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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리투 애니버서리 |
며칠 전 피곤한 하루를 마감하며 머리맡에서 조그만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아이폰의 인터넷 라디오 어플을 이용해 말입니다. 작은 볼륨으로 클래식, 가요, 재즈 가리지 않고 들었는데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일부 오디오파일들은 말합니다. 잠이 스르륵 들게 만드는 오디오야말로 최고라고요. 그만큼 고역은 거슬리지 않고, 중역은 깨끗하며, 저역은 나대지 않는다는 것이겠죠.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 있는 오디오 성능을 나름 쥐어짜느라, 그리고 그에 걸맞은 음악을 선곡하랴 머리에 쥐가 난 어느날 저녁, 동네 작은 슈퍼에 들렀습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조그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필의 옛 노래. 가게를 나즈막하게 채우는 그 음악의 황홀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날 그 순간, 그 주인이 어찌나 부러웠던지요.
③유니슨리서치 심플리투 애니버서리 + 탄노이 스털링SE
[김관명의 오디오매칭] 3번째 편은 진공관앰프를 골랐습니다. 첫 회에서 바쿤 프리, 파워 앰프와 함께 풍윤한 소리를 들려줬던 영국 탄노이 스털링SE에 이탈리아 유니슨 리서치(Unison Research)의 진공관 인티앰프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Simply Two Anniversary) 조합입니다. 맥북에 담긴 음원을 플레이해줄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은 영국 네임의 DAC V-1. [김관명의 오디오매칭]에서 계속해서 DAC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는 친구입니다. 24비트, 384kHz 음원까지 받아들여주니 PCM 음원 중에서는 현존하는 모든 파일 재생이 가능합니다. 물론 DAC은 고정 출력을 선택해서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의 볼륨노브로 음량을 조절하는 상황입니다. 아, 맥북에서는 아이튠즈와 함께 맥전용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인 오디르바나 플러스(Audirvana Plus)를 사용했습니다.
제 경험상 솔리드(solid)한 트랜지스터가 아니라 진공 상태의 유리관 안에서 뜨거워진 전자들의 이동으로 증폭이 이뤄지는 데서부터 진공관앰프의 모든 캐릭터가 다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음색이 따뜻하고 곱고 두텁다, 현과 여성보컬은 야들야들하고 보드랍다, 임팩트한 베이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증폭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음악신호에 대한 응답성이 트랜지스터만큼 빠르지 못하다, 수치상 출력에 비해 구동력이 월등하다, 여름엔 뜨거운 열로 인해 사용이 곤혹스럽다, 초단과과 출력관의 교체로 다양한 음색과 출력변화를 즐길 수 있다 등등. 한마디로 장점도 많고 단점도 수두룩하다는 거죠. 이밖에 진공관별로 음색이나 출력 등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고, 같은 진공관이라도 생산연도와 제조사에 따라 음질차이가 확연합니다. 그래서 일부 마니아들은 초단관이나 출력관을 수차례 바꿔가며 음색과 음질의 미묘한 변화를 즐기기도 합니다. 그냥 출고된 상태로 모든 것을 운명처럼 꼼짝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트랜지스터 앰프 유저는 꿈도 못꿀 일이죠.
너무 돌아왔습니다. 국내에 제법 많은 팬들을 거느린 유니슨 리서치사는 지난 1987년 이탈리아의 유명 오디오파일이었던 G.M. Sachetti가 설립한 진공관 앰프 전문 제작사입니다. 첫 작품 GLOWY부터 천편일률적이었던 앰프 외양에서 탈피, 원목을 적절히 활용한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더니 1995년 내놓은 12W 출력의 인티앰프 심플리 투(Simply Two)로 대박을 쳤습니다. 그리고 이 심플리 투 생산 15주년을 맞아 1000대 한정판으로 나온 게 바로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입니다. 지금은 단종된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 후계로 Simply Italy(12W. EL34 채널당 1개 사용)가 있고, 이 윗급으로 S6(35W. EL34 채널당 3개), S9(35W. SV572 채널당 2개), Preludio(15W. KT88 채널당 1개), Sinfonia(30W. KT88 채널당 2개), Performance(40W. KT88 채널당 3개), Absolute 845(40W. 845 채널당 2개)가 있습니다. 