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년·겨털녀·노출녀..상반기 극장 女人天下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6.27 09:03 / 조회 : 15302
  • 글자크기조절
image
왼쪽 상단부터 차례로 엄정화 공효진 김효진 한가인 수지 하지원 김고은 박시연 조여정 윤여정 고현정 임수정.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2012년 상반기 극장가는 유달리 여인천하였다. 2월 '범죄와의 전쟁'이 돌풍을 일으키긴 했지만 1월부터 6월까지 흥행작과 화제작의 주인공은 여배우였다. '쌍년'부터 겨털녀, 연쇄살인범, 노출녀, 국가대표 등등 저마다 캐릭터도 색달랐다.

여배우의 재발견 또는 여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올해처럼 많이 등장한 건 드문 일이다. 과연 영화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1월 설 격전지에는 '댄싱퀸'이 400만명을 불러 모았다. '댄싱퀸'의 헤로인은 당연 엄정화. 엄정화는 한 때 잘나갔던 여자지만 남편과 아이에 치여 살다가 뒤늦게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걸 꿈꾸는 인물로 출연했다. 비록 남편(황정민)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이야기와 맞물려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타이틀로 알 수 있듯이 '댄싱퀸'은 여자 이야기로 출발했다. 엄정화는 섹시댄스 가수답게 영화 속에서 춤과 노래, 연기 삼박자를 적절하게 소화했다. '댄싱퀸'은 올 상반기 여인천하 출발점이었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배우 릴레이는 공효진과 김민희가 이어받았다. 공효진은 '러브픽션'에서 겨드랑이털을 기르는 여자로 출연했다. '러브픽션'은 가제가 '겨털 난 여자'였을 만큼 겨드랑이털을 기르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게 영화의 주요설정이었다. 공효진은 안방극장에서 로맨틱코미디 붐을 이어오다가 '러브픽션'에선 도회적이면서도 당당한 여성으로 등장했다. 공효진은 겨드랑이털을 기르는 여자라는 설정 때문에 많은 여배우들이 고사했던 역할을 훌륭히 소화, 영화에 활력을 더했다.

3월 극장가는 '화차' 김민희의 재발견이란 말로 떠들썩했다. 김민희는 '화차'에서 과거를 잊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남의 인생을 살아가는 역할을 맡았다. '뜨거운 것이 좋아'로 일찍이 가능성을 선보였던 김민희는 '화차'에서 재능을 단단히 입증했다. 김민희가 산장에서 살인을 한 뒤 버둥거리는 장면은 '화차' 중 명장면으로 꼽힌다.

3월 말 찾아온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이었던 한가인과 지금 첫사랑인 수지를 동시에 관객에 선보였다. '말죽거리잔혹사' 이후 8여년 만에 영화를 찍은 한가인은 '쌍년'이란 불렸던 과거 첫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는 90년대 초반 대학생이자 남자들의 첫사랑 판타지를 영화에 녹아들게 만들었다. 수지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 가요상에 이어 영화시상식에서도 신인상을 타는 기록을 남겼다.

4월부터 여배우 노출이 한동안 화제로 오르내렸다. '간기남'에선 새색시 박시연이 전라노출 뿐 아니라 금기인 남편빈소에서 베드신을 선보였다. 박시연은 남편을 살해하고 형사를 꼬드겨 완전범죄를 저지르는 팜므파탈을 맡아 도발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뒤를 이어 '은교'의 김고은이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박범신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한 '은교'는 70대 노시인이 여고생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부터 파격을 모은 영화. 오디션을 통해 뽑힌 신예 김고은은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강렬하게 관객에게 선을 보였다. 김고은은 발랄하지만 외로워서 남자와 잠을 자는 여고생 역할을 훌륭히 소화, '은교'가 낳은 최대수확이란 평을 받게 됐다.

5월에는 국가대표와 재벌여자들이 차례로 관객과 만났다. 하지원은 '코리아'에서 현정화 선수를 맡아 실제 탁구선수처럼 땀을 흘렸다. '코리아'는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이 단일팀을 이뤄 최강 중국을 꺾은 실화를 그린 영화. 하지원이 서브를 훌륭히 했으며, 배두나가 능숙하게 받아쳤고, 신예 한예리가 결정타를 날렸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돈의 맛'에는 윤여정과 김효진이 나란히 관객에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윤여정은 '돈의 맛'에서 재벌가 오너로 남자를 농락하는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문 여인을 연기했다. 윤여정의 베드신도 화제를 샀다. 윤여정은 역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다른나라에서'에도 출연, 올해 칸 레드카펫을 두 번 밟았다. 김효진은 '창피해'에서 두각을 드러낸 뒤 '돈의 맛'에서 이혼에서 돌아온 재벌2세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임수정은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로맨틱코미디 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임수정은 매사 딱 부러진 아내 역을 맡아 속사포처럼 대사를 쏟아냈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불만제로녀' 같은 임수정의 모습은 희대의 카사노바로 출연한 류승룡과 함께 4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순항하는 최대 공로자가 됐다. 동안에 다소 어두운 이미지를 가졌던 임수정은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6월 극장가는 다시 노출로 포문을 열었다. 조여정은 '후궁'에서 '방자전'에 이어 또 한 번 노출을 감행했다. '후궁'은 욕망이 파도처럼 넘실대는 왕궁에서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 조여정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동생이자 왕에게 몸을 내줘야 하는 여인을 맡아 강렬한 모습을 드러냈다.

고현정도 상업영화에 등장했다. 고현정은 '미쓰GO'에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가 마약사건에 휘말린 역할을 맡았다. 평소 강한 모습을 드러낸 고현정이기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해 이슈몰이를 했다.

이들 뿐 아니다. 고아라도 '파파'에서 신인 여배우로 가능성을 드러냈고, 김소연도 '가비'로 스크린에 안착했다. 그만큼 올 상반기 극장가에는 여배우들 활약이 뚜렷했다.

올 상반기 여배우 전성시대는 불황이 낳은 또 다른 모습이자 새로움으로 활로를 찾아 나선 한국영화의 가능성이 맞물려 거둔 성과다. 로맨틱코미디, 멜로, 노출 등은 상대적으로 다른 장르영화보다 제작비가 싸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싼 영화들이 만들어진데다 그 속에서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려는 영화인들의 노력이 더해져 이룬 결과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관객들이 웃고 싶어 하고 자극을 찾고 싶어 하는 경향과도 맞아떨어졌다.

물론 여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멍석을 깔아줘야 판을 벌릴 수 있는 법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로맨틱코미디나 멜로는 흥행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올 상반기는 그런 한계를 깨는 수작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여배우가 주연을 맡거나 여자영화는 안 된다는 편견을 깬 작품들이 많았다. 그런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는 돈이 많이 들어간 남성영화들이 주류를 이룬다. 과연 12월이 지나고 한 해를 결산할 때 상반기 여배우 전성시대가 더 의미 있게 기억될지 지켜볼 일이다.

관련기사
  • 트위터
  • 페이스북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