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 vs '해품달', 두 임금의 전혀 다른 사랑법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2.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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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게서 멀어지지 마라."

이 말을 '감히' 한 자와 못한 자의 운명은 이처럼 달랐다.


6월6일 개봉을 앞둔 김대승 감독의 영화 '후궁: 제왕의 첩'과 김수현의 스타등극을 알리며 화려하게 막을 내린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후궁'의 임금 김동욱과 '해품달'의 임금 김수현은 비슷한 처지에서도 서로 다른 사랑법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했다.

우선 두 임금은 힘을 제대로 못쓴 조선의 왕이라는 점에서 빼닮았다. '해품달'의 김수현은 대왕대비(김영애)와 윤대형 대감(김응수)의 위세에 밀려 왕권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후궁'의 김동욱도 자신의 어머니인 대비(백지영)의 수렴청정으로 "제가 조선의 임금인 건 맞습니까?"라고 울분을 토해야 했다. 두 연약한 임금 밑에 충직한 내시(정은표, 이경영)가 있었던 점도 닮았다면 닮았다.

여자관계도 엇비슷하다. '해품달'의 김수현은 세자 시절(여진구) 자신이 점찍었고 세자빈에까지 올랐던 어린 연우(김유정)를 잃었고, '후궁'의 김동욱은 부원군 시절 사가에서 점찍었던 여인(조여정)을 이복형인 선왕의 후궁으로 보내야 했다. 사랑의 징표로 두 임금 모두 여인에게 비녀를 선물한 것도 똑같다.


그리고 '해품달'에서 펼쳐진 김수현-한가인-정일우의 삼각관계는 '후궁'의 김동욱-조여정-김민준으로 이어졌다. "내 마음의 정비는 연우 너 하나뿐이다"라는 김수현의 애틋한 연심은 표현법만 달랐을 뿐 김동욱의 마음 바로 그것이었다. 정일우와 김민준이,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진 김수현과 한가인, 김동욱과 조여정의 관계를 가슴 아프게 봐야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달랐던 건 자신이 사랑한 여인의 속마음이었다. 한 사람은 그것을 얻었고 한 사람은 얻지 못했다. '해품달'의 김유정과 한가인은 오매불망 이훤(여진구, 김수현)을 향해있었지만, '후궁'의 조여정은 일편단심 권유(김민준)밖에 없었다. 심지어 어린 시절 연우는 죽음을 앞두고서도 여진구에게 "소녀는 저하를 만나 많이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나 '후궁'에서 선왕의 후궁이자 다른 남자의 여인이었던 조여정에게 임금 김동욱이란 자신을 범하려는 수컷, 자신의 생사를 좌우할 최고권력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임금 김동욱에게서 김수현의 '귀엽고도 나쁜 남자' 이미지를 발견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야심한 밤 '형수'를 탐하려 찾아온 못난 '도련님'이었을 뿐이다.

그러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는 한 여인을 사랑한 두 남자의 그릇이 달랐다는 데서 찾는 게 옳다. 두 남자 모두 한 여인 없으면 못산다 했다. 하지만 '해품달'의 김수현은 후궁은 물론 정비조차 품에 안으려 하지 않았고, '후궁'의 김동욱은 정비는 물론 갑자기 눈에 띈 후궁조차 잠자리를 같이 했다. 한 남자는 "감히 내게서 멀어지지마라"라고 진심을 다해 말했고, 다른 남자는 "왕이 되면 그때 찾아오라"는 여인의 말을 강아지처럼 들었다. 그렇다. 버트런드 러셀의 말처럼, 사랑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게 아니라, 사랑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만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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