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류승범, 함께라 더 빛난 형제의 힘③

[★리포트]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02.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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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과 류승범은 한국영화계서 가장 유명한 형제다. 7살 터울의 형제인 두 사람은 2000년 주류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래 한국 영화를 이끄는 믿음직한 감독과 배우로 성장했다.

류 감독이 한국영화의 액션 명장으로 지금에 오기까지 늘 류승범이 함께였다. 류승범은 류 감독이 연출한 7편의 장편영화 가운데 6편에 출연했다. 빠진 한 편이 액션 스타일리스트 류승완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짝패'. 그러나 두 사람은 함께한 작품에서 늘 더 빛을 발하는 진짜 짝패다.


영화를 통한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류 감독이 그해 개봉한 첫 장편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하릴없는 동네 양아치로 동생 류승범을 캐스팅한 것이 시작이었다. 1996년 단편 '변질헤드'로 데뷔한 류 감독이 그간 연출했던 단편을 모아 장편으로 발표하면서 4번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클럽DJ였던 동생을 "역할과 똑같은 놈이 옆에 있었다"며 주인공으로 세운 것.

느닷없는 데뷔였다. 그러나 조폭 칼받이로 생을 마감하는 생양아치로 분한 류승범의 실감나는 캐릭터는 단박에 화제가 됐다. 남다른 액션 감각과 날선 연출력을 보인 류승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엔 독립영화 총아였던 류승완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피도 눈물도 없이'가 나왔다. 류 감독의 액션에 대한 탁월한 감각과 강단, 그리고 돋보이는 용인술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여기에도 류승범이 있다. 피튀기는 난리 끝에 마지막 돈가방을 차지하는 나이트클럽 웨이터 채민수가 바로 그다.


2년 뒤 류승범은 류 감독의 다음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 주연을 맡았다. 드라마 '화려한 시절', '고독' 등에서 맹활약하다 영화 '품행제로'로 첫 주연을 경험한 뒤였다. 도시의 풍경에 무협영화의 기운을 한껏 실어낸 독특한 액션물에서도 형제의 저력은 빛났다.

2004년 '주먹이 운다'에서는 권투로 종목을 옮겼다. 류승완 감독은 재기를 꿈꾸는 늙은 복서로 최민식을, 새 삶을 원하는 젊은 복서로 류승범을 등장시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담았다. 드라마를 다루는 류 감독의 힘을, 최민식에도 밀리지 않는 류승범의 존재감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류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은 2006년작 '짝패'에 이어 2007년 나온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B무비의 컬트적 재미를 극한까지 쫓은 작품이었다. 전설의 주먹, 쾌남 다찌마와 리의 총천연색 복고풍 활약상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감초 류승범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러나 뼈저린 흥행 실패를 겪었던 류승완 감독은 3년 뒤 극적인 변신을 꾀했다. 극한까지 밀어붙였던 취향을 접었다. 작가가 쓴 대본을 연출했다. 그러나 류 감독 특유의 호쾌한 액션 범죄물의 매력은 여전했다. 영화 '부당거래'였다. 영화는 탄탄한 이야기와 사회적 메시지, 배우들의 호연과 내내 유지되는 긴장감이 어우러진 웰메이드 영화로 탄생했다.

'부당거래'에서 엘리트 검사 캐릭터에 도전한 류승범은 역시 발군이었다. 권력의 정점에서 약삭빠르게 수를 읽고 판을 누비는 비열한 검사로 분해 영화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28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동시에 얻은 '부당거래'는 그렇게 형제의 새로운 대표작이 됐다.

그리고 이제 '베를린'이다.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대작에 첩보 액션물의 재미를 더한 '베를린'에서도 류승완 류승범 콤비의 저력은 여전하다. 류 감독은 100억 액션물을 능수능란하게 주무르는 솜씨를 과시했고, 류승범은 악의 축으로 등장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한국형 '본' 시리즈라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악당의 존재감 면에서는 '본' 시리즈보다 낫다.

류승완 감독은 "내가 지금까지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것이 류승범을 데뷔시킨 것"이라고 털어놓곤 할 만큼 동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류승범 역시 "(류승완 감독이) 찾아주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하다"고 신뢰와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장에서는 꼬박꼬박 존대를 하고 형과 동생이 아닌 감독과 배우로 서로를 대하는 프로페셔널한 콤비이기도 하다. 류승범은 지난 '베를린' 시사회에서 "형제라서 같이 가는 게 아니다", "감독님한테 예쁨 받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함께해 온 세월이, 경험이 어디 가랴. 눈빛만 봐도, 글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형제는 함께 있어 더 빛난다. 두 사람의 다음 의기투합이 언제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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