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최고사'·'해품달' 출연할뻔"(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12.0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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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JYP박진영의 연기 데뷔작이라고 흔히들 설명하는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 그런데 영화를 보면 주연 뺨치는 존재감으로 시선을 붙드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배우 오정세(35)다. 데뷔 이후 벌써 50편 넘는 작품에 출연해 온 명품조연이자 씬스틸러, 그리고 충무로의 대세 배우. 올해만도 '코리아', '시체가 돌아왔다'에 이어 3번째 작품이다.

'5백만불의 사나이'에서 잃어버린 다이아몬드를 쫓는 '입만 산' 조폭 필수로 등장하는 오정세는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집중시키며 제 역할을 해낸다. 주인공보다 주거니 받거니 입씨름 몸싸움을 펼치는 오정세-조희봉 콤비가 더욱 인상적일 정도다.


상대 조직 보스로 등장한 조희봉은 2002년 오정세가 '이발사 박봉구'로 처음 연극 무대에 섰을 때 호흡을 맞춘 상대. '베스트셀러'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2번째 만남이라 호흡이 척척 맞는다.

"둘 사이 신경전이요? 마지막 야구장 신에서 맞붙을 때 감독임이 자유롭게 대사를 쳤으면 좋겠다고 해서 희봉이 형이 먼저 찍었죠. '니가 여기 어쩐 일이야' 하시기에 그걸 보고 '집이 이 근처다' 하고 받았어요. 희봉이 형이 그걸 보고 '먼저 하면 지는 거'라고 해서 신경전 얘기가 나왔어요. 희봉이 형, 이번에 또 만났지만 앞으로 더 많이 뵙게 되겠죠."

◆그가 본 '배우' 박진영


첫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가수 겸 제작자 박진영과의 만남은 어땠을까? 함께 한 동료이자 선배 배우로서 신인 배우 박진영을 평가해 달라는 주문에 오정세는 "많이 느끼고 배웠다"는 대답을 내놨다.

"진영이 형이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기존 배우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이 미덕인 느낌이랄까요. 제 옛날 첫 작품을 보면 지금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멋모르기 때문에 풋풋하고 신선했던 느낌이 있어요. 지금 내가 너무 계산하고 움직이는 게 아닐까 하는 딜레마에 빠질 땐 그때처럼 하고싶다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진영이 형이 그런 느낌이었어요."

오정세가 보기에 박진영은 부족하다면서 위축되는 게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야.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꼬집어주고, 잘하면 잘하는 대로 칭찬해줄래' 하고 밀고 나가는 열정의 소유자였다. 오정세는 "접근법이나 그 열정이 건강해 보였다"며 "그 모습이 자극이 되더라"고 털어놨다.

혹시 박진영과 연기를 한 덕분에 미쓰에이나 2PM같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현장에 응원하러 오지 않았냐 물었더니 고개를 "아쉽게도…"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나 사실 오정세는 수지가 와 인사를 했더라도 속으로는 '저게 누군가' 갸웃거렸을 아이돌 초보다.

"원래 아이돌 그룹을 잘 몰라요. 아직 핑클 세대랄까. 당시 이효리씨를 제일 좋아하긴 했는데, HOT 이후로는 멤버들 수가 너무 많아져서 잘 모르겠어요. 원래 TV를 잘 안 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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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tjdrbs23@


◆'대세' 오정세?

명품 조연이자 신스틸러로 주목받던 그는 최근 첫 주연영화 '남자사용설명서' 촬영을 거의 마무리했다. 지난해 출연작이 5편, 올 여름까지 출연작이 3편이다. '대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오정세는 "조금씩 실감은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도 '까이고' 그런다. 캐스팅은 영원한 숙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예전에는 조감독에게 까이다가, 올라가서 감독에게 까이다가, 요즘엔 제작사-투자사에 까이는 단계까지 올라갔어요. 아이디어 회의까지 다 했는데 촬영 며칠을 앞두고 투자사 반대로 까인 적도 있었죠. 기분이 좋을 리 없지만 막 상처받지는 않는 것 같아요. '남자사용설명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을 맡아 제작까지 들어간, 저한테 의미있는 작품이고요."

오정세는 그같은 일들이 상처받을 일이 아니라 배우로 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 오정세와 다른 사람이 보는 배우 오정세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남 탓이 아니라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에 충분히 도움이 될 자신이 있는데, 그런 날 거부해도 괜찮겠어?' 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 제가 뚫고 가야 할 부분이죠. 노멀한 것이든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제 안에 분명히 있으니까 그걸 걸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해요.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할 거고, 그걸 계속 뚫어나가는 게 과정인 것도 같아요. 지금 '필수'의 이미지를 만들기까지도 뚫고 또 뚫고 온 거잖아요."

앞으로도 오정세는 무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하는 연기를 계속할 생각. 드라마에 대한 생각도 열려 있다. 현재는 MBC 수목드라마 '보고싶다'에서 럭셔리 주형사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캐릭터로 맹활약 중이다.

제안은 받았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던 드라마로 지난해와 올해 최고 드라마인 '최고의 사랑', '해를 품은 달'을 꼽은 오정세. 그는 본인보다 안타까워하는 기자를 향해 '그걸 갖고 뭘 그러냐'는 듯 그저 싱긋 웃었다. 하긴, 오정세는 찬찬히 그리고 천천히 배우로서 10년을 보내며 지금에 온 배우다. 지난 한 두 작품보다 앞으로의 작품이 더 기대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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