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강남스타일'보다 '샤이보이'가 좋다?

[이변정변의 법으로 푸는 ★이야기]

정희원 / 입력 : 2012.11.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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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샤이보이' ⓒTS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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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샤이보이' ⓒ스타뉴스


칼럼 소개 = 만인의 관심을 먹고 사는 스타, 스타 주변에는 당연히 여러 가지 사건들이 발생한다. 법으로 푸는 스타이야기에서는 이러한 스타 주변의 사건들을 법적으로 쉽게 풀어보고자 한다.

변호사는 대부분 엔터테인먼트와 친하지 않다. 시간을 아껴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고, 이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여유가 없다.


그런 변호사들이 가장 잘 아는 노래, 안무는 어떤 것일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노래라기보다는 꼭 알아야 하는 뉴스에 가깝기 때문에 제쳐두고 말이다. 넌센스 퀴즈 같지만 내가 생각한 답은 시크릿의 '샤이보이'다.

뚜루왑 두밥 두밥~. 귀엽고 앙증맞은 노래, 시크릿의 색깔과 '샤이보이' 노래에 딱 어울리는 안무로 이 노래는 상당히 인기를 끌었지만, 변호사들이 '샤이보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노래와 안무의 퀄리티가 아닌 '샤이보이' 판결 내용이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시크릿의 안무가가 유명 방송댄스학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안무가는 학원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샤이보이' 안무를 활용하여 돈을 받고 교육을 하고 관련 영상을 제작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는 저작권침해이므로 영상 폐기, 안무를 활용한 교육금지와 일정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1심 판결과 2심 판결이 액수의 차이만 있을 뿐 안무가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 점이 저작권을 다루는 변호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작곡가, 작사가의 음악저작권과 연주자, 가수, 제작자 등 저작인접권을 보호해 주는 데서 나아가 노래에 부가된 안무에도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예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판결의 긍정적인 부분 - 저작권 인정

안무 저작권 인정은 상당히 센세이셔널하다. 작곡이나 작사와는 경우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작곡의 경우 독창성을 가진 구간들을 역시 독창적으로 연결한다고 한다면, 안무는 대체로 어디서 본 듯한 춤사위를 곡에 맞게 연결해서 구성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니까 안무는 비독창적인 춤사위를 독창적으로 연결하는 속성이 강하다.

심하게 오버하면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편집앨범의 곡 배열순서도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억지 상상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저작권 인정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샤이보이'는 독창적 춤사위가 많이 존재한다.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제자리에서 걷는 듯한 동작의 경우 기존에 이렇게 여성스럽게 표현한 동작은 본 적이 없다.

이 소송과는 무관하지만 시크릿은 '매직' 활동 당시부터 털기춤 등 독특한 춤들을 여러 곡에 반복적으로 삽입해서 사용하는 것을 보여줬고, 씨스타의 경우 멤버들이 옆으로 엉덩이를 쭉 내민 채 고개를 든 자세를 시스타표 안무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사용하고 있다.

'샤이보이'는 뮤지컬 '렌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여러 가지 표현을 단순한 개별 동작이 아닌 가사를 표현하는 동작으로 승화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안무의 단순조합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기존 안무 관련 분쟁의 경우 안무전체에 대한 저작권 인정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특정 동작에 대한 저작권 침해 흔히 말해 표절 시비를 건 것이었다. 완전히 새롭게 탄생시킨 춤사위가 아닌 경우에야 부분 동작에 대한 저작권자로 인정해 줄 리 없고, 표절 시비를 제기해도 이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기 힘들었다.

이 소송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결국 부분 동작이 반드시 독창적이지 않더라도 곡에 적합한 안무를 배열하고 가수에 맞게 약간 조정하였다면 그 전체적인 부분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방송댄스학원은 당연히 그 노래의 안무 전체를 교육하는 것이니까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 점은 저작권 보호 및 활성화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의 부정적인 부분 - 손해배상 액수의 산정

이 부분에는 법원에 대한 반발이나, 소송의 당사자 중 특정 측면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히고자 한다.

업계에서 여러 가지 협상에 참여해 본 경험상, 법원이 인정한 최종배상액은 안무가의 안무 제작비용에 대비해 다소 많아 보인다. 주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받는 비용과 거의 대등한 액수를 부가서비스에서 받는 금액으로 산정하는 면에 일부 의문이 들고, 무엇보다 수강한 학원생 수에 비해 액수가 과다해서 일반적인 학원생들에게 업체가 그 금액을 반영한 수강료를 받으면 운영이 될까 싶을 정도였다.

한 마디로 이런 짓 하지마라는 액수라는 느낌이었다. 무단사용에 대한 위자료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위자료 부분이 빠지고도 유사한 비용이 나온다면 결국 그 비용이 정식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학원을 운영할 때 지급해야 할 비용이 되는데, 산업이 유지되기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관련 손해배상은 액수산정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있어 법조항에 아예 법원이 자체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정해 두었지만, 법원은 분쟁해결 중 최후의 수단이고, 가능한 업계의 협상에 맡기는 것이 시장 활성화에 좋으리라는 소견이다.

판결이 도출되는 구조나 법률가가 중요시하는 포인트를 감안할 때, 저작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매우 치열하게 개발되고 정리되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돈 이야기는 그 하부의 내용으로 다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부분은 양측의 자료를 더 받아서 판결시 금액산정의 논리까지 세련되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상생하는 구조가 정착되길

저작권 법 1조 목적 부분에는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쉽게 말해,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특별히 저작권을 강하게 보호해 주니까 권리를 도둑맞을 걱정하지 말고 만들어서 문화발전에 이바지 해 달라는 것이다.

안무에 대해 저작권이 인정된 것이 반가운 이유는 창의적인 안무가들이 자신의 권리가 인정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 새롭고 멋진 안무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어서이고, 손해배상 액수에 대해 약간의 우려를 표현한 이유는 저작권에 대한 손해배상 기준이 올라가서 자칫 잘못하여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산업을 아예 사장시켜 버리지는 않을까 해서이다. 결국 저작권법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저작권 사용금액이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약간의 사용을 위해서 직접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고, 또 그들 중 한 사람이라도 만족시키지 못 할 경우 사용기회 자체가 닫혀버린다면 결국 최종소비자에게 비용부담이 전가되거나, 관련 업계 1,2위만 단속받고 소규모업체는 적당히 넘어가는 차별이 생기거나, 불법적인 행태가 만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관련 산업이 아예 사라져 결국 부가서비스로 돈을 벌 시장자체를 죽이게 될 수 있다.

유튜브 등 외국 동영상 사이트에 대한 정책과 국내 포털에 대한 정책이 다른 점, 국내에서는 저작권 관련 청구를 하면서 해외에서는 청구를 하지 않아 오히려 방송댄스 시장이 해외에서 더 쉽게 활성화되는 일종의 역차별을 받게 되는 점도 문제다.

안무 저작권이 인정된 것을 계기로 좀 더 편하고 합리적으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저작권은 다른 사람의 사용을 막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사용하게 하여 결국 문화 전체가 더 발전하고 향유하는 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도구이므로 지속적인 협의로 적정한 방식과 비용이 산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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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변호사 프로필 1975년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전 온미디어 PD.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법적분쟁과 공정거래 및 하도급분쟁의 원만한 조정이 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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