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배우' 이병헌의 할리우드 적응기(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3.03.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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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기자회견에서 배우들의 칭찬이 이어지자 이병헌(43)이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한국에서는 스타지만 할리우드에서는 그저 신인배우였다는 이병헌, 그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지.아이.조' 1편에 이어 2편의 촬영을 마친 그의 위상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단순히 그의 역할이 커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칼 같은 계산 하에 움직이는 할리우드에서 그는 나름대로 적응해냈고, 또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지.아이.조2'의 스톰 쉐도우는 이병헌을 만나며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1년을 기다렸다. 지난 해 개봉예정이었던 '지.아이.조2'가 3D로 재탄생을 위해 올해로 개봉 일정을 변경했다. 이병헌의 첫 3D영화이기도 한 '지.아이.조2', 그도 3D로 표현되는 자신의 모습이 궁금하긴 매한가지였다.

"영화를 3D로 변환한다고 했을 때 극장에서 제 모습을 3D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궁금했어요. 사실 애초에 저는 조심스럽게 감독에게 '왜 우리 영화는 3D로 안 만들어?'라고 했었거든요. 절벽신 같은 부분이 3D로 만들어지면 얼마나 멋질까 했죠. 그때는 다들 '에이 뭘'하더니 나중에 바꾼다니까 '그때 내 말 좀 듣지' 했죠(웃음). 그 때 당시에는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파이더맨' 같은 블록버스터 들이 많았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잘 된 거죠."


'지.아이.조' 1편에 이어 2편, 그리고 촬영을 마친 '레드2'까지, 세 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20년 여 년 간 한국 제작 시스템에 익숙해진 그에게 정확하게 짜인 일정대로 움직여야하는 할리우드는 효율적이지만 종종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연기는 감정으로 일을 하는 거잖아요. 예를 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자마자는 감정이 100% 나오지 나는 사람도 있어요. 밤이 되어야 감정이 나오는 그런 사람의 경우는 할리우드 시스템이 손해죠. 무조건 공장처럼 딱 여섯시에 도착해서 그 날의 분량을 딱 끝내야 하니까 촬영장 안에서는 살벌해요.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긴 해요. 완벽하게 그 사람들처럼 일상이 되어버리지는 못했지만."

이런 고충은 이병헌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에 '라스트 스탠드'와 '스토커' 촬영을 위해 미국에 있었던 박찬욱 감독과 김지운 감독도 그와 고충을 함께했다. 세 사람은 서로 문자를 주고받기도 하고 실제로 만나기도 하며 같은 고민을 나눴다.

"촬영 기간 중에는 문자를 보냈어요. '죽겠다' '미치겠다' 그런 문자가 오면 저는 정두홍 감독과 같이 낄낄 거리고 웃었죠. 그러다가 셋이 영화를 마치고 어떻게 LA에서 만났어요. 박찬욱 감독과 김지운 감독은 감독의 입장이니까 훨씬 힘들었을 거예요. 감독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한국과는 비교가 안되거든요. 미국에서는 프로듀서의 힘, 투자자의 힘이 강해요. 말은 안했지만 우리 배우와 감독이 같이 할리우드에 와서 호흡을 맞추면서 영화를 만들면 훨씬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 같이 고민했다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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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1편을 찍을 당시만 해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오전 6시에 현장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오후 세시가 넘어서 '오늘 촬영이 없다'는 통보는 받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그랬던 이병헌의 위상이 2편에서는 확실히 달라졌다. 자신의 촬영 분량이 있을 때에 맞춰 현장에 도착하면 곧장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엄청난 변화였다.

"도착하자마자 촬영을 하는, '오후 4시에 와'해서 그 때 가면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는 것만 보더라도 저에게 많이 신경을 써줬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제작자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가 중간에 만든 트레일러를 몰래 보여주기도 했고요. 별 것 아니지만 예전과 다르게 대우하는 게 느껴졌어요. 영화 후시 녹음을 하러 미국에 갔을 때 파라마운트 마케팅 책임자가 트레일러를 봤냐고, 첨가하고 싶은 장면이 있냐고, 음악은 어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아이디어도 낼 수 있고요. 결국 적용 된 것 하나도 없지만(웃음). 그런 것을 물어봐주는 자체가 아시아 시장에 대한 그들의 기대가 느껴졌던 부분이에요."

기자회견 당시 이병헌에 대해 유머있고 친절하다고 칭찬했던 애드리앤 팰리키의 말이 떠올라 배우들과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묻자 그는 '휴대폰 케이스'에 대한 일화를 털어놨다. 미국 전역에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질 때 '지.아이.조2' 촬영 현장에는 'HB 스타일'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몇 명한테 휴대폰 케이스를 줬어요. 우리 회사에서 나온 제 그림이 그려진 휴대폰 케이스였는데 인기가 정말 많았어요.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못 주겠는 거예요. 제 그림인데 쑥스럽잖아요. 그런데 줬더니 그게 소문이 나서 카메라 감독이고, 배우고 다들 달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 같으면 '나도 줘'할 텐데 다들 말은 못하고 '그거 봤는데 너무 좋더라?'라고 하고 10분 있다가 또 와서 '진짜 괜찮더라'라고 하고. '줄까?'하니까 '응!'하고(웃음). 50개 가져가는데 다 주고 또 주문해서 줬어요. 휴대폰에 'BH스타일'이라고 써 있는데 다들 'BH스타일'이라고 부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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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이병헌의 액션 대역으로 '지.아이.조2'에 함께한 정두홍 감독. 할리우드에서는 볼 수 없는 그의 독특한 액션 스타일도 현지 스태프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갔다. 대역으로 합류했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낼 수 없었던 정두홍 감독을 대신해 이병헌이 액션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제 액션신에서 정두홍 감독의 연출이 많이 들어갔어요. 애초에 만든 것보다 훨씬 더 좋아서 다들 박수를 치고 그랬어요. 그들은 정두홍 감독을 '두'라고 불렀는데 '두가 만들면 뭔가 지저분한데 좋다'고들 하더라고요. 무슨 말이냐면, 그들은 딱딱 맞춘 무술에 익숙한 사람들인데 우리나라 액션은 자세가 흐트러지기고, 엎어지기도 하지만 사실적으로 하잖아요. 흐트러지면 어때, 그게 사실적인데. 그런 걸 보여주면 박수가 나와요."

'지.아이.조2'에서 많은 대사를 소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병헌의 영어 대사는 수준급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의사소통 때문에 당황한 순간도 있었다.

"감독이 막 이런 건 어렇게 해달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에는 '뭐라고?'라고 물었어요. 그러면 또 막 설명을 해주고. 자꾸 물어보기 약간 미안해지면 그냥 '알았어'라고 하고 연기를 하는데 디렉션과 전혀 다른 걸 해버리는 경우도 간혹 있었어요. 그럴 땐 '에이, 공부 더 해두고 갈 걸'하고 아쉬움이 있었죠." (반면 존 추 감독은 이병헌의 영어가 완벽했다고 칭찬했다.)

'지.아이.조2'에서 만났던 부르스 윌리스와 '레드2'로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레드2'에서는 서로 붙는 장면이 가장 많은 배역이다. 이병헌은 "비중 얘기를 많이 하는데 비중보다는 존재감이 더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단 영화 자체가 굉장히 다른 장르의 영화이기 때문에 아마 '지.아이.조2'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면들이 있을 거예요. '지.아이.조2'에서는 브루스 윌리스와 인사를 하는데서 끝났다면 '레드2'에서는 가장 많이 부딪치는 캐릭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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