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욱, 부도덕하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

[이변정변의 법으로 푸는 ★이야기]

정희원 / 입력 : 2013.01.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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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욱 ⓒ임성균 기자


지난 5월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영욱이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컴백했다.

지난 번 사건까지만 해도 오래전 주병진씨 사건과 유사한 점이 보여 사건이 잘 마무리 되면 방송복귀 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앞으로 그가 나오는 방송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자중해야 할 시기에 문제가 있는 행동을 한 것은 맞다. 시청자 마음속에서 그는 이미 가중처벌 대상이 되었다.


지난해 3월 미성년자 간음 사건

당시 사건의 파괴력은 상당했다. ‘세바퀴’라는 전가족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었기에 비난의 여론이 더더욱 컸던 것 같다. 정말 많은 부분이 쟁점이 되어 그를 공격했지만 대부분 비난의 쟁점이었을 뿐이고 법적인 쟁점은 하나로 모아졌다.

‘강제성이 있었느냐 아니면 합의에 의한 것이냐’ 다. 강간이 합의여부에 따라 갈리기 때문에 입증이 어렵고 정황증거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최초 성행위가 (준)강간이었다고 한다면 이후 교제를 전제로 하여 합의하에 두 번째 성행위를 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간다는 점에서 최초 성행위의 강제성 인정이 쉽지 않아 보이고, 그래서 7개월간 검찰이 기소조차 못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경찰에서 최초 성행위는 강간이고, 두 번째 성행위는 사귄다는 이야기를 해서 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간음이라고 봤다는 보도를 접한 적 있다. 두 번째 성행위를 위계에 의한 간음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게 위계를 크게 확대해서 볼 경우 단순위헌결정에 따라 사라진 혼인빙자간음죄도 위계에 의한 성행위에 해당한다. 혼인을 빙자한 것은 바람둥이가 단순히 사귀자거나 좋아한다고 말해서 성행위를 한 것보다 더 강한 기망임에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않는다. 강제성도 위계도 인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미성년자 강제추행 사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중학생을 만져?’ 아마 기사를 본 사람은 대부분 나와 같은 반응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존 혐의에 대해 검찰조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유사한 범죄혐의로 연결될 가능성은 최대한 피했어야 한다.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일단 만졌는지 여부다. 안 만졌다면 다른 건 더 따져볼 필요도 없다. 강간의 경우에는 일단 간음했는지 안 했는지는 과학적 입증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추행은 추행 여부가 일단 불분명하다. 따라서 강제추행 사건은 철저히 정황증거나 진술의 일관성 등으로 검찰이 입증해 나간다. 아마 자발적으로 탔는지, 차에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 내릴 때 어떤 과정으로 내렸는지, 사건 직후 지인들과 한 대화나 문자메시지에 추행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지 등이 판단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떠나서 강제추행 사건은 처음에는 부인해도 대개 만진 경우가 많다. 물론 합의금을 노려서 가짜피해자가 만졌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친고죄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형사절차에서 처벌수준 등에 강력하게 작용한다.

두 번째 쟁점은 강제성이다. 폭행·협박 등의 강제성이 있는지가 중요한데, 뿌리치는 것을 억지로 만지는 정도로도 강제성이 있다고 본다. 보도된 내용 중 ‘중학생이라고 했는데도 만졌다’ 는 것은 청소년인지 알고 만졌는지와도 관련이 있지만,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면 거부의 의사를 밝혔는데도 만졌다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쟁점은 위계 또는 위력이 있었는지 여부다. 이 경우 폭행협박이 없어도 추행한 것만으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언론에서는 쟁점으로 도드라지게 다뤘지만, 음악피디 사칭은 위계 또는 위력 인정에서 크게 중요할 것 같지는 않다. ‘연예인 시켜줄게 잠깐만 가만히 있어봐’ 같은 말을 했는지,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진담으로 받아들여졌는지가 중요하다. 진짜 음악피디가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주겠다고 하면서 추행하더라도 어차피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고영욱으로서는 룰라의 멤버였고 얼마 전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던 방송인인데, 음악피디를 사칭한 것을 피해자가 믿었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하여 그 정도를 위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구속영장발부 근거는 그냥 ‘증거인멸 또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 로 언급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구속 수사기간 동안 유사범죄에 연루된 점(재발방지), 지난해 3월 사건과 달리 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은 점(따라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동반 상승) 등이 작용한 것 같다. 고영욱이 지난 5월과 달리 이번 사건에서 조금 더 낮은 자세로 나온 것은 괘씸죄를 의식한 것도 있겠지만 이번 건이 무혐의가 될 가능성이 낮은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의 적극적인 합의가 없다면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부도덕하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

내가 담당검사라고 하더라도 고영욱 사건의 유무죄 여부를 함부로 결론 낼 수 없다. 게다가 나는 고영욱 사건에 관련된 정보를 기사를 통해서만 접했을 뿐이다. 따라서 잘 알지도 못 하면서 그가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문란하다고 부도덕하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는 내 주장은 그의 무죄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심리 결과 유죄라면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예전 클릭비 출신 김상혁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라고 한 말을 두고, 비웃음에 가득한 패러디가 이어졌던 적이 있다. 당시 상황에서 부적절한 말이었던 것은 맞지만, 김상혁의 말이 반드시 틀린 말은 아니다. 술을 마셨지만 조금 마셔서 음주운전의 기준치까지 가지는 않았다는 주장일 것이다.

지난해 5월 당시 고영욱 사건을 보면서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내가 ‘처벌할 일은 아니다’ 라고 의견표명을 했더니, 지인들이 그럼 그걸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거냐고 되물은 적이 있다. 처벌할 일과 잘한 일 사이에, 잘하진 않았지만 처벌할 일이 아닌 것도 존재한다고 이야기 하다가 욕만 먹었던 적 있다.

고영욱에 대해 적용하자면, 처신을 잘못하고 조사가 진행되는 사이에 또 유사한 실수를 했더라도 그러한 괘씸죄로 형사처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욕하고 말 일이 있고, 정말 법의 엄정한 심판을 거쳐야 할 일이 있다. 이미 그는 일반인들이 동일한 혐의로 수사 받을 때보다 훨씬 큰 불이익을 받고 있다. 도의적 비난은 시청자의 권리지만, 벌을 받게 하는 것은 오직 그가 법적으로 유죄일 경우에만 해야 한다. 지금은 사건의 결론이 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 에 따라 그를 조금이나마 믿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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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변호사 프로필 1975년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전 온미디어 PD.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법적분쟁과 공정거래 및 하도급분쟁의 원만한 조정이 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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