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곽도원 "연기 포기하려고도 했었다"(인터뷰)

윤상근 기자 / 입력 : 2012.07.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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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곽도원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아유, 안녕하세요. 편하게 할 겸 잠깐 같이 담배 한대 태우실까요?"(웃음)


역시나 유쾌한 첫인상이었다.

SBS 수목드라마 '유령'의 '미친소' 권혁주 형사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곽도원(38). 넓은 풍채와 다소 무거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호탕하게 웃고, 즐겁게 대답하는 모습은 언제나 인상적이다.

다만 빡빡한 스케줄 탓이었는지 그의 목소리는 약간 잠겨있는 듯했고 피곤한 모습도 살짝 보였다. 하지만 그의 유쾌함은 여전했다.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SBS 탄현제작센터 내 한 카페에서 곽도원을 만났다.


- 목소리가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 같다.

▶ 편도선이 좀 부어서 병원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아직 안 가라앉았고, 목소리도 좀 바뀐 것 같다.

- 요즘 인기 실감하고 있는지.

▶ 인기 실감하고 있다. 좀 장난 아닌 것 같다.(웃음) 이제는 동네 주변 아주머니들도 많이 알아봐주신다.

- 첫 드라마 촬영인데 이제는 좀 적응이 될 법하다. 지금은 어떤가.

▶ 쉽지는 않다. 촬영 일정이 빡빡해서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힘든 거는 이제 '그러려니' 한다.

- '유령' 속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 사실 모니터 할 시간이 없다. 처음에는 그래도 좀 봤고 그동안 치열하게 찍으면서 '유령'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방송 후 반응도 바로 온다. 연기 하면서 문제점이 생기게 되면 연기로서 치료해야 되는데 피드백이 되는 게 좋은 부분인 것 같다. 배우가 작품으로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궁극적 목적이라는 점에서 체감하고 있음을 느낀다.

- 극 중 별명이 '미친소'인데, 마음에 드는지.

▶ '미친소'라는 별명도 나름 재미있으라는 의도이고 불순하지 않아서 나는 좋다. 그리고 권혁주라는 캐릭터를 파악하고 하는데 용이한 것 같고. 금방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 있는 게 좋았다. 윤제문 선배가 MBC 드라마 '더 킹 투하츠'에서 별명이 봉구였는데 초등학생들이 놀리는 모습을 봤다. 봉구보다는 미친소가 낫지 않느냐.(웃음)

- '유령' 보면서 어떤 대사나 장면이 많이 기억에 남는지.

▶ 아무래도 많이 기억해주시던 내 대사인 '이 XX 이거 맘에 드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권혁주의 냉철하고 다혈질적인 이미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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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곽도원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극 중 검사 역을 소화하기 위해 한 판사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었는데 그러면 '유령'에서 극 중 형사의 모습은 어떻게 떠올렸는가.

▶ 20대 시절 거짓말하다가 형사한테 맞은 기억이 있는데 '유령'에서 책상 밑으로 발로 차는 신도 그 때 경험에서 나오는 신이었다. 서대문 경찰서 형사로 재직 중인 지인으로부터 들은 형사의 모습들도 생각했었는데 그 분에게 들은 것들을 다 표현할 순 없고 좀 순화해서 표현하려 했다. 작품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게 소통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진짜 즐거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유령'에서 극 중 권혁주와 본인의 원래 모습이 어느 부분이 닮았는가.

▶ 욱하는 게 닮았다.(웃음) '유령'에서의 모습은. 곽도원이라는 사람 안에 있는 많은 모습 중 하나를 꺼내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범죄와의 전쟁'의 극 중 조범석이 상대방을 짓밟으려는 모습이나 술 마시고 주접을 떠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 '유령' 촬영장 분위기가 영화 찍었을 때와는 많이 달랐을 것 같다.

▶ 첫 미팅할 때 캐스팅 되면서 감독님께 부탁드렸던 말이 '나는 즉흥적인 모습을 많이 표현하려 한다'였다. 드라마의 촬영 환경을 잘 모르는 때였기에 직접 얘기를 나누면서 알아가려 했다. '유령' 감독님도 '배우와 의견 많이 하는 거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 함께 의견 조율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맞춰가려 노력했던 것 같다.

- '유령' 이후 드라마 캐스팅 제의가 많을 것 같다.

▶ 드라마는 연속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웃음) 영화 준비할 때도 그렇고 좀 쉬고 싶을 생각이 들 정도로 쉽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이렇게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연기에 대한 딜레마가 빠지기도 했다. 워낙 바쁘게 촬영해서 연기를 어떻게 사실적이고 진실하게 하는 건지에 대한 생각이나 기준이 모호해진 것도 있었다. '유령' 이후 드라마 출연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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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곽도원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무명생활이 길었는데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한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즐거움이다.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았다. 무명생활이 길었지 힘든 생활이 길지는 않았다. 선배들과 함께 하는 것들이 재미있었고 계속 할 수 있고 '무대만 있었으면' 하는 갈망은 언제나 존재했다. 다만 부모님 돌아가셔서 잠깐 연기를 그만 둘 생각은 했었다.

- 본인의 모습과 여태까지 작품들에서의 자신의 이미지가 얼마나 비슷한지.

▶ 사실 그렇게 어두운 성격이 아니다.(웃음)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낙천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권해효 선배가 '너 생긴 것만 봤을 때는 주변에서 말 안 걸 것 같다'고 말해 많이 웃었다.

- 연기자 생활하면서 언제가 제일 힘들었는지.

▶ 아무래도 부모님 돌아가신 후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떠나보낸 후 사실 연기를 1년 반 정도 그만 뒀었다. 당시 연기는 꿈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이후에 다시 시작하게 됐던 작품이 바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었다. 영화 '황해'에 출연한 이후 나용진 감독께서 윤정빈 감독에게 '황해'에서의 제 편집본을 보여주면서 추천해줬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 한 인터뷰에서 소녀시대 멤버 태연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는데 이후 반응은 어떻던가.

▶ 반응은 별로 없었다.(웃음) 소녀시대 안 좋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 결혼 적령기인데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지.

▶ 외모는 모르겠고.(웃음) 긍정적인 사람이 좋다. 남 욕 안하고 밝고, 어려운 일 닥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웃음 코드가 맞았으면 좋겠다. 주변 지인들 중에는 그래도 아는 여성분들은 많은데 나를 잘 안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 연기자로서 배울 점이 많은 배우는 누구인가.

▶ 최민식 선배다. 함께 촬영하면서도 느낀 거였지만 연기 잘하고 잘생겼다고 잘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함께 고생하는 조연, 단역, 스태프들 모두 자기 그릇 안에 담을 수 있는 포용력이 돼야 그 작품의 주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한 사람이 최민식 선배다. 대단한 분이다. 최근에 최민식 선배로부터 받은 '너 자신을 두려워하길'이라는 문자는 아직도 감동이다.

- 시청자들에게 인식됐으면 하는 곽도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 정말 '곽도원은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용기내서 예쁜 척, 잘난 척하지 않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모습의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 연기자로서 지금 만족하고 있는지.

▶ 행복하다. 18세 때 우연히 극장에 가서 연극을 보고 고교 졸업 후 극단 청소부터 시작해서 유명 배우로 알려질 확률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라. 나는 그 확률이 한 몇 백만 분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희박한 확률에 들어간 것이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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