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日역사인식 부재..위안부문제, 韓에 사과해야"

"역사감각 잃으면 나라가 망해" 아베 정권에 재차 일침

도쿄(일본)=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07.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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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사진=스튜디오 지브리, 대원미디어


"역사감각을 잃으면 나라가 망한다."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침을 가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역사감각을 잃으면 나라가 망한다며 다시 따끔한 지적에 나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6일 오후 도쿄도(道) 코가네이시(市)에 위치한 자신의 개인 아틀리에 니바리키(二馬力)에서 열린 한국 기자단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989년도 버블이 붕괴되고 같은 시기 소련도 붕괴했다. 그 시기 일본인은 역사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현재의 일본이기 때문에 하시모토(위안부 관련 망언으로 논란이 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내내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미야자키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는 "현재 일본 젊은이들이 역사 감각을 안 가지고 잊기 때문"이라며 "잊으면 안된다. 역사 감각을 잃어버리면 그 나라가 망한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예전에 청산했어야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그 문제가 하시모토의 이름으로 또다시 오르내리는 것은 굴욕적인 일"이라며 "일본. 정부가 한국이나 중국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예전 군부가 일본인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렇게 역사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간 경제 이야기만, 돈 이야기만 해 왔다"며 "마치 경제가 안 좋으면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 같은 상황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영화에 있어서도 언제부터인가 흥행 수입이 얼마인가만을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스포츠 선수의 상금이 얼마라든지, 사람들이 얼마를 버는지는 사실 물어보지 않는 것이 예의였던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동아시아 지역은 사이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한국, 일본은 서로 싸우면 안된다"며 "지금은 격동의 시대다. 지금 시기에 별 것 아닌 것으로 문제를 삼으면 안되겠죠"라고 말했다. '별 것 아닌 것'이 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과거사가 별 것 아니라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총리를 그렇게 말해서 좀 그렇지만 총리는 곧 바뀔 것이기 때문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돈을 찍어내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 안한다. 열심히 매일매일을 사는 게 중요하다"며 "요즘 '아베노믹스'가 대두되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하고 충실히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매월 발행하는 소책자 '열풍' 7월호를 통해 '헌법 개정은 당치 않은 일'이라른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 움직임을 비판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우편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을 연출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다.

지난 20일에는 '벼랑 위의 포뇨' 이후 5년만에 내놓은 신작 '바람이 분다'를 선보였다. 태평양전쟁 당시 사용된 일본 전투기 제로센의 설계자인 호리코시 지로의 젊은 시절을 담은 담은 작품이다. 비행기를 향한 꿈을 전쟁 하에서 이뤄야 했던 청년의 열정과 아이러니를 담았다.

'바람이 분다'는 다음달 열리는 제 7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지난 20일 일본에서 개봉했으며, 오는 9월 초 한국 개봉을 앞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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