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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워' 스틸 |
섹시한 여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공포영화의 법칙이 있다. 재벌 남자 주인공은 반드시 평범한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이제 두 말하면 입 아픈 멜로 영화의 철칙이다.
재난 영화에도 반드시 등장하는 '필수요소'들이 있다. 왠지 뻔하지만 없으면 섭섭한 재난영화의 공식, 오는 25일 관객을 만나는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에도 곳곳에 숨어있다.
◆ 위기는 행복한 순간 찾아온다
위험한 순간은 왜 꼭 행복한 순간에 찾아올까. '해운대'에서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하던 설경구와 하지원, '타이타닉'에서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처럼 '타워'의 주인공들도 행복을 눈앞에 두고 화마를 마주한다.
모두가 행복해야할 크리스마스이브, 타워스카이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가족과 연인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닥쳐올 재앙은 상상하지도 못한 채 말이다.
지금껏 재난 영화를 봐 왔던 관객들이라며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들의 행복이 곧 산산이 부서질 것이라는 것을.
◆ '청개구리' 캐릭터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일까. 꼭 말을 안 듣고 일을 크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영화 '타워'에도 구조를 더욱 힘들게 하는 '청개구리'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는 경고에도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가지 말라는 곳으로 도망을 가다가 사고를 당한다.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사람치고 무사한 사람 보지 못했다. '권선징악'의 메시지 또한 재난 영화의 필수요소니까.
◆ 구조의 꽃, 헬기
위기의 순간, 사람들은 반드시 옥상으로 몰린다. 헬기가 도착하지만 탈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그리고 반드시 타야 할 아이가 있다. '해운대'에서도 볼 수 있었던 이 익숙한 장면은 '타워'에서도 재현된다.
아래로 내려갈 수도 없고 더 이상 올라갈 곳도 없는 사람들은 옥상으로 몰리고 하염없이 구조를 기다리지만 헬기의 공간은 야속하게도 좁다. 그리고 구조대원들은 말한다. "이번이 마지막 헬기"라고 말이다. 익숙한 이 상황에 놓이는 인물은 누구인지, 그가 무사히 구조될 수 있을지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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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워' 스틸 |
◆ 감초와 아이, 재난영화의 필수요소
재난영화라고 마냥 심각하기만 할까. 적재적소에 예상치 못한 웃음을 던지는 인물이 있다면 영화의 즐거움은 더욱 배가 된다. '해운대'에서 감초역할을 했던 김인권은 '타워'에서도 웃음을 담당한다. 여기에 김성오도 감초 캐릭터로 가세했다. 프러포즈를 앞두고 타워스카이에 갇힌 김성오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능청스러운 투덜거림으로 깨알 웃음을 자아낸다.
아이도 재난영화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필수요소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이는 약자를 대표한다. 영화 '2012'에서 잭슨(존 쿠삭)의 두 아이가 더욱 영화를 긴박하고 감동적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타워'에도 대호(김상경 분)의 딸 하나(조민아 분)가 등장한다. 하나는 아빠 대호를 화재 사고에 뛰어들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 재난 속에서도 권력은 존재한다
재난영화를 보며 가장 복장 터지는 것은 단연 말도 안 되는 상부의 지시다. 주인공은 몇 차례나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상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그리고는 결국 사건이 터진다. 그렇다고 그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고위급 인사부터 챙기는 방재청 간부, 위기의 상황에서도 엄청난 스케일을 행사로 위용을 과시하려는 조사장(차인표 분)은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그대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