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 "10년만에 온 시간..바짝 해야죠"(인터뷰)

영화 '제보자'의 배우 유연석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4.09.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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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보자'의 배우 유연석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2004년 '올드보이'로 데뷔한 스무살 청년은 '뭐가 돼도 10년은 해 보자'며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2014년 그는 충무로의 주목받는 블루칩이자 '현실 이상형' 매력남으로 우뚝 섰다. 배우 유연석(30).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다정다감한 서울남자 칠봉이로 뭇 여인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그는 최근엔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의 알뜰살뜰 다정다감 '연석맘'으로 다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오는 10월 2일 개봉을 앞둔 '제보자'(감독 임순례)에선 완전히 다른 얼굴이다. 2005년 세상을 뒤집어놨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스캔들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작품에서 유연석은 논문 조작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언론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연구원 심민호 역을 맡았다. 불치병을 앓는 딸을 둔 유부남에, 얼굴에 그늘 가실 날이 없는 인물. 그는 자신을 어엿한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응사'와는 다른 작품을 하고팠다고 털어놨다.


"'제보자'의 제보자니까 제목 때문에 더 부각시켜 주신 것 같아요. '상의원'이나 '은밀한 유혹'처럼 개봉을 앞둔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출연 결정도 '응사'가 끝나기 전에 했고요. 아픈 딸을 둔 아버지라는 점도 도전하고 싶었고, 저와는 정 반대의 삶을 살아온 연구원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역시 도전이었어요. 또 관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줄 만한, 메시지가 강한 작품에 임하는 게 큰 의미로 다가왔고요. 여러가지 의미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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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보자'의 배우 유연석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유연석은 이전부터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신뢰를 쌓아 온 배우다. '응사'의 칠봉이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지만, '혜화, 동'은 물론이고 '건축학개론'의 압서방, '늑대소년'의 나쁜놈 지태,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의 서늘한 조폭 박지원 등 인상적인 작품에서 강렬한 캐릭터들을 선보이며 믿음직한 젊은 배우로 입지를 다져 왔다. 그와 비교하면 '응사' 이후 첫 영화인 '제보자'의 심민호는 이전의 센 악역들과 비교하면 도리어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굉장한 임팩트가 있어' 이렇게 느끼지는 않았어요. 작품에 임하게 된 계기가 중요했어요. 그 전에는 조연이니까 제 색깔이 확실하게 드러나야 이 작품이 살았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서는 제가 색을 드러내기보다 제보자로서 여러 계기를 제공하니까 그 역할을 잘 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전체를 보게 됐다고 할까. 그 메시지만 잘 전달이 된다면 작품을 선택한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제보하고 인터뷰하는 장면은 심지어 더 담담하게 했다. "막상 생각해보니 진짜 진실한 사람은 팩트를 이야기할 때 담담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고, "연구원인만큼 관련 지식에 대해서는 술술술 나갈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제보자와 탐사프로그램 PD 박해일이 맞부딪치는 장면에는 에너지를 올렸다. 유연석은 "처음부터 둘의 연기가 '잘 붙는다'는 말을 들어서 기대를 했다"며 "박해일 선배와 눈을 마주하고 진심을 토로하는 신이어서 굉장히 짜릿짜릿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환한 얼굴로 당시를 회상했다.

언론시사 이후 VIP시사회도 열기 전이지만 유연석은 벌써 '제보자'를 3번이나 봤다. 기술시사, 언론시사, 또 다른 특별시사에 빼놓지 않고 나섰다. "볼수록 재미있는 영화는 처음"이라는 게 유연석의 자평. 그는 "보고 나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인 것 같다"며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라는 확신을 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실제 사건은 유연석에게도 강렬하게 남아 있는 큰일이었고. 다만 그도 논란이 일고 야단이 났다는 정도만 인지를 했다고.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여과 없이 맹목적으로 인터넷이나 방송을 받아들였던 스스로를 반성하게도 됐다.

"처음엔 모니터링 하듯 저만 봤는데, 두 번을 보니 영화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고, 저도 모르게 저를 되돌아보게 됐던 것 같아요. 과연 나도 진실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을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또 어떤 일이든 희생을 감수하고 정의에 맞서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내가 피하지는 않았나. 이 사회에 진실이 존재하나. 그런 게 힘들어야 하는 사회인가. 여러가지 것들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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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보자'의 배우 유연석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2004년 '올드보이'가 데뷔작인 유연석은 그 후 10년을 앞만 보며 달려왔다. "10년을 죽었다 생각하고 해 보자 했고, 정말 그렇게 하고 말았다"는 그이기에 뒤늦게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가 더욱 의미심장할 터다. 이전에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계속해 왔고, 지금도 '제보자'에 이어 '은밀한 유혹', '상의원'을 연이어 찍으며 소처럼 연기하고 있다. 유연석은 "10년만에 왔는데 바짝 해야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행히 좋은 작품들이 저한테 찾아와서 하게 됐어요. 영화를 하면서 재미를 많이 느꼈지만 굳이 영화만 고집한 건 아니에요. 좋은 기회에 드라마가 있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생각이 있고요. 1년에 여러 작품을 하는 게 힘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긴 한데,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행복해요. 그 전에는 하고 싶어도 못한 작품이 많았어요. 지금은 고맙게도 좋은 작품을 권해주시니까, 몸 닿는 한 좋은 작품들 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영화에서 제가 차지하는 부분들도 더 커지다보니까 좀 더 큰 시야로 한 작품 한 작품을 보게 됐고요, 배우로서는 기대하시는 바가 많으니까 그만큼 더 걱정도 돼요. 그럴수록 더 신중해야 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제 서른에 접어든 유연석에게 2004년은 또 다른 10년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유연석은 지난 시간을 두고 "후회는 하지 않는다"며 "그 10년은 곧 저의 20대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청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뜨거운 시간이기도 한데, 다행히 잘 보내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금이 만족스러워요. 나아가 10년이 지나 30대를 돌아보면 그 때도 지금 같은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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