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착한 남자'가 정말 '나쁜 드라마'인 이유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2.11.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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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초반 몇 회를 빼고 나서 수목극의 1위 왕좌를 굳힌

지 오래고, 매주 수요일, 목요일 밤 KBS 2TV 채널로 리모콘을 돌려놓고 '착한남자'를 기다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남자'는 나쁜 드라마다. 정말 나쁘다.


첫째, 스피드한 진행, 한 회라도 놓치면 안 돼!

'착한남자'의 스토리 진행은 빠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보통의 드라마에서 몇 회에 걸쳐서 나가야 할 내용들이 매주, 매회 스피드하게 진행된다.

극중 강마루(송중기)가 한재희(박시연)의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썼고, 몇 년 후 그녀에 대한 복수로 서은기(문채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그 사실을 안 서은기가 강마루의 차를 향해 자신의 차를 몰아 교통사고를 냈고, 그 때문에 서은기는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강마루는 죄책감과 괴로움으로 사기꾼으로 전락해서 살았고, 다시 서은기를 만나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녀를 도와주다가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고, 그러다가 다시 서은기가 과거 기억을 찾고... 자, 여기까지가 16회에 걸쳐서 진행된 이야기다.


대개 드라마들은 몇 회에 걸쳐 남녀 주인공들이 만나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는다면 '착한남자'는 그걸 한 두 회만으로 끝내며 성큼성큼 계단 뛰어올라가듯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때문에, '착한남자'는 한 회라도 놓치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스토리가 어느새 저만큼 풀쩍 건너 뛰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요일, 목요일 밤 아무리 피곤해도 눈을 부비면서 라도 봐야한다. 그래야, 다음 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으니까. 피곤해도 잠 못 들게 만드는 '착한남자', 정말 나쁘다.

둘째, 슬픈 결말이 눈에 보인다!

물오른 연기로 치명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송중기, 청순하면서도 당찬 매력을 지닌 문채원. 그 둘이 너무나 예뻐서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무리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봐도 슬픈 결말이 자꾸 눈에 보이니, 아, 어쩌란 말인가! 강마루, 서은기가 서로 사랑하고, 예쁜 아들, 딸 낳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하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절대 소원대로 되지 않으리란 거 너무 빤히 보인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자꾸 우웩우웩, 토하는 강마루의 건강상태가 불길하고, 강마루, 서은기 두 사람이 행복한 꼴을 못 보는 한재희 때문에 자꾸 일이 꼬이면서 지쳐가는 강마루가 안쓰럽고, 이제 좀 진짜 제대로 된 사랑이란 놈을 하려나 싶은데 서은기가 갑자기 기억이 돌아와서 강마루, 서은기 두 사람의 운명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엇갈릴 것 같아서 불안하다.

즐겁자고 보는 드라만데, 자꾸 슬픈 결말이 보여서 미치겠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 얼마 동안 찡한 ost가 계속 머리에 맴돌면서 짠한 감정이 여운으로 남아 움직일 수 없다. 가슴을 자꾸 후벼 파는 '착한 남자', 그래서, 정말 나쁘다.

'착한남자'의 늪에 빠져서 헤어 나올 수 없다. 그래서, '착한 남자'는 나쁘다. 나빠도 너~무 나쁘다. 때문에,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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