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 "김은숙 작가에게 평생 잘해야지요"(인터뷰)

영화 '점쟁이들'의 박선생 김수로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9.27 10:06 / 조회 : 6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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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leekb@


김수로(42)가 연기한 '신사의 품격'의 임태산이 특히 돋보였던 건, 그가 연기한 캐릭터 가운데 가장 김수로와 닮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편안하게 입고 툭툭 던지듯 말하고, 무뚝뚝한 듯해도 사려깊은 중년의 남자는 퍽 매력적이었다. 장동건보다 멋졌다는 평이 나왔을 만큼. 김수로가 기분좋게 웃었다.


"쑥스럽죠 뭐, 칭찬만 해주시니까. 도진이(장동건)랑 윤이(김민종)랑 셋 다 김은숙 작가에게 평생 잘하려고요. 배우가 좋아하는 연기도 있지만, 다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호감가게 보이도록 해주신 작가의 덕이죠. 남이 갖고있지 않은 눈을 갖고 계신 거예요. '임태산스러워서' 캐스팅했다고 하시는데, 일반 대중들은 평소 제 모습을 잘 모르시니까요.

내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것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연기는 쉬운 편이었어요. 핫 할 때도 아니고 30대 40대 남자 여자에게 사랑 받는 캐릭터를 맡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너무 행복해서 뭐, 작품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좋아요."

집이 일산인 이종혁을 빼고, 전화 10분이면 모일 수 있는 곳에 사는 김수로, 장동건, 김민종은 실제로도 툭 하면 약속 없이도 모여 와인을 기울이고 수다를 떠는 사이가 됐다. 어제 모여 와인을 마셨던 세 남자는 오늘은 멀리 닭백숙을 먹으러 간단다.

"동건씨는 큰 그릇이에요. 20년 전에도 알았지만 정말 훌륭한 배우고 좋은 품성을 지닌 사람이구나 싶어요. 민종이도 늘 배울 점이 많은 친구고요. 셋이 모여 이야기도 하고, 봉사도 함께 하자 이러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요."


차기작을 빨리 정하지 않는 이유가 '임태산을 좀 오래 가져가보고 싶어서'라고 털어놓는 김수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갔다. 그러나 '신사의 품격' 전 이미 촬영을 마친 다른 작품 영화 '점쟁이들'이 다음달 3일 개봉을 앞뒀다. 그는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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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leekb@


'점쟁이들'은 의문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 마을 울진리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점쟁이들의 활약상을 그린다. 소동 끝에 남은 5명의 점쟁이와 기자를 이끄는 점쟁이 리더, 백구두 박선생 역이 바로 김수로의 몫. '신사의 품격'에서 웃음기를 싹 지웠던 그는 '점쟁이들'에서는 예의 코믹 연기를 펼친다. 빵 터진다. 김수로는 "'신품'에서 좀 다른 거 했다가 과거로 돌아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현장은 추위, 또 추위의 연속이었다. 혹독하기로 유별났던 지난 겨울, 그것도 강원도 태백 영월 삼척을 돌며 찍었으니 배우들의 고생이야 이루 말할 데가 있으랴. 김수로는 "태어나 내복 4개 입은 적이 처음이었다"며 "그런데 흰구두 신은 발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배우들 모두 촬영하다 서울 올 일만 있으면 따뜻하다는 거위털 점퍼 사고, 좋다는 내복 사고, 수시로 정보를 교환했죠 뭐. 감독님이 한 번 밤 신을 낮 신으로 바꾼 적이 있는데 너무 감사했어요. 밤은 정말 추워요. 막 떨다 보면 잠이 오는데 사람들이 못 자게 하고. '이런데서 자면 얼어죽는다' 뭐 이런 분위기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잘 견뎠죠."

하지만 다 작품이 끝났으니 하는 이야기다. 김수로는 '점쟁이들'에 들어갈 때부터 불평불만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단다. 시나리오조차 제대로 안 읽고 들어간 작품이었다. '시실리2km'를 만들었던 신정원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독특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시실리2km'를 봤을 때 거기 출연한 임창정이 너무 부러웠어요. 독특하고 웃긴데 싸 보이지 않는 변칙의 코미디가 좋았고요. 이번 영화도 그런 부분이 좋았어요. 그런 믿음을 준 감독님이죠. 저 소원 풀이 한 거예요. 100%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했어요. 애로사항이 있다면 컷을 안 하세요. 그냥 계속 찍어서 그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하루 찍을 걸 4일 찍고 그랬어요. 중반 넘어서는 애드리브를 참았어요. 계속 그러다간 안되겠다 싶어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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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leekb@


열정 넘치는 배우 김수로의 차기작은 다름 아닌 연극이다. 직접 제작한 연극 '유럽 블러그'에 직접 출연한다. 영화 홍보를 마치면 작품 준비를 위해 직접 유럽으로 떠난다. 극단 목화 출신인 김수로의 연극 복귀는 사실 오래 전부터 꾸준히 준비해 온 일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걸고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선보였고, 소극장 콘서트가 호응을 얻어 이제 시즌2가 무대에 올라간다. 이후 7탄까지 착착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차기작인 '유럽 블러그'가 김수로 프로젝트의 5탄이다.

"남이 나한테 준 걸 선택하고 그런 건 없어요. 보고 재밌는 작품을 찾아서 제안하고 또 만들어요. 사실 영화에 비해 연극은 리스크가 크지 않거든요.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 좋은 공연을 소개하자는 데서 시작했어요. 100석짜리 소극장에서. (이)효리가 '오빠는 왜 이런 걸 한대'하고 왔다가 '잘 봤다'고 해 줬을 때, 뿌듯하고 고맙죠.

많은 사람한테 연극의 재미를 알리고 싶고요, 어떤 멘토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배우는 40대 50대에 좋은 작품이 오길 기다려야 하잖아요. 막막하고 스트레스예요. 연극을 하면 제게 공간이 생기잖아요. 사실 그 자체도 좋아요. 젊은 배우들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그걸 보며 다시 배워요. 나이가 무슨 소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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