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칼럼]오디오와 인생(18)

이광수 / 입력 : 2014.02.2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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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13.5 /사진제공=메타뮤직사운드


1989년, 나는 'BEAM 13.5'라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 앰프는 회색 계열의 색상으로 마감된 것으로서 매우 안정적인 설계로 제작된 모노 모노 파워 앰프이다. 충분한 드라이브의 전단 구성과 출력관의 안정적인 설계 그리고 넉넉한 전원부로 구성을 하여 만들었는데, 그것은 나의 의도가 다분히 담겨진 설계이기도 하다.


출력이 130w나 되고 만만치 않은 무게를 가진 앰프를 사용하다가 고장이 나면 사용자나 제작자 모두 난감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줄이자는 목적이 설계의 핵심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앰프는 출시된 이후 업그레이드와 종합적인 점검은 몇 번 해준 적은 있었으나 지금까지 A/S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앰프를 제작해온 회사들은 대개 연질의 철판을 가지고 금형으로 찍어내든지 또는 절곡을 하는 방식으로 트랜스 커버를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고 섀시는 강도가 높은 철에다 도금 또는 도장을 해서 만들어 사용하거나 스테인레스를 가지고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는 알루미늄 압출물을 뽑아서 트랜스를 넣는 통을 만들어 빔 13.5를 만들었다.

어떤 앰프든지 전원 트랜스는 후단에 걸리는 부하와 더불어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서 그 속성상 열이 날 수밖에 없는데, 13.5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알루미늄 자재로 된 케이스와 섀시를 사용하게 되었다. 일반 철 판재를 가지고 만든 것에 비해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가며 트랜스 커버 금형과 바디 금형, 그리고 2000kg 가까이 되는 압출물의 비용과 가공비까지 합치면 철 케이스와는 비교가 안 되게 많이 들어간다.


나는 이 트랜스 커버 표면에 2mm 깊이로 12개의 홈을 주어 발열의 효과를 더 높게 하였는데, 이것은 표면의 공기면적을 더 주므로 발열의 효과를 높이는 구조이다. 트랜스는 아무것도 덮거나 씌우지 않고, 벗은 모양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트랜스도 작동을 할 때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은데, 그 생명체를 가둬놓고 일을 시키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까 한 번 생각해 보면 곧 이해가 될 것이다.

외국의 유명 회사들 중에 트랜스를 전혀 덮지 않은 앰프들이 있다(피셔, 스콧트, 다이나코, 리크 등). 대신 철저한 함침과 열로 굳혀서 상품을 만들어 낸다. 특히 독일계 앰프들은 코일 가리개도 없이 에폭시 처리로 마감을 한 앰프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지멘스, 텔레풍켄, 클랑필름 등) 실은 이 방법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어쨌든 이렇게 알루미늄 자재를 이용해 만든 13.5는 시장에 출시가 되었고 공장에서는 이 앰프를 만들기 위해서 기사들의 손이 분주하게 돌아갔다. 이 앰프를 만들면서 고충도 많이 있었는데, 출력 트랜스를 만드는 바인딩 기계가 너무 에러가 많이 나서 기사들이 손을 놓고 기다려 있기가 일쑤였다. 이 기계는 2대에 2200만원이나 들여서 구입한 권선기로서 국내 모 기업에서 제작한 것인데 한번에 10개의 보빈을 걸고 동시에 코일을 감을 수 있는 것으로 하루 작업으로 한 달의 앰프 작업 물량을 만들 수가 있는 기계다.

그런데 기계가 들어오는 날부터 문제가 생기더니 급기야 제작회사의 양모 과장이 자기회사 출근은 제쳐놓고 우리 회사로 출근을 해서 바인딩을 봐 주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잘 되지를 않자 양 과장이 우리에게 말하기를 그냥 한 개씩 감아 사용하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 큰 기계에 7cm가 채 안 되는 보빈을 하나씩 걸고 출력 트랜스를 감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바인딩이 끝나면 며칠간 모아서 코어를 끼우고 절연 니스에 넣어 진공 함침을 하고, 전기로에 넣어 130° 이상 열처리하여 케이스 안에 넣어 고정해서 사용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고입력 저능률 스피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저들은 이러한 스피커들을 구동시킬 수 있는 앰프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시장에는 출력이 큰 대형의 TR 앰프들도 쏟아져 나왔다. 내가 이 앰프를 만들 때는 벌써부터 가지고 있었던 내 나름대로의 계획이었는데, 그것은 출력이 적은 앰프에서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대형 앰프를 내놓으려고 하는 계획이었다. 다시 말해 그러한 스피커들을 대응해 급히 서둘러 만든 앰프가 아니란 말이다.

이 앰프가 출시되고 저능률 스피카들과의 매칭이 괜찮다고 하는 소문이 나면서 앰프는 그래도 꽤 나가는 편이어서 나는 조금 개량된 펜토드(PENTODE) 시리즈를 새로 구상하고 있었다.

여기서 빔 13.5와 관련해서 왜곡된 소문이 있는 것에 대해 이연구소를 아끼는 분들에게 밝혀 두고 싶은 말이 있다.

인터넷상에서 빔 13.5의 출력 트랜스가 문충환(문 삿갓)씨가 만든 것이 들어갔다고 하는 소문이 계속해서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빔13.5에는 문 삿갓이 만든 트랜스가 하나도 안 들어갔다. 앞에서도 밝혔듯이(칼럼 13회) 그가 트랜스를 만들어 가지고 온 수량은 총 4조(8개)에 불과했다. 그 때는 모델 우륵 50을 제작할 때인데 많은 대수 중에 겨우 4대에만 사용이 되었고, 그 후 그와의 조건상 맞지 않아 거래를 중단했다. 그리고 빔 13.5는 그 후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출시가 되었었다.

진작 이러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말이 많은 인터넷상에 공연한 말거리를 만들어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혹시 문충환씨가 이 글을 보시면 연락 좀 했으면 좋겠다.

제품을 만들어 놓고 보면 언제나 아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사실 제품의 음질과 퀄리티 그리고 후가공이나 마감 등의 문제들이 해결된 제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용자들보다 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간절한 바람이다. 이러한 부분은 항상 아쉬운 점으로 남게 되며 때로 이 아쉬움은 새로운 모델을 탄생케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 13.5를 대신할 펜토드 시리즈를 새로 만들기로 계획을 세우고 빔 13.5를 바탕으로 해서 외부 규격과 내부 구조를 조금씩 변경하고 모든 준비를 차질없이 다 마치고 도장공장을 부지런히 찾아 다녔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걱정만 하고 있었다.

하루는 숍을 경영하는 김모 사장님과 대화를 하다가 고충을 말했더니 김 사장님은 칠을 잘 하는 공장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H 공장을 소개해 주셨다. 빔13.5는 좀 하드한 느낌이 있어 펜토드 시리즈는 부드러운 색감을 주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이 공장은 내가 바라는 부드러운 색감의 칠이 잘 나올 것 같아 그 곳에다 바디와 트랜스 케이스를 맡겨서 칠을 해 펜토드 골드(pentode gold)를 생산하게 되었다.

/이광수 메타뮤직사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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