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부터 이서진까지..리얼리티예능의 배우 활용법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서진, 김광규, 이종혁, 장혁 / 사진=방송화면 캡처

"이 배우에게 이런 면이 있었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사랑받던 배우들이 예능판을 주름잡고 있다.


현재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를 필두로 MBC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 MBC '나 혼자 산다', tvN '꽃보다 할배'등 대세가 된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들 속에서 배우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관찰예능프로그램이라는 점,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흔히 '예능인'이라고 부르는 방송인들보다 배우들이 더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아빠 어디가'에는 성동일, 이종혁 등 배우가 두 명이나 등장한다. '나 혼자 산다'의 김광규와 이성재 역시 배우이며, '진짜 사나이'에도 김수로, 장혁, 류수영 등 배우가 세 명이나 등장한다.


'꽃보다 할배'는 전 출연진이 배우로 구성돼 있다. 드라마를 주름잡는 연기파 할아버지 4인방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이들을 보필하는 미대형 이서진까지 모두 배우이다.

배우들이 이처럼 예능에 출연하는 것이 갑작스러운 트렌드는 아니다. 배우들은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와 고정멤버들과 함께 색다른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한발 다가서기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와 다른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며 관심을 받았다. MBC '무한도전'의 소지섭 특집이나 KBS 2TV '여배우 특집'등은 이처럼 배우들의 이미지를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적극 활용하며 사랑 받았다.

이렇듯 예능프로그램에서 감초 역할을 하던 배우들은 예능프로그램의 트렌드가 쇼버라이어티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옮겨가며 점점 예능의 중심에 서고 있다.

TV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감초 연기자 김광규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광규는 혼자 사는 남자의 삶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솔직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일 방송에서는 데프콘과 함께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자신의 일상생활을 시청자와 공유하며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재미를 주고 있다.

미대형 이서진 역시 PD의 말에 속아서 출연한 '꽃보다 할배'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 2011년 종영한 MBC사극드라마 '계백' 이후 안방극장에서 공백기를 가졌던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로 화려하게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걸그룹이 나온다는 말에 속아서 할아버지이자 대선배이신 4명의 '꽃할배'들을 보필하며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난 이서진의 모습은 시작부터 웃음을 줬다. 또한 이서진은 평균나이 76세인 할배들 사이에서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는 40대 젊은 청년의 패기를 보여주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아빠 어디가'의 성동일과 이종혁 역시 종횡무진 활동 중이다. TV 속에서 감초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던 성동일은 방송 초반 엄한 아빠로 등장해,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고백하며 "아빠와의 추억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조금씩 아들과 가까워지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아빠로 변하며 시청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종혁은 아들 준수와 친구처럼 지내며 잘 놀아주는 모습을 보이며 다정한 아빠의 이미지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군대에서 땀 흘리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배우들도 있다. 김수로는 '진짜 사나이'에서 믿음직한 맏형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그는 유격훈련을 받던 중 어깨부상을 당했으나 끝까지 전우들과 함께 훈련을 받으려는 의지를 보이며 시청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류수영은 '진짜 사나이'를 통해 긍정의 사나이로 거듭나며 여성시청자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힘든 훈련 속에서도 늘 준비된 모습과 웃는 얼굴을 보이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뒤늦게 합류한 장혁 역시 뭐든지 열심히 척척해내는 군인의 모습으로 '유격왕', '열혈병사' 등의 별명을 얻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그는 각 잡힌 모습 속에서 가끔 자신도 모르는 허당의 모습까지 선보이며 웃음을 주고 있다.

이처럼 많은 배우들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해당 프로그램들이 흔히들 말하는 '말발'이나 '개그감'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프로그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안방극장이나 스크린에서 본인의 실제 모습 대신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배우들은, 관찰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의 실제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와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계백 장군 이서진이 할배들의 짐꾼으로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보며, 또 감초연기자 김광규가 전하는 외로운 노총각의 일상을 보며 드라마 속 배우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이처럼 진정성을 필요로 하는 리얼리티 예능은 캐릭터 속에 숨어있는 배우를 통해, 또 배우는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며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