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완 "연기못하면 잘린다는 말..힘됐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3.11.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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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주완/사진=임성균 기자


2004년 온주완이 '발레교습소'로 등장했을 때, 그리고 1년 뒤 '피터팬의 공식'을 찍었을 때, 영화계는 새로운 기대주 등장에 환호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면서도 무작정 등대 불빛을 향해 헤엄치는 소년. 온주완은 불안한 영혼을 눈으로, 몸짓으로 표현할 줄 아는 배우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 뒤로 10여년이 훌쩍 지났다. 기대주는 기대만큼 빛을 발하지 못했다. 누군가 "온주완 연기 잘하는데"라고 하면 "처음부터 잘 했다"고 할 순 있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제대로 된 연기를 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14일 개봉하는 '더 파이브'(감독 정연식, 제작 시네마서비스)은 온주완의 제대로 된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다. '더 파이브'는 연쇄살인범에게 남편과 딸을 잃고 하반신마저 마비당한 한 여인이 복수를 위해 다양한 삶을 사는 4명을 모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온주완은 '더 파이브'에서 아름다운 인형을 만들기 위해 추악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여인을 죽이는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았다. 새로운 창조를 위해 파괴를 해야 한다고 믿는 남자, 자신이 죽이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만든 인형을 더 사랑하는 남자, 스스로를 예술가이며 창조자라고 믿는 괴물.

10년 전 갈 곳을 몰라 서성이던 소년은 이제 자신의 세상을 만드는 청년이 됐다.


-'더 파이브'는 이야기가 재밌어서 했나, 아니면 역할이 좋아서 했나.

▶특이해서 했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이 인물이 살인을 하는데 적어도 내게는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마치 영화 '향수'나 '아메리칸 사이코' 같았다.

-온주완이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어울릴까란 생각도 들던데.

▶나와 영화 속 역할이 매칭이 안 되는 게 더 좋긴 했다. 그동안 보여줬던 나와 1%도 겹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한 건 아니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점점 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

-사실 처음부터 이 역할이 온주완은 아니었는데.

▶10개월 쯤 쉴 때 이 시나리오를 읽었다. 제안을 받은 건 아니었다. 재밌는 시나리오를 구해달라고 해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그래서 정연식 감독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정연식 감독을 만난 뒤 매일 연락을 했다. 사실 시네마서비스에서 강우석 감독님은 나를 반대했었다. 정연식 감독님이 "다른 배우들과 공평하게 오디션을 볼 수 있겠냐. 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믿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연식 감독님은 내가 계속 열의를 보이자 믿음을 가지신 것 같았고. 그래서 오디션을 봤다. 한 달을 더 기다렸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너무 하고 싶었으니깐. 그래도 내께 안된다면 할 수 없지만. 강우석 감독님이 처음에 "못 하면 촬영 2~3회차 만에 바꿀 수 있다"고도 하셨다. 그 말이 자극이 되서 끝까지 긴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정연식 감독님은 당근을, 강우석 감독님은 채찍을 쓴 것이다. 나중에 편집본을 보고 강우석 감독님이 "잘했다. 고맙다"고 했다. 진심으로 기쁘더라.

-데뷔했을 때 상당히 주목을 받았는데 그 뒤론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아쉽지는 않았나.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비중을 보면서 작품을 하진 않았다. '돈의 맛'도 그랬고. 내가 이 역할에 안 어울린다고 보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 또한 정확한 것이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KBS 2TV드라마 '칼과 꽃'을 했을 때 몇 분이 "온주완 연기 잘하는데"라고 해주셨다. 힘이 되는 말들이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힘이 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 달라지겠지만 온주완에 대한 선입견도 분명히 있을텐데.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 맞춰서 일을 해야지, 선입견에 맞출 수는 없다.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역이다. 그러면서도 인형에게는 사람보다 더한 애정을 쏟고. 그런 연쇄살인범 역할을 하다보면 일상에도 영향을 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복수하는 여인 역할을 맡은 김선아 선배와 다른 것 같다. 김선아 선배는 아직까지도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다. 나도 초반에는 거울을 보면 끔찍한 얼굴이 비쳐져서 힘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촬영 끝나면 친구들을 만나서 매일 이런 걸 찍었고, 이것 때문에 힘들었다고 쏟아냈다. 짐을 나눈 것이다.

그래도 이런 부분은 있었다. 김선아 선배를 방망이로 때리는 장면을 15번 정도 다시 찍었다. 처음에는 "컷"이 들리면 김선아 선배에게 다가가서 "괜찮냐. 미안하다"는 말을 했는데 테이크가 반복될 수록 그런 게 사라지고 "컷"이 외치면 그냥 무덤덤하게 모니터로 가게 되더라. 사람 일이라는 게 반복되면 죄책감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이 역할도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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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차기작은 송승헌 조여정 등과 같이 찍는 김대우 감독의 '인간중독'인데. 신뢰하는 상사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빼앗기는 남자 역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성공 때문에 눈을 감고. 또 쉽지 않은 역할인데.

▶전혀 다른 이야기고, 전혀 다른 역할이라 재밌다. 찍으면서도 즐겁다.

-데뷔할 때 감독 복이 많았고, 요즘 다시 감독 복이 많은데. 데뷔 때만큼 계속 빛나지는 않았지만 작품 속에서 순간순간 드러난 찰나들이 차곡차곡 쌓인 것 같은데.

▶지금까지 늘 감독 복이 많았다. 그래서 감사하고. 그래서 내 필모그래피가 소중하다.

-요즘 연애는 하나. 한 때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와 스캔들도 있었는데.

▶그 때는 정말 아니었다. 같이 봉사하러 다니다보니 와전된 것 같다. 스캔들이 나고 오히려 말들이 날까봐 아예 봉사도 따로 다니게 되더라. 지금은 연애를 오래 못하다보니 친구들과 옷 사러 다니는 재미에 빠졌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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