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이승연을 캐스팅했던 이유는?

[전형화의 비하인드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9.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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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그러니깐 2004년이었다. 김기덕 감독이 '빈집' 제작보고회에서 "이승연 캐스팅에 도움을 준 OOO기자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리둥절하는 기자들도 있었고, 곡절을 아는 기자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연인즉슨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탔을 때로 거슬러간다. 귀국 인터뷰를 했을 당시 김기덕 감독은 한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에 이승연을 출연시킬 수도 있냐"는 질문을 받자 "기회가 닿는다면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이승연은 위안부 화보집으로 여론의 뭇매를 받던 때였다. 김기덕 감독 인터뷰 기사를 쓰기에 앞서 이승연 관련 내용이 먼저 뽑아서 기사가 나갔다. 김기덕 감독은 미친 듯이 화를 냈다. 언론이 자신을 소화하는 방식이 이렇다며.

소위 'X감독' 파문이 인지 얼마 안된 때이기도 했다. 한 스포츠신문에서 이니셜로 'X감독'이 엽색행각을 벌인다는 루머와 소문, 그리고 약간의 사실을 덧붙여 내보낸 뒤 김기덕 감독은 'X감독'이란 주홍글씨가 낙인 찍혔던 터였다.

하지만 그 인연으로 김기덕 감독과 이승연은 '빈집'을 찍게 됐다. 아이러니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행보는 그렇게 상처투성이였다.


정식으로 영화를 공부한 적이 없던 김기덕 감독은 '악어' '파란대문' '나쁜남자' 등 내놓은 작품들마다 논란을 일으켰다. 페미니즘 일각의 극단적인 지적을 받았으며, 한국영화에 이단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김기덕 스스로도 영화계 주류와 융화되지 않고 늘 충돌했다. '야생돌물 보호구역' 때는 기자들이 자기 영화에 무관심하다가 팩스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타고 귀국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천만영화하겠다고 아직도 관을 많이 잡고 있는 '도둑들'이 진짜 '도둑들'이라고 일갈했다.

멀티플렉스의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지적한 것이긴 하지만 '도둑들'을 지적한 게 얄궂다. '도둑들' 투자배급사 쇼박스와 악연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은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부문 한국영화 대표로 선정되지 않자 천만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를 밀어주려고 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투자배급사는 쇼박스였다.

2006년에는 자신의 영화 '시간'이 스크린독과점 때문에 빛을 못보고 있다며 '괴물'을 정조준했다. MBC '백분토론'에 예의 선글라스를 끼고 참석해 성토했다. '괴물' 투자배급사도 쇼박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피에타'는 쇼박스 대표 출신인 김우택 대표가 있는 NEW가 투자배급했다. NEW는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는 '배우는 배우다'도 투자배급한다.

김기덕 감독의 비주류 콤플렉스는 그가 다르게 살아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시간'을 찍은 뒤 더 이상 한국에서 자신을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관객들에게 더 이상 자신의 영화를 선보일 이유가 없다며. '비몽'은 한국영화인데도 해외영화인 것처럼 수입해서 개봉했다.

김기덕 감독은 늘 화제를 낳는 존재였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언론과 대화는 줄여도 언론에 자신을 알리는 걸 숨긴 적은 없다. 김기덕 감독은 제작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가 투자사가 돈을 들고 사라지자 소송전을 벌였다. 또 제자격인 장훈 감독이 자신의 곁을 떠나자 영화일을 한동안 접었다.

잠적했다는 자극적인 기사가 나오고, 누구 때문이라는 둥 여러 글들이 쏟아졌다. 김기덕 감독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입장을 알렸다. 3년만에 칸영화제에 들고나간 '아리랑'에는 그런 자신을 날것대로 담았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지만 그는 여전히 서투르다. 김기덕 감독이 찍은 '아리랑' 이후 찍은 '아멘'이 해외영화제나 국내외에서 개봉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유럽에서 찍었을 당시 허가를 받지 않고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댔기에 저작권,초상권 문제가 걸렸다.

베니스영화제에 '피에타'가 초청받자 김기덕 감독은 이제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겠다고 했다.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선 기자들을 피해 다니기 일쑤였던 걸 떠올리면 그는 확실히 돌아왔다.

김기덕 감독이 한국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축하연을 베풀었다. 문화부에서 은관문화훈장을 주겠다고 호들갑이다. 영진위는 2010년부터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면서 사실상 독립영화 제작지원을 끊었다.

황금사자상을 탄 뒤 여기저기서 김기덕을 사실 좋아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영화를 봤다기 보단 '황금사자상 감독에게 감히'란 목소리도 많다.

천재가 새로운 것을 내놓으면 사람들은 비웃는다. 그 다음엔 격렬하게 저항한다. 그 뒤엔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일각에선 한국에서 18편을 찍은 김기덕 감독이 과연 비주류냐고 반문한다. 여전히 그의 영화를 싫어하는 평자도 많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모두가 꼭 봐야할 필요는 없지만 그의 영화가 꼭 있어야 하는 것만은 맞다. 김기덕은 한국영화에 소금 같은 존재다.

황금사자를 타고 돌아온 김기덕이 여전히 가시밭길을 걸을지, 아니면 곳곳에서 '아리랑'을 불러 제칠지, 그의 행보는 여전히 '핫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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