입력단에만 진공관을 쓰고 출력단에는 트랜지스터를 쓴 하이브리드 앰프도 UNICO 라인(Primo, Nuovo, Secondo, 50, 100)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는 전작 심플리 투에 비해 출력이 10W로 줄어들고 일부 배선과 부품을 바꾼 점을 제외하면 거의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단관으로 채널당 쌍3극관인 12AU7(ECC82) 1개, 출력관으로 EL34 1개씩을 써 싱글엔드 클래스A로 구동합니다. CD, AV, 튜너, AUX 등 입력단자가 왼쪽 측면에 붙어있는 점, 스위치를 통해 피드백 양을 5dB 혹은 12dB로 조절할 수 있는 점, 출력 임피던스 커넥터가 4옴과 8옴이 마련돼 있는 점 역시 심플리 투와 똑같습니다. 무엇보다 전면과 윗판 앞부분의 원목과 철판을 부드럽게 곡선으로 구분지은 전매특허도 유지했습니다. 주파수응답은 20Hz~25kHz, 입력 임피던스는 47k옴, 높이는 18cm, 폭은 26cm, 안길이는 39cm, 무게는 16kg.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인상은 한마디로 예쁘고 아날로그적이고 무겁고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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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털링SE |
자, 이 이탈리아산 소출력 진공관 앰프가 조국 이탈리아의 세계적 작곡가 베르디의 '사계'는 어떻게 들려줄까요. 또한 오디오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준다는 소편성은 어떨지, 남녀보컬은 어떨지, 재즈는 어떨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10인치 동축 유닛(듀얼 콘센트릭)에 주파수응답 39Hz~25kHz, 감도 91dB(8옴), 85리터 용적을 자랑하는 영국산 탄노이 스털링SE와 맞물려 들어본 음악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심플리 투 애니버서리의 오리지널 초단관은 미국 일렉트로 하모닉스의 제품인데 이를 영국 멀라드사의 1960년대산 M8136 중에서 군용 스페셜버전으로 나온 CV4003으로 교체한 상태임을 미리 밝힙니다. 출력관인 EL34는 원래 텅솔 제품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①피레스, 뒤메이, 지안왕 '브람스 피아노 3중주 1, 2번'(1996. DG)
②줄리아노 카르미뇰라 '비발디 사계'(1994. Divox)
③제니퍼 원스 'The Hunter'(1992. Private Music)
④조용필 'Hello'(2013)
⑤아트 페퍼 'Art Pepper Meets The Rhythm Section'(1957. 컨템포러리)
먼저 1996년 발매된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제1번과 제2번입니다. 포르투갈의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피아노, 프랑스의 오귀스탱 뒤메이가 바이올린, 중국의 지안 왕이 첼로를 연주합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녹음장소가 제1번은 1995년 4월 베를린의 랑크비츠 스튜디오, 제2번은 1994년 1월 뮌헨음대 대강당이라는 겁니다. 만약 이번 심플리투 애니버서리+스털링SE 매칭이 괜찮다면 두 녹음공간의 미묘한 차이까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3개 악기의 음색과 대역간 밸런스, 다이나믹 레인지, 그리고 이들이 빚어내는 사운드스테이징, 전체적인 리듬감과 음악성 파악도 필수겠지만요. 지독한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진공관 앰프에 탄노이 조합이니만큼 현악기 재생음에 대한 기대가 무지 큽니다.
제1번 1악장, 피아노가 가운데 있고 이어 첼로가 우수에 찬 선율로 오른쪽에서 등장합니다. 첼로가 피아노보다 약간 앞에 있습니다. 그러더니 그동안 잠시 둘의 연주를 지켜보고 있던 오귀스탱 뒤메이가 왼쪽에서 바이올린 소리를 활기있게 들려줍니다. 2개의 스피커 사이에서 3각형이 완벽히 자리잡습니다. 하지만, 스튜디오 녹음이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프리앰프의 존재감이 없어서일까요. 이 3각형이 그려내는 사운드스테이징이 그리 넓지가 않습니다. 무대의 투명함이 아주 상급은 아닙니다.
대신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들려주는 중역대 음색은 역시 기대했던 대로 달콤하고 촉촉합니다. 다만 바이올린 사운드가 주로 현에서만 나온다는 느낌입니다. 예전 바쿤 프리앰프가 수월하게 빨아들이던 바이올린 특유의 섬세한 우드 통울림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하지만 첼로의 저역은 지안 왕이 몸을 흔들거리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그 좌우 파고가 교대로 가슴을 긁습니다. 스케르초 2악장에서는 피아노와 첼로가 주도하는 통통거리는 리듬감에 몸이 다 흥겨워집니다. 바이올린 소리가 왼쪽 약간 위에서, 첼로 소리가 오른쪽 약간 밑에서 들리는 것도 정밀한 사운드스테이징 표현능력 같아 재미있습니다.
