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2년 연예계, 잘 버티면 싸이가 된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12.31 10:42
  • 글자크기조절
image


2012년 세밑이다. 한국 연예계는 올해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건이 벌어졌다. 비하인드 스토리로 올해 연예계를 정리했다. 돌이켜보면 올해 연예계 화두는 "잘 버텼다"는 것이었다.

1월5일 기자는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칼럼에서 '강호동, 꽃 피는 봄이 오면 돌아올까'란 제목의 글을 썼다. 강호동이 탈세 논란으로 방송을 접은 지 4개월 가량 흐른 뒤였다. 처음 겪는 논란에 홀쭉해졌다는 강호동, 그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그리워질 무렵이었다.


그 뒤로 6개월이 지나 강호동을 지인의 결혼식에서 만났다. 강호동 복귀설이 떠들썩했을 때기도 했다. 강호동은 홀쭉해졌지만 탄탄했고, 무엇보다 웃었다. 강호동은 혹독한 시간을 잘 버텼고, 그리고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아직 전성기 실력이 나오고 있진 않다.

하지만 하루만 인터넷을 보지 않아도 스마트해지지 않는 세상 아닌가. 1년 가량 뒤쳐진 예능감을 이 정도로 따라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강호동 답다. 잘 버텼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정치의 해이기도 했다. 연예계도 정치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박근혜 당선인과 문재인 전 후보가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1월12일 '연예계에 부는 정치바람..탬버린 소리는 환청?'이란 글을 쓰면서 올해 한국연예계는 정치바람으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부러진 화살, 故길은정 그리고 영화는 영화다' '공지영과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노자님 말씀' '차인표가 탈북영화 '크로싱'에 출연한 진짜이유는?' '김제동이 싫은 30가지 이유' '26년', 故육영수 영화, 그리고 공유' '남영동 1985', 대선에 영향주고 싶다의 참뜻은?' 등을 1년에 걸쳐 계속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정치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 그리고 '26년', '범죄와의 전쟁' 종편 투자 논란, 김제동 사찰 문제 등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연예계를 휩쓸었다. 일찍이 이렇게 연예계가 정치로 뜨거웠던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상처 주는 일도 허다했다. '차인표가 탈북영화 '크로싱'에 출연한 진짜이유는?'라는 칼럼과 '김제동이 싫은 30가지 이유'를 썼을 때 특히 절감했다.

차인표가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해선 안된다며 콘서트를 열었던 일을 어떤 사람들은 선한 일이라며 포장했고, 어떤 사람들은 "착해도 무지한 건 죄"라고 비난했다. 조중동 등 보수일간지들이 이 일을 크게 보도하자 다른 쪽에선 그 의도를 경계한 것이다.

당시 차인표에게 기사를 쓰기 전 양해를 구했다. 차인표는 자칫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으로만 비춰질까 걱정했다. 정작 오해는 다른 곳에서 나왔다. 기자에게도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제동이 싫은 30가지 이유'를 썼을 때는 정반대였다. 차인표 글에 비난했던 사람들은 칭찬을, 차인표 글에 칭찬했던 사람들은 비난을 퍼부었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차인표, 김제동 그리고 그런 이유로 비난받은 연예인들 모두 올해 잘 버텼다.

새해에는 다르다는 이유로 짱돌을 던지는 일이 좀 줄어들 수 있을까? 역설적이지만 김구라를 MBC '라디오스타'에서 볼 수 있느냐가 한 잣대가 될 것 같다. '누가 김구라에게 짱돌을 던지나'는 글은 김구라가 위안부 망언으로 방송 하차를 선언할 즈음 썼던 글이다. 4.11 총선 직후 썼다.

김구라는 과거 자신이 했던 막말이 부메랑이 돼 방송에서 하차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김구라가 시사돼지 김용민을 지지했던 게 크게 작용했다. 강호동을 '무릎팍도사'에서 볼 수 있지만,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에서 볼 수 없는 이유다.

상대에게 선의를 드러내도 악의로 되돌아오는 일이 종종 있다. 기자는 2011년 일본에 쓰나미가 닥친 뒤 한류스타들이 일본 돕기에 앞장선다는 기사를 썼었다. 일본 쓰나미 여파로 한류가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들이 지상파 뉴스에서 나오는 게 안타까웠다. 배용준을 위시로 이병헌 등 많은 한류스타들이 앞 다퉈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을 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1년 뒤 돌아온 건 '혐한류'였다. 김태희를 협박한 일본 우익단체 관련한 보도가 대한해협을 넘어왔다. 국내에서 발끈한 건 물론이다. 3월 '日 대지진 1주년, 김태희, 그리고 新한류'라는 글을 썼고, 6개월이 지나 일본 현지를 찾았다. 그 기간 일본 우익인사들의 망언은 계속 됐다. "독도 횡단을 한 송일국은 일본에 못 올 것이다" "카라 앨범을 눈물을 머금고 버렸다" 등등. 국내 언론은 그 망언을 여과 없이 옮겼다.

