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16)선우정아 2집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12.2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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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소다 대표와 미팅을 가졌다. 선우정아를 아냐고 물었다. 난 모른다고 했다. YG에서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고 자신의 작품(1집)도 발표한 적이 있다고 했다. 헌데 이런 얘길 했다. “장.난.아.니.다.” 당장 1집을 들어봤다. 2006년 4월에 발표한 앨범이었는데 심상치않음을 느꼈다. 7년이 지난 후 더욱 성장한 그녀의 그녀만을 위한 작품을 듣고 싶었다.

제작사에서는 전곡이 너무 좋다며 앨범으로 발표했을 때 타이틀곡 외의 곡들이 묻히는 게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 2월부터 한 곡씩 선공개 디지털 싱글컷을 하기로 하고 2월에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 3월에 '주인공의 노래'를 출시했다. 그리고 4월 대망의 정규 2집을 출시하였다. 출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평론가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꾸준히 공연을 하였다. 녹음된 작품을 통해 공연을 기대한 이들에게 기대 이상의 전율을 주었다. 결국 네이버 오늘의 뮤직 선정 2013년 베스트 앨범 1등을 차지했다. 그녀는 2013년 최고의 아티스트이고 그녀의 작품은 2013년 최고의 작품이다."


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선우정아가 지난 4월에 낸 정규 2집 'It's Okay, Dear' 얘기다. 기자 역시 지난 10월21일 '2013년 사운드가 소름돋았던 앨범 톱31'이라는 칼럼에서 이 앨범을 언급했는데, 내용은 이랬다.

"올해 똘망똘망한 여성 보컬 앨범을 두 장 고르라면 나윤선 앨범과 선우정아 앨범을 택하면 된다. 모든 곡을 능숙하게 가지고 논다는 그런 느낌. 그중에서도 4번트랙 'Purple Daddy'는 이 앨범 최고의 백미. 타이틀곡 '뱁새'에서는 자신감을 넘어 장난기마저 느껴진다. 올드팝 명곡 'You Are So Beautiful'은 선우정아 스타일로 완벽히 다시 태어났다. 갑자기 드는 생각 하나. 원래 노래는 이렇게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사운드? 오디오파일들이 좋아해마지 않는 노라 존스의 2002년 앨범 'Come Away With Me'에 필적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도대체 어떤 앨범인데 왜 이리 호들갑이야?, 라고 묻는 당신, 이미 늦으셨다. 진작 들으셔야 했다.


선우정아는 이창희 대표 말대로 YG에서 2NE1의 '아파', GD & TOP의 'Oh Yeah', 이하이의 '짝사랑' 등을 작곡했다. 2NE1의 'I Don't Care' 편곡자도 바로 그녀다. 2집에서도 8곡을 작곡했고, 전곡을 편곡, 프로그래밍, 프로듀싱까지 했다. 그녀는 또한 거의 절정에 달한 보컬리스트다. 재즈, R&B, 소울, 록, 레게 등 장르는 상관없다. 그 무엇이 됐든 간단히 넘어버린다. 가창력 잣대는 이미 소용이 없다. 한마디로 모든 곡들을 '가지고 논다'. 분명히 귀로 듣는데 가슴에서 뭔가가 녹는 이 달콤한 느낌. 여기에 노랫말까지 듣자마자 꽂힌다. 선. 우. 정. 아. 세상은 참 불공평함을 다시 느낀다. 자, 백견이 불여 일청.

1번트랙 '주인공의 노래'. 어쿠스틱 기타로 문을 연다. 몸풀기로 '원 투 쓰리' 나즈막하게 부르며 들어오는데 영락없는 어린 이하이다. 하지만 '라랄라랄라랄라' 같은 스캣에서는 수많은 청중 앞에서 수천번 노래를 부른 노련한 엘라 핏츠제랄드. 창법, 음색, 기교, 심지어 공백과 엇박까지 모두가 치밀하게 짜여진 탓에 요즘 곡 치고는 긴 5분8초 내내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앞으로 펼쳐질 8곡에 대한 리딩 곡으로 손색이 없다. 선우정아의 이런 보컬에 얹히니 '자신을 전적으로 믿으며 살라'는 가사내용까지 설득력이 세다.

타이틀곡인 2번트랙 '뱁새'에서는 갑자기 포크로 갈아탄다. '새 옷을 차려입고 거울 앞에 섰는데 어색하기가 짝이 없구나/ 그토록 탐을 냈던 값비싼 외투인데/ 이건 내게 어울리지 않아 이건 내게 어울리지가 않아..' 성탄 선물을 받았지만 이내 실망하고만 예전 주근깨 삐삐의 투정이랄까. 확실히 선우정아의 보컬은 희귀성이 있다. 내년, 후년에도 이 대목에 실린 그녀 특유의 보컬색(뮤트를 낀 금관악기 같은!)을 기억할 팬들, 많을 듯. 하지만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창작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다음 대목이다. '..나도 좀 날아보자 나도 새다/ 같이 좀 날아가자 넌 너무 빨라/ 나도 재처럼 넓은 둥지에 태어났다면/ 재처럼 비싼 깃털이 남아돈다면/ 재처럼 힘센 날개를 달아본다면/ 훨훨 날아갈 줄 알았어 그러나 나는 나' 한 편의 단편동화 같은 이 구성과 재미, 무릎을 또 한번 친다.