제2번 1악장, 악기 위치가 바뀐 것이 단박에 티가 납니다. 피아노가 약간 오른쪽으로 이동했고 첼로가 거의 가운데로 옮겼습니다. 바이올린은 첼로만큼은 아니지만 약간 왼쪽 끝으로 옮긴 듯합니다. 이들이 그려내는 사운드스테이징은 제1번과 비슷하거나 안길이가 조금 더 늘어난 수준인데, 이 무대를 메우는 공간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 넓어졌습니다. 단순한 공간의 확장이 아니라 공기의 양 자체가 스튜디오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는 느낌입니다. 각 악기의 직접음과 반사음간의 미세한 시간차 때문인지 3개 악기들의 3차원적인 존재감도 훨씬 세졌습니다. 신기하게도 바이올린의 통울림마저 살포시 느껴집니다. 피아노 음들은 쉬지않고 튀어나와 침샘을 자극합니다. 오디오 평가항목은 아니지만, 뒤메이가 제2번 이 녹음 당시에는 (본인은 몰랐겠지만) 1년 후 제1번 때보다 확실히 점잖게 그리고 덜 튀게 연주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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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리투 애니버서리, 스털링SE |
내친 김에 카르미뇰라가 연주한 비발디의 '사계' 음반을 들어봤습니다. 줄리아노 카르미뇰라(1951년생)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가 모두 이탈리아 연주가와 작곡가인 만큼, 이탈리아산 진공관앰프가 과연 이런 일성을 날릴 수 있을까, 조금은 장난기 어린 호기심이 생깁니다. "나, 이탈리아 출신이야. 다른 건 몰라도 카르미뇰라가 연주한 비발디는 내가 좀 들려줄 수 있다고..."
봄 1악장부터 심플리투 애니버서리의 구동력에 다시 감탄해봅니다. 카르미뇰라의 바이올린을 비롯해 비올로네, 클라비쳄발로, 아첼루토, 첼로, 비올라 등이 스털링SE의 단단한 월넛 인클로저를 힘 하나 안들이고 뚫고 나옵니다. 탄노이는 역시 그윽하고 두께감 있는 통울림이 역시 큰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사계' 중에서 템포가 가장 빠른(프레스토) 여름 3악장도 무난하게 들려줍니다. 다만 각 악기들의 음상을 이곳저곳에 정확히 뿌려주려다 보니 심플리투 애니버서리가 조금은 허둥거린다는 인상입니다.
여성 보컬곡은 어떨까요. 여성 보컬이 선사하는 중역대의 순도가 EL34 진공관을 타고 어느 정도 빛을 발할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진공관이라는 EL34가 여성취향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니까요. 다이아나 크롤의 'From This Moment On',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 캐롤 키드의 'All My Tomorrows' 중에서 고민하다 결국 1, 2회 매칭에서 계속 들었던 제니퍼 원스의 'The Hunter'를 골랐습니다. 10W짜리 진공관앰프가 과연 이 앨범 곳곳에 숨어있는 '무시무시한 저역 한 방'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도 궁금했습니다.
첫곡 'Rock You Gently'를 듣자마자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누가 EL34를 여성취향이라고 그랬습니까. 드럼과 베이스 기타가 빚어내는 펀치력 센 저역이 10인치 펄프콘 우퍼를 타고 가슴을 펑펑 때려댑니다. 심플리투 애니버서리가 스털링SE를 아주 세게 흔들어댑니다. EL34관을 채널당 1개씩 써서 10W를 내는 진공관앰프가 이러면 사실 반칙 아닌가요. 물론 댐핑팩터가 좋은 트랜지스터 앰프처럼, 손이 베일 정도로 예리하게 저역을 쥐락펴락하는 그런 수준은 아닙니다. 이 진공관 앰프와 스털링SE 궁합, 특히 스피커의 높은 감도와 10인치라는 큰 우퍼 사이즈, 그리고 85리터라는 풍부한 용적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제니퍼 원스가 노래를 시작하니 EL34의 숨은 진가가 더 드러납니다. 그녀의 몸컨디션이 극상입니다. 음색이 촉촉하고 윤기가 좔좔 흐릅니다. 고역도 아주 술술 나옵니다. 'Somewhere, Somebody'에서는 그녀와 남성보컬 맥스 칼, 그리고 각종 악기들이 제자리를 잘 지켜줍니다. 'Big Noise, New York'에서는 심플리투 애니버서리 볼륨을 12시 방향으로까지 올려봤는데(바닥이 울리더군요), 제니퍼 원스가 끄덕없다는 듯 코웃음을 칩니다. 색소폰도 '내가 다른 건 몰라도 큰 볼륨에 좀 강해' 그러면서 재주를 맘껏 선보입니다. 볼륨을 다시 줄이니 제니퍼 원스가 오히려 좀 섭섭해하는 눈치입니다.
