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드라마 '악녀일기'를 새로 쓰다!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14.03.14 11:11
  • 글자크기조절
image
드라마 속 악녀 '세번 결혼하는 여자' 손여은(왼쪽)과 '빛나는 로맨스' 조안 / 사진=SBS, MBC홈페이지


불편한 걸 개선하거나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걸 발견하는 건, 언제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다. 그건 꼭 과학이나 전자제품 같은 유형의 발명품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콘셉트의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며, 나아가 드라마 속 등장인물에서도 그렇다.

귀 찢어지도록 소리 지르고, 집어 던지고, 검은 눈동자보다 흰자가 더 보이도록 부릅뜬 눈. 대부분의 드라마 속 악녀의 모습은 이런 모양새였다. 이런 대표적인 악녀로 ‘아내의 유혹’ 속의 신애리(김서형)의 버럭 호통과 패악이 있으며, MBC 아침 드라마 ‘내 손을 잡아’에서 오신희(배그린)의 부릅뜬 눈으로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악을 지르는 모습을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전형화 된 ‘악녀 공식’을 깨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한 드라마들이 있다. SBS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채린(손여은)과 MBC ‘빛나는 로맨스’의 악녀 그룹들이 그렇다.


◆‘세결여’의 채린, 징징거리는 키덜트 악녀?

또박또박, 단어 하나 하나를 꼭 집어 내뱉는 말투, 속사포처럼 스피드하게 쏟아지는 말. 이건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속 인물들이면 트레이드마크처럼 지니고 있는 말투였다. 그런데, ‘세결여’의 채린이는 여기서 자유롭다. 재혼한 남편과 전처 딸 과의 사이를 질투하고, 그로 인해 딸을 때리는 계모 연기를 하는 채린이는 기존 드라마 속 계모들과 다르다. ‘계모’하면 생각나는 표독스럽거나 억척스러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면서 외모는 한없이 순수(?)해 보이고, 혀 짧은 소리를 내고 별것도 아닌 일에 징징 거리면서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행동한다. 반면 소녀(?)같은 외모와 달리 내면에는 의심과 불신이 베베 꼬여서 때로는 어린아이 같은 질투로 주변 사람을 질리게 만들다가, 때로는 분노 조절을 못해서 시어머니한테 ‘뭐!’라고 반말로 버럭 소리 지르고, 때로는 정신줄 놓아버린 듯 피아노를 칠 때면 ‘돌I’란 자막이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다.

기존의 악녀 이미지를 벗어던진 채린이는 ‘세결여’의 주인공들보다 존재감을 빛내면서 채린이가 등장하는 장면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기현상을 만들었다.


◆‘빛나는 로맨스’는 악녀 생산소? 악녀 그룹 탄생!

드라마에는 주인공이 있고, 반대편에 악인이 있어서 주인공을 괴롭히거나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극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때문에, 주인공과 악인의 대립은 드라마의 기본 공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대부분의 드라마 속에는 비중이 크건, 작건, 좀 더 악랄하던 아니던 상관없이 ‘악인’의 역할이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그러나, 대부분 ‘한 드라마 속, 한 명의 악인’이었다면, 최근 ‘한 드라마 속, 그룹 악인’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MBC의 ‘빛나는 로맨스’다.

빛나를 모함하고 괴롭히는 장채리(조안), 정순옥(이미숙)과 장재익(홍요섭)의 사랑을 이간질하며 깨트리는 김애숙(이휘향), 돈 많은 며느리를 보고 싶어 위장이혼을 시킨 허말숙(윤미라), 유부남을 유혹해서 가정을 파탄낸 엠마 정(지소연), 자동차 사고로 빛나 아버지를 죽인 진범 이태리(견미리)까지. 빛나네는 여기도 악녀, 저기도 악녀 투성이다. 이렇게 악녀들이 그룹으로 움직이다 보니까, 모든 상황들이 복잡하고 촘촘하게 음모로 얼키고설켜 ‘빛나는 로맨스’는 매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착한 주인공 빛나(이진)와 정순옥(이미숙)에 대한 안쓰러움과 하루빨리 악녀들을 통쾌하게 물리치길 바라는 마음이 배가 되는 건 ‘악녀 한 명’이 아니라, ‘악녀 그룹’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일 것이다.

공식화 된 악녀 이미지, 공식화된 악녀 구성의 탈피가 드라마의 신선한 활력이 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3개 반)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