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친'도 다이빙? 도 넘은 포맷 베끼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06.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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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부터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한 장면, SBS '맨발의 친구들' 첫 촬영 모습, MBC가 판권을 구입한 '셀리브리티 스플래쉬' /사진=KBS, MBC,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맨발의 친구들'이 다이빙에 나선다. 연예인 출연진들이 다이빙 기술을 연마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 똑같이 강호동이 나온다고 헷갈리면 안된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이 아니고 SBS '일요일이 좋다'의 '맨발의 친구들'이다.

'맨발의 친구들'(이하 '맨친')의 다이빙 도전은 여름을 맞은 분위기 전환용으로 보인다. 이미 오프닝 촬영을 마쳤고, 지난 11일 전해진 김범수의 부상 역시 다이빙 연습을 하던 중 발생했다.


제작진은 시원한 볼거리를 앞세워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내로라하는 출연진을 앞세워 해외 촬영까지 감행하면서도 부진한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맨발의 친구들'이 현지인들과 땀흘리며 호흡하는 모습을 담겠다는 포맷을 완전히 바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순진한 기대를 안고 지켜보기엔 '맨친'의 다이빙 프로젝트는 뒷맛이 씁쓸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는 세상이라지만 경쟁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이 확연하기 때문이다. 출연진이 머리를 맞대 다이빙을 하기로 하고 틈틈이 연마에 나서서 그 결과를 선보인다는 '맨친'의 다이빙 프로젝트는 MBC '무한도전'식 다이빙 도전의 연장선상에 선 '우리동네 예체능'의 다이빙 버전으로 보인다.

화요일 밤의 강자로 자리잡은 '우리동네 예체능'은 이미 스포츠 대결을 콘셉트로 내세워 시청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운동을 즐기는 이웃과 스포츠 대결을 통해 긴장감과 재미를 안긴 게 주효했다. 배드민턴, 볼링 등 생활체육 종목들이 예능의 중심에 섰다. 심지어 '맨친' MC 강호동은 이미 '우리동네 예체능'의 중심축이다. 강호동이 2개 방송사의 2개 프로그램을 오가며 벌이는 스포츠 대결이라. 방송 관계자 뿐 아니라 시청자들 또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는 8월 중순 새 예능 프로그램 '셀리브리티 스플래시'(CELEBRITY SPLASH)'(가제)를 선보이는 MBC 역시 '맨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세계적 다이빙 서바이벌 쇼인 '셀리브리티 스플래시'는 높은 다이빙대 위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각계 스타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스릴과 감동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맨친'의 다이빙 프로젝트와 소재며 콘셉트가 고스란히 겹친다. 정식으로 판권을 구매한 MBC에서는 더욱이 '맨친'이 직전에 끼어들어 방송을 먼저 내보내기로 해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셀리브리티 스플래쉬'는 불과 지난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콘텐츠 마켓인 MIPTV에서 해외 방송사들 사이에 화제를 모았다. MBC는 물론이고 SBS 등 국내 방송사들도 MIPTV에 참석한다. '셀리브리티 스플래쉬' 판권을 지닌 제작사인 EYEWORKS가 "MBC를 비롯한 유력 지상파 방송사에서 포맷 계약을 시도했으나 최종 MBC와 판권을 계약하게 됐다"고 밝힌 점이 의미심장하다.

SBS가 입찰에 참여했다가 불발됐는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쟁 입찰 끝에 정식으로 판권을 구입한 MBC나 국내 유력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포맷을 공개했던 판권자 측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예능 포맷의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다. 화제 속에 방송중인 tvN의 'SNL코리아'를 비롯해 2007년부터 꾸준히 KBS 2TV의 '1대100' 등 해외 포맷을 정식으로 차용한 프로그램들은 이미 국내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게 자리잡았다. 이미 몇 차례 시즌이 거듭된 MBC의 '댄싱 위드 더 스타',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포맷 수입 사례다.

동시에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MBC '나는 가수다'가 중국 후난TV에서 방송돼 대박을 치며 시즌2,3을 준비하고 있고, MBC의 '아빠 어디가'에 이어 '진짜 사나이'도 중국 포맷 수출을 앞뒀다. JTBC '히든싱어' 역시 마찬가지다. 신선한 포맷 자체가 자산이고 경쟁력이라는 건 방송 전문가가 아니라 TV를 보는 꼬마 시청자도 안다.

예능 포맷은 서로 영향을 끼치며 변화하고 발전하지만 도 넘은 베끼기, 콘셉트 가로채기는 보는 맛이 씁쓸하다. '맨친'은 정말 이것밖에 답이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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