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싸이·2NE1 그뒤엔 '밉지않은 워커홀릭 양현석' 있다

[길혜성의 뮤직 유니버스]①

길혜성 기자 / 입력 : 2014.06.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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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로만 따지만 국내 가요계는 제조업 등과 비교할 때 그리 큰 산업은 아니다. 하지만 꿈 많은 10대들의 감성을 움직이고, 세상에 도전할 20대들을 응원하며, 사회인이 된 30대 이상에는 위로가 되는 게 바로 노래다. 그래서 본 기자는 가요계 매출은 '수치x10' 정도의 의미는 있다고 느낀다.

가요계에는 개성 넘치는 사람들도 많고, 매일 매일 핫 이슈들도 생긴다. 이번을 시작으로 향후 '뮤직 유니버스'란 코너를 통해 기자가 그 간 직접 겪은 가요계의 다양한 인물들과 이들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들, 그리고 팬들의 뜨거운 관심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한다.


10년 이상 가요계를 경험했지만 기자도 아직 가요계를 완전히는 잘 모른다. 하지만 가요계와 가요팬들이 좀 더 가까워지고, 더 많은 가요팬들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 외람되지만 감히 '뮤직 유니버스' 코너를 시작하려 한다.

그 첫 번째는 요즘 '행오버'의 싸이, '눈,코,입'과 '새벽 한 시'의 태양과 깊은 연관이 있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수장 양현석이다. 지금부터 양현석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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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 스타뉴스



몇 년 전 일이다. 빅뱅이 서울에서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치고 귀가하려 할 때다. 공연장에서 차로 이동하는 10m 정도의 짧은 거리임에도, 빅뱅 멤버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는 팬들이 공연장 주변에 가득했다. 마침내 빅뱅 멤버들이 나왔고 팬들은 환호성 속에 떠나는 차까지 전력질주로 쫒아갔다.

이 모습을 기자와 양현석 사장이 함께 봤다. 참, 일단 양사장의 호칭부터 정리해 보자. 양현석은 국내 최대 기획사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YG의 개인 최대주주이지만 등기상 대표는 YG에서 연기자 파트를 주로 맡고 있는 동생 양민석 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양사장이란 말은 양현석에게 맞지 않는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YG가 생길 때부터 양현석은 YG를 실질적으로 이끌었고 이때 얻은 호칭이 '양사장'이기에 지인들과 가요 관계자들로부터는 지금도 여전히 '양사장'으로 불린다. 여기서도 '양사장'이라 칭하려하는 이유다.

다시 당시 일로 돌아가 보자. 빅뱅을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 쫒아가는 팬들을 본 양사장이 기자에게 한마디 했다. "아,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뜬금없이 왜 그런 말을 하냐는 듯 물끄러미 양사장을 쳐다봤다. 그 때 불현듯 '아, 양사장도 최고 인기 아이돌이었지'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맞다. 양사장은 1992년 데뷔한 뒤 4년이란 짧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요계 판도를 바꾼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였다. 1969년생인 그가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언더그라운드 최고 춤꾼이었다는 사실도 새삼 떠올랐다.

하지만 당시 더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은 양사장의 "아,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란 말 뒤의 '아빠 미소'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로 인기를 얻었을 때보다 빅뱅 멤버들이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게 더 기쁜 듯한 표정이었다.

적다면 적고 길다면 길게 봐온 양사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밉지 않은 워커홀릭'이다.

양사장은 싸이 빅뱅 2NE1 등 자사 가수들의 신곡 대표 프로듀서를 맡는 것은 물론 거의 모든 노래들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편집한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양사장은 YG 가수들의 신곡 믹싱을 직접 담당하는 최고의 믹싱 엔지니어기이도 하다. 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몇 해 전까지 만해도 주말에 남몰래 클럽에서 DJ도 했다.

낮 12시께 일어나 새벽 5, 6시까지 깨어 있을 때 그는 오로지 YG에서 내놓을 음악과 자사 가수들만 생각한다는 느낌을 자주 준다. 지금은 익숙해진 시스템이지만 음악 프로듀서들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그들을 자사에서 안정되게 일하게 하며 언제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준 것도 양사장이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이다.

음악과 자사 소속 가수 및 프로듀서들에 넘치는 애정은 자칫 외부에는 과도한 보호 및 언론 플레이 및 등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가요팬들은 양사장의 인터뷰 등을 YG를 위한 언론 플레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사장은 자사 가수들이 잘 될 때나 잘 못될 때나, 자신과 마음만 같이하면 한결 같이 그들을 믿어주며 자신이 대신 욕먹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역시 음악과 일에 대한 그의 열정에서 출발한다.

양사장은 SNS에도 익숙하다. 자사 직원들과도 존댓말을 써가며 일에 대해 자주 SNS를 한다. SNS를 주고받는 시간은 오후 건 새벽이건 상관없다. 그 때 그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때문이며, 이젠 YG 직원들도 양사장의 진의를 알기에 이를 보통 일처럼 받아들인다.

YG 음악에 대한 양사장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프로듀서, 가수, 스태프, 그리고 자신이 온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가수란 직업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 역시 크다. 그렇다고 양사장은 권위적이지는 않다. 더 멋진 음악을 만들 수만 있다면 어린 동생들에도 기분 좋게 배운다.

마지막으로 양사장이 자주 하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배우와 개그맨 분들도 다 너무 멋지고 훌륭한 분들이죠. 하지만 제 태생이 가수라 그런지 저는 이 직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무척 커요. 홀로 무대에 올라가 3분 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건 제 생각에는 가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가수를 '연예계의 진정한 꽃'이라 생각해요. 물론 생각들은 다를 수 있지만요. 이런 가수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금 제 위치가 저는 너무 좋아요. 싸이 지드래곤 태양 등 동생들과 이야기하며 저도 많이 배워요. 이들에도 배워가며 제가 오늘보다는 내일 하나라도 더 나아져야지, 제가 계속 YG 가수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하하."

추신: 양사장의 지인이 된 뒤, 그에게 새벽에 음악 및 일 등과 관련한 문자나 SNS가 와도 절대 긴장하지 말길. '밉지 않은 워커홀릭'인 그가 일에 대한 배짱이 맞기 때문이라 생각해서다. 참, 이 글 나가면 양사장에게 분명히 항의 전화 올 것이다. 유쾌한 워커홀릭답게, 지금 싸이랑 태양에 관심을 가져줘야지 왜 자기 기사를 쓰냐고. 하하.

길혜성 기자 com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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