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블록버스터 '타워'로 본 우리사회 칠거지악

김관명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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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스틸
'타워' 스틸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등 호화캐스팅, 재난영화라는 장르적 특수성 등으로 화제를 모은 김지훈 감독의 '타워'. 25일 개봉을 앞두고 지난 18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타워'는 일취월장한 한국 CG의 기술력, 재난 영화 특유의 '쪼이는' 맛이 가득했다. 김지훈 감독의 전작 '화려한 휴가'에서 이미 확인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이한위 박철민의 '코믹대사'도 배꼽 잡을 만했다.

그럼에도 '타워'는 미진했다. 불 나고 불 끄는 데 올인하는 돌직구 스타일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타워링'(1977)에 미치지 못했고, 고층건물에 헬기 부딪히는 것쯤은 브루스 윌리스가 노구를 이끌고 맹활약한 '다이하드4.0'(2007)에서, 건물이고 배고 반 토막 나는 것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순수 동안으로 나온 '타이타닉'(1997)에서 이미 목도했다. 전설의 소방관 강영기 대장 역을 맡은 설경구 연기 잘하는 것, 혹은 푸드매니저 서윤희 역을 맡은 손예진 예쁜 것이야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것일 테고.


'타워'의 남다른 미덕은 오히려 다른 데 있다. 김지훈 감독이 영화 곳곳에 애써 묻어 놓은, 아니면 때때로 대놓고 폭로한 몇몇 이야기와 장면들. 그것은 다름 아닌 서울 여의도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130층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에 스며든, 온갖 비린내 나는 우리 사회 한심한 작태와 인간군상들 아니었을까.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어김없이 터져 나온 꼴불견 진상 7가지. 과연 옛말이 맞았다. 사람 됨됨은 위기를 겪어봐야 안다고.

영화가 고발한 우리 사회 가장 꼴불견, 칠거지악 중 제일은 '무사안일', 21세기 첨단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에서 발생한 화마도 따지고 보면 이 '뭐든지 적당히'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아현동 폭발사고, 서해훼리호 참사 등 대형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호들갑 떠는 바로 그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사후약방문 격의 "천재가 아니라 인재였다"라는 유식한 소리는 이제 그만 치우시라, '타워'는 이렇게 1차 경고했다.

이러한 '무사안일'이 진짜 참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뭔가 '점화플러그'가 있어야 한다. '타워'는 이를 '과시욕'과 '욕심'에서 찾았다. 타워스카이 오너인 조 사장 역을 맡은 차인표가 예의 '이글아이'로 제대로 표현한 가진 자들의 '과시욕', '쇼맨십', 그리고 '막무가내' 스타일. 입주자들을 위해, 자신과 타워스카이를 지켜보는 내외빈을 위해 조 사장이 벌인 쇼가 어떻게 '무사안일'이라는 잠룡을 만나 대형참사를 일으켰는지는 영화로 직접 확인하시압.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곳간이 비면 인심이고 뭐고 없다'다. '타워'가 그랬다. 이타심 가득한 척, 입에 발린 "레이디 퍼스트!" 등 온갖 고상한 척 다 했던 인간들이, 제 목숨 어떻게 될 줄 모르는 위기가 닥치면 표변하는 게 가증스러운 현실이었다. 이는 이미 갓난아기와 임산부까지 밀치고 떼민 '타이타닉'에서 절실히 목도한 바. '타워'에서도 영화가 시작되고 화마가 덮친 30분께부터는 이런 '나만 살자고요' 캐릭터가 아주 밉상으로 열연했다.

참사가 벌어진 빌딩 밖, 일종의 '불구경' 현장에서도 꼴불견은 이어졌다. 방재청 책임자가 현장에 재빨리 도착해 휘황찬란한 제복까지 입고 기자회견을 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우선 구조자 명단'이라니. 저항력과 체력 없는 어린아이나 노약자도 아니고, 새 생명을 잉태한 임산부도 아닌 '그들'을 위한 솔선수범이라니. 이는 바로 사기업, 공조직 막론하고 이 사회에 팽배한 '면피'의 다른 이름 아니었을까. 훗날 정치적·사회적 권력으로부터의 매서운 질책으로부터 변명거리를 미리 찾는 그런.

지금까지는 '사건 애프터'였고, '사건 비포'에도 꼴불견은 그 비중은 적었지만 만만치 않게 등장했다. 매매가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부자동네 타워스카이에 스민 예의 '속물주의, 졸부근성', 부서별 책임소재를 놓고 "네가 다쳐야 내가 산다"는 식으로 티격태격한 '집단 이기주의', 사람 알고 대접하기를 개똥(영화에 진짜 등장한다!)만도 못하게 여겼던 있는 자들의 '선민사상, 황금만능주의, 특권의식' 따위. '타워'는 결국 이러한 우리 사회 몹쓸 칠거지악을 재난블록버스터 형식을 빌려 촘촘히 고발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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