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다룬 '지슬', 극장가 아름다운 흥행돌풍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04.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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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이 극장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독립영화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달 21일 개봉한 '지슬'은 지난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6만명을 넘어섰다. 5만 관객을 넘어선지 불과 이틀만에 거둔 성과다. 그만큼 '지슬'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는 뜻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독립영화에는 1000만 같다는 10만명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슬'은 현재 전체 다양성영화 중 70%가 넘는 매출액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다양성영화란 국내 독립영화, 해외 예술영화, 국내외 다큐 등 비상업영화를 뜻한다. 다양성영화를 찾은 관객 3분의 2가 '지슬'을 관람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크린수도 당초 16개에서 57개로 대폭 늘어났다.

오멸 감독이 연출한 '지슬'은 제주 4.3 사건을 그린 영화. 4.3 사건은 1948년 4월3일부터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중항쟁. 1947년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한 좌익세력의 무장봉기에 대해 군,경이 강경진압을 시도하면서 무고한 제주도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당시 전체 제주도민의 10분의 1인 3만명 가량이 희생됐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진상조사위원회 의견에 따라 유족과 제주도민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슬'은 이런 4.3 사건에 대해 마치 깊은 밤 귀신이 들려주는 슬픈 이야기처럼 조용히 읊조린다. 영화는 토벌을 피해 마을사람들이 동굴로 피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름답고 처연하고 마법처럼 그린다. 제주도 출신인 오멸 감독은 제주도 배우들과 함께 제주의 삶과 아픔을 담담히 그려낸다. 카메라를 제기처럼 사용, 무고하게 떠난 사람들의 넋을 위로한다.


굴속에 숨어 지슬(감자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을 먹으면서도 이웃끼리 티격태격 싸우고, 어머니가 불에 타 죽은 곳에서 가져온 지슬을 돌려 먹는 모습 등 영화 속에선 삶과 웃음, 공포와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광경이 흑백으로 아름답게 전해져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이런 울림은 영화제에서 먼저 퍼지기 시작했다. '지슬'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에 이어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황금수레바퀴상,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례적으로 제주도에서 먼저 개봉해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개봉을 추진했다.

관객들의 울림은 점점 더 퍼져 나가고 있다. 영화를 본 박찬욱 감독과 권해효, 요조 등이 추천을 하기 시작해 이적,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트위터를 통해 홍보에 나섰다. '지슬'에 관한 입소문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더욱 번지고 있다.

'지슬' 흥행은 한국영화 1억 관객 시대에 벌어진 사건이라 더욱 뜻 깊다. 최근 한국영화계는 지난해 1억 관객시대를 연 이후 신바람 보단 경계의 목소리가 컸다. 안전한 기획영화가 양산되고,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심해지며,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다양한 영화들이 설 자리가 사라져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슬'은 제주라는 섬에서 만들어져 보내온 기쁜 소식이다. 마침 멀티플렉스 CGV에서 다양성영화를 상영하는 무비꼴라쥬를 20개관으로 두 배 늘렸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지슬'이란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환경, 지금 한국영화에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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