3번트랙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은 피아노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선우정아가 선명히 보이는 곡. 분명히 차분히 꾹꾹 눌러담아 부르는데 마치 절규처럼 들리는 이유는 뭘까. 파괴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되레 '나'인 것 같은 이 착각은 뭘까. 이 혼돈을 부추기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드럼 사운드의 가세, 그리고 마무리. 가사와 창법도 그렇지만, 편곡면에서도 귀에 확 들어오는 트랙이다.

문제의 4번트랙 'Purple Daddy'. 앞의 3곡은 그야말로 몸풀기였다. 선우정아의 보컬이 마침내 폭발한다. '저 시커먼 하늘속'에서 아빠 별을 찾던 아이, 마침내 피를 토하듯 막무가내로 쏟아낸다. 피아노와 드럼 사운드도 위태롭기 짝이 없다. '..우리 아빨 돌려줘 지금 당장/ 우리 아빨 돌려줘 지금 당장/ 우리 아빨 돌려줘 지금 당장/ 우리 아빨 돌려줘..' 이 소름, 이 전율. 가창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형식을 파괴하면서까지 전달하고픈 무엇, 그리고 이를 그토록 애써 전하려는 아티스트의 진정성 때문이다. 이런 게 노래라는 것이다.

이어지는 '울지마'와 '알 수 없는 작곡가', 'Workaholic'은 셀 수 없이 다양다취한 선우정아의 창법 모음곡. 한마디로 뮤지컬 여주인공의 솔로 무대다. 그것도 매번 새로운 옷을 입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완전히 무대를 휘저어 버리는. 관객마저 박수치는 것을 까먹은. 특히 'Workaholic'은 여러 악기들의 다채로운 연주와 코러스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양 스피커 한 가운데에 뮤지컬 여주인공이 과장된 몸짓을 하는 게 그대로 '보인다'. 조 카커 원곡을 리메이크한 'You Are So Beautiful'은 선우정아의 1인2역 모노드라마. 컴퓨터 프로그래밍 효과가 단박에 느껴지는 그런 곡이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 트랙 '비온다'. 앨범을 시작하며 '내가 믿어야 할 것은 my eyes, not their eyes'('주인공의 노래')라고 외친 그 주인공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이런다. '잊을만 하면 자꾸 나타나는 어린 내가' 묻는 질문 'Why do you do such a stupid thing?'에 대한 어른의 구차한 변명이다. '..피하지 못할 일도 있는 거야/ 때가 탄 마음 흐려지는 꿈/ 이미 익숙해진 미련들의 분리수거..' 그러더니 대놓고 피터팬신드롬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자고 한다. '..다들 마음 한 켠에 아직 아이를 못지우고/ 어른의 탈을 쓰고 소리죽여 울곤 해/ 아직 난 놀고 싶어/ 비온다 비온다 비온다/ 모두 입을 벌려, 헤이, 1, 2, 3, 4'. 화통한 '원 투 쓰리 포'까지 듣고나서야 비로소 이해되는 이 구절. 'It's Okay, Dear'. 대단한 아티스트의 대단한 앨범이다.

p.s. 도대체 선우정아는 어떤 사람일까. 끝으로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이창희 대표의 말을 다시 들어본다.

"선우정아의 공연을 본 사람은 그녀가 무대에서 거의 미쳐있다는 걸 안다. 곡에 대한 해석도 뛰어나다. 이런 경우 무대 밖의 만남이 조금 걱정될 때가 있다. 일반인과 아티스트와의 어쩔 수 없는 간격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선우정아는 성격도 좋았다.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 안에 굳이 가두지 않았다. 앨범 발표 후 내가 진행하는 케이블 라디오에 출연하여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 유쾌함과 대범함 그리고 아티스트로서의 자기 몰입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집이 멀다고 했다. 인적이 드문 서울 근교의 시골이라고 했다. 그곳이 너무 좋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선 도시의 세련됨도 함께 느껴졌다. 그녀는 항상 양면이 공존했고 그래서 그녀의 작품이 그리도 버라이어티했나 보다."

cf. [대놓고인디]2013 올해의 음반 20선 =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②옥상달빛 2집 'Where' ③민채 EP 'Heart of Gold' ④프롬 1집 'Arrival' ⑤장미여관 1집 '산전수전 공중전' ⑥불독맨션 EP 'Re-Building' ⑦비둘기우유 2집 'Officially Pronounced Alive ⑧어느새 1집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⑨김바다 EP 'N.Surf Part.1' ⑩야야 2집 '잔혹영화' ⑪라벤타나 3집 'Orquesta Ventana' ⑫서상준 EP 'Wannabe' ⑬10cm EP 'The 2nd EP' ⑭강백수 1집 '서툰말' ⑮윤석철트리오 2집 'Love Is A Song' 16. 선우정아 2집 'It's Okay, Dear'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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