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논란 바이러스..백신 놓아드려야겠어요

[기자수첩]

최보란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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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캡처=tvN '화성인 바이러스', '화성인 엑스파일'>
<방송캡처=tvN '화성인 바이러스', '화성인 엑스파일'>


케이블 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가 퍼뜨리는 것은 재미가 아닌 논란이었나.

평범한 생활과는 조금씩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화성인 바이러스'는 지난 2009년 3월 출발해 어느덧 4년 가까이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방송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화성인 바이러스'의 논란 바이러스, 이젠 백신이 필요할 지경이다.


오랜 방송시간 탓에 더 이상 찾아낼 화성인이 없는 것일까. '화성인 바이러스'는 초반부터 종종 제기됐던 조작설이 어느덧 일상적인 프로그램이 돼 버렸다. 방송 후 출연자들이 직접 나서서 방송 과정에서 과장과 왜곡에 대해 폭로하고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화성인 바이러스'에 '일본신봉남'으로 출연했던 하형남씨는 이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지금에 와서 해명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저희 방송 취지는 처음에 이게 아니었습니다. 처음 의도는 갸루오 관련 패션스타일로 선택이 돼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밝혀 또 한 번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화성인 바이러스' 측에서 패션쪽으로만 하게 되면 분량이 적다, 좀 더 바꾸자고 해서 의,식,주 나눠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라며 이후 제작진의 의도로 '일본신봉남' 콘셉트로 가게 됐으며, 출연을 취소할 경우 손해배상이 두려워 방송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화성인 바이러스'의 조작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9월엔 '강남빠녀' 성주란씨는 SNS 등을 통해 드러난 일상생활이 방송에서 밝힌 것과 달라 뭇매를 맞았다. 이에 인터넷을 통해 "제작진의 요구대로 촬영에 응했고 위약금이 제작비 3배란 말에 출연을 취소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같은 채널에서 방송 중인 '화성인 엑스파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화성인 X파일'에 등장한 '선물집착녀'는 2년 동안 120명의 남자를 만나 1억 원의 선물을 받았다고 밝혀 파장을 몰고 왔다. 방송 후 거센 비난이 일면서 그녀는 "상당 부분은 제작진의 의해 과장된 것이며 소개팅 등의 상황도 실제가 아니라 작가가 데려온 인물과의 설정"이라고 해명했다.

그 외에도 '라면집착녀', '개수발녀', '비키니녀', '대식가녀', '태아녀' 등 방송에서 독특한 생활습관으로 출연했던 미모의 여자 출연자들은 대부분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 홍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화성인'이라는 주제를 내세운 두 프로그램은 쏟아지는 비난과 논란 속에서 논란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출연자에게 타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직접 묻거나, 출연자의 미니홈피를 방송에서 공개하기도 하는 등의 시도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될 만한 출연자들의 배경에 대해 살피는 노력은 이후 계속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방송 후 조작을 의심받아도 제작진은 이렇다 할 구체적인 해명이나 이후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설명을 없이 "조작은 없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 놓을 뿐이다.

결국 출연자들이 방송 후 쏟아지는 비난이 두려워 제작진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프로그램을 믿고 출연한 일반인들의 사정을 모르는 채 하는 제작진의 태도는 타당성을 얻지 못한다. 제작진은 출연자에게, 출연자는 제작진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시청자들에게는 논란만 안기니. '화성인 바이러스'와 '화성인 엑스파일'이 누굴 위한 프로그램인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친지는 오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화성인 엑스파일'에서 아버지에 간이식 수술을 해 흉터가 생겼다는 '배무늬녀' 같은 출연자가 등장하면 시청자들이 "'화성인'에도 이런 사연이 등장하느냐"라며 놀라게 됐을 정도. 더 이상 프로그램에 진정성이나 감동을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반응이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평범한 생활을 거부하는 일반인들을 소개하는 만큼 출연과 촬영 모두 쉽지 않음은 시청자 또한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방송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위해 더욱 자극적인 볼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제작진의 고충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과장이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지구인을 화성인으로 탈바꿈 시켰다는 인상만 남게 돼 역효과를 불러올 뿐이다. 출연자들 또한 방송에 나오기 전에 논란의 여지를 감수하고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중간에 의견 충돌로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애초에 출연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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