한류의 성지라는 도쿄 신오쿠보는 여전했다. 많은 일본인들이 한류매장을 찾고 있었다. '강남스타일'이 거리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류산업은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가장 큰 시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혐한류 열풍이 한창 보도될 무렵 국내기자들은 걸그룹 카라에게 독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리고 무참히 비난했다.

올해 한류스타들은 일본에서 많은 성과를 냈지만 정작 현지 연말 시상식에선 외면 받았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류스타들의 냉정한 현실이다. 한류스타들, 양쪽에서 비난받으며 잘 버텼다.

연예인 자살과 연예인 병역 문제는 올해도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지난 6월 신인배우 정아율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마침 박용하 2주기를 맞아 '6월30일 전국에 박용하 비(雨)가 내린다'라고 썼다. 잘 버티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하기 전에 잘 버틴 사람들을 칭찬해주자란 마음이었다.

김무열은 생계곤란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정당한 절차였다. 그럼에도 병무청의 엉성한 일처리로 그는 매도당하고 다시 입대를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힘들었던 지난날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소속사는 "아무리 그래도 배우 사생활을 팬티까지 벗겨야 하느냐"고 했다. 기자는 "한국에서 연예인 병역문제는 팬티가 아니라 더한 것이라도 벗어야 한다"고 답했다.

김무열에 대한 매도는 억대를 버는 연예인이 생계곤란으로 면제를 받았다는 데 있었다. 억대를 버는 연예인이 키워드였다. 문제를 삼았던 감사원은 당시 정부의 화두였던 공정을 내세웠다. 만만한 게 연예인이었다.

기자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유승준을 만났다. 유승준은 병역문제로 아직까지 법무부에 블랙리스트에 올라 한국에 들어올 수조차 없다. 그가 연예활동을 하느냐 마느냐는 대중이 판단할 문제다. 정부가 입국조차 막는 건 연예인이 그만큼 만만하기 때문이 아닌지 싶다.

김무열은 군대에서 잘 버티고 있다.

올해는 한국영화가 1억 관객을 동원할 만큼 큰 성과를 냈다. 그 과정에서 빛과 어둠이 드리웠다. '임상수 감독이 칸 레드카펫서 턱을 치켜든 이유'와 '김기덕 감독이 이승연을 캐스팅했던 이유는?'로 빛을 조명했다면 '이명세 감독 '미스터K' 하차에 얽힌 몇가지 오해'로 어둠을 짚었다.

한국영화 성과가 좋았던 만큼 배우들의 재발견도 이어졌다. 결혼과 '도둑들'로 화려하게 돌아온 전지현, 그리고 '해를 품은 달'과 '건축학개론'으로 귀환한 한가인에게 '전지현, '전지현 효과'에서 '어마어마한 쌍년'까지'와 '한가인, '쌍년'을 향한 뒤늦은 고백'으로 연서를 띄어 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쌍년'에 관한 글이었다.

전지현과 한가인, 숱한 루머에도 잘 버틴 끝에 올해 상찬을 받았다.

열애와 루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병헌 눈에선 레이저가..이민정도 반했으리라'를 쓴 뒤 이병헌을 만났다. 이병헌이 술자리에서 "형이 일어나서 건배를 하는데 앉아서 하느냐"고 했다. "허리가 길어서 그렇다"고 응수했다. 이병헌은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돌이켜보면 이병헌은 지난해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잘 버텨서 올해 일과 사랑을 모두 품에 안았다.

하정우와 김태희 루머는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퍼졌다. 하정우에게 "당신에게 필요한 건 이제 개인적인 드라마"라고 말한 지 얼마 안 돼 벌어진 일이다. 하정우가 이제 김태희와 루머가 날 만큼 매력적이 됐다는 뜻이라 한편으론 반갑고 한편으론 우스웠다. 버티니 알아서 소문을 내주는 세상. '하정우 김태희 열애설, 사실인지 궁금하면?' 500원이라고 썼다. 계좌를 알려달라는 댓글이 붙었다.

트위터 등 SNS는 한동안 연예계를 휩쓸었다. 트위터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창구가 됐다. 위세가 등등했다. 그랬던 위세는 날카롭게 되돌아왔다. 티아라가 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에 왕따 논란을 겪었고, 김장훈은 자살 소동이 일었다. 티아라 사태를 '서지영-이지혜, 윤도현-심현섭, 그리고 티아라'라는 글로 조명했다.

티아라는 그 뒤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다. 김장훈은 싸이와 갈등이 불거지면서 역시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다. 버티면 좋은 때가 온다.

싸이가 대표적인 예다. 군대를 두 번 다녀온 싸이는 올해 월드스타가 됐다. 마돈나가 싸이 가랑이에 들어오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싸이와 올해 부산영화제,악연 아닌 악연'이란 글을 썼다. 부산영화제 개막식 당일 마침 서울광장에서 싸이의 공연이 열렸다.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찾은 300여 스타가 싸이 한 사람을 당해내지 못했다.

어느덧 2012년이 끝난다. 용의 해는 뱀의 해로 바통을 넘긴다. 내년에도 연예계는 별의별 일들이 자고 일어나면 일어날 것이다. 그래도 잘 버텼으면 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이다. 잘 버티다보면 2013년은 당신의 해가 될 것이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