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성 "'영웅본색' 보고 '의리'에 반했다"(인터뷰)

영화 '영웅: 샐러멘더의 비밀' 장현우 역의 김보성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3.03.1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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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은 이병헌과 배두나만 국위선양한 배우랴. 그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동안 김보성(47. 본명 허석)이 러시아에서 촬영한 '영웅: 샐러멘더의 비밀'은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었다.

'투캅스' 시리즈, '깡패수업2' '보스 상륙작전' 등 수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최근 스크린에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정작 본인은 "'최후의 만찬'이 정말 '최후의 만찬'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어찌 쓰린 속이 없으랴. 10년 만에 자신이 주연작에 이름을 올린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김보성을 만났다.


'영웅: 샐러멘더의 비밀'과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표도르의 팬이던 김보성이 우연히 표도르의 한국 매니저를 통해 시나리오를 전달받았고, 장현우 역에 반한 김보성은 액션 비디오를 들고 러시아로 날아갔다. 개런티도, 촬영 일정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액션과 적극적인 모습에 반해 야킴추크 감독은 출연을 원했던 한국 톱스타들을 제치고 김보성을 장현우 역으로 낙점했다.

"보는 순간 '이건 애국심으로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팍 들었어요. 한국인이 히어로로 나오는 외국 영화가 거의 없잖아요. 그나마도 한국인이 아닌 비슷하게 생긴 아시아인이 어눌한 한국어로 하고. 한국인이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미 2년 전 러시아와 유럽에서 개봉했던 '영웅', 특히 독일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김보성의 분량을 일부 추가해 재편집을 했다. 감독의 의도를 해칠 우려도 있지 않은지 묻자 오히려 감독의 의도와 더 맞는 것은 한국 버전이란다.


"감독이 의도했던 건 한국 버전에 더 가까워요. 러시아에서 개봉했을 당시에는 제작사 쪽 의견도 있고 해서 내 분량이 일부 삭제됐었죠. 감독이 그때 '만약에 한국에서 개봉하면 꼭 원래 의도대로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그렇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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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영화 속 김보성은 해외 작품에 출연한 어떤 배우보다도 많은 한국어 대사를 선보인다. 이 또한 야킴추크 감독의 의도 그대로다. 한국과 한국인을 좋아한다는 야킴추크 감독, 김보성은 감독의 다음 작품도 함께하길 기대하고 있다.

"아마 러시아에 다시 가야할 것 같아요. 감독님이 지금 두 편의 영화를 기획중인데 제가 지금 논의 중인 건 액션영화예요. '영웅'보다 좀 더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야킴추크 감독은 한국 개봉을 앞두고 내한하고 싶다는 뜻을 김보성에게 전하기도 했지만 국내 사정상 추진되지는 못했다. 개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배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김보성의 마음도 무겁다.

"대중들의 관심이나 호응도는 의리로 도와주자는 것이 느껴지는데 비에 비해 극장 수가 너무 적어요. 그래서 죄송스럽죠. 기대에 부응해야하는데. 시스템 자체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배급 때문에 마음이 좀 무거워요."

김보성하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바로 '의리'다. 꽉 쥔 주먹을 내보이며 '의리!'를 외치는 그의 모습은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그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사나이가 된 계기는 무엇일까. 답은 바로 '영웅본색'이었다.

"'영웅본색'을 100번도 넘게 봤어요. 영화를 보고 '왜 이렇게 살 수 없지? 왜 우리 사회는 이럴 수 없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진정한 의리와 정의를 지키려는 것, 멋지잖아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었요."

의리를 지키고 사람을 믿는 인생관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렇다고 모두를 의심하며 살 수는 없는 것, 그는 이제 상처받고 배신당하는 것에 담금질이 됐다. 이제는 그저 '에이, 그렇지 뭐'하고 넘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정의롭게 살겠다는 인생관에서 얻은 것도 물론 있었다. 십여 년 이상 묵묵히 해온 봉사를 인정받아 최근 시사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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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정의'에 대한 그의 갈망은 연기 인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의로운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영화에서만큼은 권선징악을 보여주고 싶었던 김보성, 그 때문에 악역은 들어오는 족족 거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악역을 해보지 않은 것, 멜로를 해보지 않은 것이 아쉽죠. 젊은 마음에 '나는 끝까지 정의의 사도로 갈거야'라고 했던 것 같아요."

한 동안 스크린에서 보기 힘들었던 김보성. 특별한 이유가 있나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심플했다. 작품이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영웅'이 개봉하며 드디어 아이들에게도 아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그는 인터뷰가 있던 날 시사회에 아이들과 아내를 초대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아빠는 옛날 배우라고 생각할 까봐 좀 그랬어요. 아이들의 기억에 아빠는 예능에서의 모습이 다니까. 애들에게 아빠의 액션을 좀 보여주고 싶죠."

영화에 대한 오해도 있다. 예능에서 보여준 김보성의 이미지와 파이터 표도르 선수가 출연했다는 것 때문에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영화를 드라마 없는 오락영화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영웅'이 단순한 오락영화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 영화는 재난을 막기 위한 사투를 그렸어요. 그런 위험이 내재된 상황에서 특공대가 투입되면서 휴머니즘과 헌신을 담은 거죠. 단순히 그들이 군인이기 때문에 투입이 됐다는 것이 아니에요. 장현우는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가는 거예요. 목숨걸고 사투를 벌이고 희생하고. 인류애에 대한 관점에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보성과 표도르가 나왔다고 '싸우는 영화'로 생각한다면 정말 아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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