리고 막히고 허 알 수 없는 올림픽대로..'('올림픽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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