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방자전'(사진 왼쪽)과 '후궁:제왕의 첩'의 조여정 |
조여정이 주연을 맡은 에로틱 궁중 사극 '후궁:제왕의 첩'이 오는 6일 첫 선을 보인다. 기획 단계부터 농밀한 정사신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인 만큼 여배우에 쏠린 관심이 상당하다. 조여정의 경우 2010년 '방자전'에 이어 에로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극에 2년만에 다시 출연, 파격 연기를 펼쳤기에 관심이 더 크다.
그녀에게 '왜'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조여정은 " 왜 또 사극, 왜 또 노출, 왜 또 팜므파탈… 수많은 질문이 있었다"며 "그런데 저한테는 너무 다른 작품인데, '왜'라는 질문이 의미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고백대로 조여정은 두 작품에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그려 보인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 그녀의 변화와 성숙이 한 눈에 보인다.
![]() |
'방자전' 스틸컷 |
◆'방자전'의 춘향이..신분상승 꿈꾸는 발칙한 소녀
성춘향과 이몽룡의 순애보를 담은 고전소설 '춘향전'이 바탕인 '방자전'(감독 김대우)은 원작의 조연이었던 이몽룡의 노비 방자를 주인공으로 끌어올려 농염하고도 능청스럽게 변주했다. 양반 이몽룡(류승범 분)보다 멋진 노비 방자(김주혁 분)가 성춘향과 사랑을 나눴다 게 기본 설정.
2006년 '흡혈형사 나도열'에 조연으로 출연했을 뿐, 스크린에서의 활동이 전무에 가까웠던 조여정은 여주인공 성춘향 역을 맡았다. 춘향이 캐릭터 역시 지고지순한 사랑의 아이콘을 비틀었다. '방자전'의 춘향이는 첫사랑에게 순정을 바친 절개의 여인이 아니라 양반을 유혹해 신분 상승을 꿈 꿀만큼 야심찬 여인이었다.
사랑스러운 눈웃음과 청순미로 사랑받은 조여정은 방년 열여섯, 첫 눈에 남자들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아가씨 춘향이에 퍽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다만 그녀가 기존의 이미지를 180도 벗어던진 정사신을 소화하고 노출을 감행한다는 게 파격이었다. 조여정은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 두 차례의 정사신에서 풍만한 몸매와 농염한 매력을 십분 과시하며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뜨렸다.
조여정의 파격적인 변신과 '변학도' 송새벽의 발견 등으로 화제몰이를 톡톡히 한 '방자전'은 400만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는 강단있는 배우 조여정의 재발견이기도 했다.
![]() |
'후궁:제왕의 첩' 스틸컷 |
◆'후궁'의 화연..궁의 생존법을 찾는 여인
'후궁'(감독 김대승)은 지옥같은 궁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욕망으로 살아가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사극이다. 조여정이 맡은 화연은 '방자전'의 성춘향과 마찬가지로 한 눈에 사람을 사로잡는 미색과 강단을 지닌 매력적인 여인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밀도나 캐릭터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다.
화연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권유(김민준 분)를 사랑해 도피 행각까지 벌이지만 결국 궁에 들어가 왕의 아내가 된 인물. 첫 만남부터 화연에게 빠졌던 왕의 동생 성원(김동욱 분)이 후임 왕위에 오른 뒤 생명의 위협을 받자 제 살길을 찾기 시작하게 된다. 그 와중에 복수심에 사로잡힌 권유는 내시가 돼 궁에 들어온다.
조여정은 이 비극의 중심에서 제 몸뚱이 하나만으로 자신을 지키고 아이를 지켜야 하는 꼿꼿한 여인이자 강인한 어머니가 돼 극을 이끈다. 귀엽고 발칙한 소녀 춘향이는 간 곳 없다.
이 과정에서 조여정은 김동욱, 김민준과 농밀한 정사신을 소화하며 '방자전'과는 사뭇 다른 성숙미를 과시한다. 굴곡있는 나신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방자전'이 사랑에 빠진 풋풋한 남녀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렸다면 '후궁'의 정사신은 권력과 욕망이 뒤엉켜 폭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장면들로 감정의 진폭 또한 더욱 드라마틱하다. 2년 사이 배우의 성숙이 고스란히 담겼다.
조여정은 3∼4일을 꼬박 걸려 한 신을 완성하는 베드신 촬영에서도 얼굴 한 번 찌푸린 적이 없었다는 게 김대승 감독의 전언. 김 감독은 "진정한 프로다",. "그런 배우 보면 눈물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