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지금 '1박2일'이나 '무도' 걱정할 때 아니다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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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어느 정도 가진 것이 있어야 남들한테 배려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진 것 없는데도 남들 걱정하면 셋 중 하나다. 진정한 애타주의자이거나 제 분수를 모르거나 혹은 곳간이 슬슬 새나가는 줄 모르거나.

지난 1일 KBS 인기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는 이색적인 풍경 2가지가 펼쳐졌다. '개콘' 여러 코너에서는 물론 음원차트에서도 잘 나가는 인기코너 '용감한녀석들'(박성광 신보라 정태호 양선일)에서다.


우선 정태호는 MBC 채널CM인 '만나면 좋은 친구'를 패러디해, "만나면 좋은 친구, 친구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나게 한다"며 MBC 장기파업과 22주째 결방중인 MBC 예능 '무한도전'을 빗댔다. 그리고는 아예 대놓고 "'무한도전' 보고 싶다"고 말해 방청객의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신보라도 독설을 내뱉었다. 드라마 '각시탈'로 인기몰이중인 주원과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대세가 된 엄태웅 모두 '1박2일'에 신경 좀 쓰라는 것. '맏형' 강호동의 부재와 새 멤버 투입, 연출자 교체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1박2일'에 대한 연민 내지 성원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성시경에 대해서는 '1박2일'과 함께 음반의 선전도 바라마지 않았다.

'용감한 녀석들'의 자사와 타사를 아우르는 이같은 '남걱정'은 일견 신선해 보인다. 특히 1월 초부터 장기 결방되고 있는 '무한도전'에 대한 타사 개그맨들의 애정표현은 '무도' 팬들의 열광적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방송사 파업에 대한 원격 지원, 국민예능 '1박2일'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 표현 역시 여느 개그 코너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감동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코너 폐지와 새 코너 신설로 정신없는 '개콘'의 현실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개콘'의 '곳간' 걱정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일요일 마무리는 '개콘' 시청으로 한다'는 보통 사람들의 일주일 시청패턴도 요즘은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대체됐다. 지난 1일 시청률에서도 '신사의 품격'이 '개콘'을 2%포인트 가량 제쳤다. 2주 연속이다.

시청률만이 아니다. 파업 기간 중의 연출자 부재와, '감사합니다' '비상대책위원회' '풀하우스' 등 인기 코너 폐지를 거치며 현재 '개콘'은 힘이 많이 빠진데다 새 코너 신설 등으로 어수선한 느낌이다. 장수 콩트코너인 '감수성'도 '홍보성' 등으로 매주 간판을 바꿔가며 신선도를 유지하고, '네가지'를 엔딩 코너로 보내 프로그램 전체의 임팩트를 높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어딘지 허전하다.

자학성 몸개그 위주로 짜여진 '징글정글'은 아무래도 예전 '마빡이' 리메이크라는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날 수 없고, '생활의 발견'이나 '홍보성'의 카메오 출연도 이젠 슬슬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뚱보'와 '식탐'을 소재로 한 '네가지'의 김준현과 '아빠와 아들'의 유준상 김수영, "마마"와 "~인데도?"를 반복하는 김원효와 최효종의 '하극상'도 이미 정점을 찍은 느낌.

그렇다. '개콘'은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무도'와 '1박2일' 언급이 그저 '웃기기 위한' 소재였다고 해도, 타이밍이 그리 너그럽지가 않다. 상승장에서야 "대인배답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는 "자기 곳간부터 걱정해야 할" 때인 것이다. 수많은 코미디프로그램이 명멸해가는 와중에서도 10년 넘게 유쾌한 일요일 저녁을 책임졌던 '개콘'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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