심플리투 애니버서리도 대단하지만, 스털링SE도 이 여성보컬과 저역 사운드에 관한 한 발군입니다. 전에 노라 존스 노래에서 목소리가 약간 두터워졌다, 몸 상태가 안좋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제니퍼 원스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습니다. 두 가수의 음색차이, 청취공간의 차이도 컸지만 분명한 것은 제니퍼 원스의 목소리가 시원스럽게 나와준다는 겁니다. 노래가 시작이 되면 그녀는 이미 스피커 안에 없습니다. 저역 사운드 역시 억지로 재생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그야말로 여유있게 술술 나옵니다. 킥드럼과 베이스기타가 리드미컬하게 음들을 뿌려주니 심지어 전혀 기대안했던 업비트한 흥취마저 감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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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리투 애니버서리 |
이번에는 '가왕'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조용필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정규 19집 'Hello'입니다. 녹음장소는 대만의 카르마(Karma) 사운드 스튜디오, 영국의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를 비롯해 국내 필 스튜디오, 벨벳 스튜디오 등 여러 곳입니다. 믹싱도 미국 LA의 RMC 스튜디오, 영국의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 등에서, 마스터링은 미국 뉴욕의 스털링 사운드 등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만큼 가왕이 작정하고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려 했다는 방증이지요.
청취는 24비트, 96kHz 음원을 사용했습니다. 2의 16승 대(對) 2의 24승이니, 16비트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폭 늘어난 24비트 음원의 정보량을 과연 진공관앰프가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팝록 장르에 빠른 템포인 'Bounce'와 'Hello'를 들어보니 역시 우려했던 대로 앰프와 스피커가 조금 버거워합니다. 일렉기타 줄에 손가락이 닿는 마찰음이나 킥드럼의 굵고 단단한 베이스 같은 미시적 재생에는 탄복했지만, 순간순간 치고들어왔다가(attack) 빠져나가길(decay) 시종 반복하는 두 곡을 전체적으로 여유있게 소화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왕의 감칠맛 나는 보컬이 돋보이는 소편성에 느린 템포의 '걷고 싶다'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능글맞게 스피커를 갖고 놉니다. '충전이 필요해'에서는 이 곡 특유의 흥겨운 리듬감마저 살아납니다.
마지막으로 재즈입니다. 과연 탄노이+진공관은 재즈에서도 매력적인 재생음을 던져줄까, 호기심에 고른 앨범이 아트 페퍼의 1957년 명작 'Art Pepper Meets The Rhythm Section'입니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 중반 재즈에 한참 빠져있을 때 수없이 들었던 웨스트코스트계열의 재즈 음반입니다. 디지털음원으로는 좀체 재생하기 힘들다는 색소폰의 고역 사운드가 제대로 나올지, 더욱이 1950년대를 주름잡았던 아트 페퍼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섬세한 알토 색소폰 주법까지 '눈에 보일 정도로' 그려줄지 우려반, 기대반입니다. 참고로 이 음반은 1957년 1월19일 미국 LA 컨템포러리사 스튜디오에서 녹음됐습니다. 앨범 제목에 들어간 '리듬섹션'은 베이스에 폴 체임버스, 피아노에 레드 갈란드, 드럼에 필리 조 존스입니다. 재즈 팬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모두 '한 재즈' 했던 뮤지션들입니다.
첫곡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무엇보다 생생한 현장감이 도드라집니다. 사회자의 시끌벅적한 멘트나 손님들의 웅성거림, 박수소리 등만 있었으면 마치 재즈바에서 녹음한 음반으로 착각했을 겁니다. 아트 페퍼는 아예 왼쪽 스피커 바깥에서 연주하고 있고, 다른 '리듬섹션'은 오른쪽에 옹기종기 몰려있는 것이 눈에 선합니다. 사운드스테이징이 엄청납니다. 고역대에서도 전혀 거슬리지않는 색소폰의 사운드도 훌륭하지만, 베이스가 주도하는 재즈 특유의 리듬감과 박자감이 몸을 절로 들썩이게 합니다. 왜, 약-강-약-강으로 가는 재즈 연주곡의 그 전매특허 말입니다. 드럼의 하이햇 사운드도 찰랑찰랑, 살랑살랑, 아주 감칠맛납니다. 클래식에서는 죽었다 깨나도 들을 수 없는 이 하이햇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런 재즈 재생음까지 포만감있게 들려준 심플리투 애니버서리+스털링SE 조합이 기특하기만 합니다.
글·사진=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청음협조=원형사운드(www.whsound.com)
[김관명의 오디오매칭]
①바쿤 컴팩트프리,파워+탄노이 스털링SE ②KEF LS50+바쿤 컴팩트프리,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