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벨' 상영 논란이 BIFF에 남긴 것은? ③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4.10.11 07:00 / 조회 : 6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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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스틸'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영화인 1123인 선언/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열아홉 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혹독한 성인식을 치렀다. '다이빙벨'이라는 다큐멘터리 하나로 영화제가 뿌리째 흔들릴 뻔 했다.


6일 오전 11시 부산 센텀시티CGV에서 '다이빙벨' 첫 시사회가 열렸다. 취재진이 속속 몰렸다. 카메라들이 양렬로 늘어서 들어오는 관객을 담았다. 김지석 부산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극장 입구에서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제 쪽에서 관객의 안전을 위해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이빙벨' 상영을 앞두고 처음 상영 중단 성명을 배포했던 차세대문화인연대가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했다는 둥, 상영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둥 확인되지 않은 다양한 소문들이 떠돌았었다. 영화제로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이빙벨'이 워낙 관심이다 보니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예매는 일찌감치 끝났다. 기자 중에는 현장 판매 티켓을 구하려 아침 일찍 줄을 선 사람도 있었다. 영화제 쪽에 프레스 시사회를 별도로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통로에 앉아서 보게 해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하지만 부산영화제 쪽은 일반 상영 영화를 별도로 프레스 시사회를 한 전례가 없고, 통로 관람은 소방법 등을 이유로 불가능하다며 거절했다. 기자들의 요청을 들어 줄 경우 '다이빙벨'만 특별하게 대접한다는 구설수에 오를 것을 염려했다. 말이 말을 낳을까 두려워했다.


우려했던 사태는 벌어지진 않았다. 듬성듬성 빈자리가 있어 영화 시작 10분 뒤쯤 10여명의 기자가 조심스럽게 극장 안으로 들어왔다. 부산영화제는 영화 시작 15분까지 빈자리가 있으면 들여 보내주는 '15분룰'을 갖고 있다. '다이빙벨'에 철저히 원칙을 지켰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사건 당시 다이빙벨 투입을 둘러싼 과정을 짚어본 다큐멘터리다. 다이빙벨'에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동의하며, 많은 부분은 동의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목적성이 뚜렷한 법인 다큐멘터리로서 '다이빙벨'은 만듦새가 그다지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번 '다이빙벨' 논란의 상당수는 언론이 만들고 키웠다.

'다이빙벨' 상영을 하루 앞둔 10월 5일 오후10시30분. 해운대 시장골목에 있는 작은 꼼장어집. 한국영화기자협회 몇몇 기자들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조촐한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다.

마침 이날 오후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을 예정대로 상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때로는 작심한 듯, 더러는 다 내려놓은 듯, '다이빙벨' 논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토로했다.

기자는 이 자리에서 "9월2일 이후 바로 상영 중단 압력이 들어왔냐"고 물었다. 부산영화제는 9월2일 '다이빙벨'을 포함한 79개국 314편의 초청작을 발표했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서 '이상호 기자 감독 데뷔작 다이빙벨, 부산영화제 간다'는 기사가 나온 뒤부터 차례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이빙벨' 논란은 이후 차세대문화인연대라는 곳에서 상영반대라며 점화하고, 해운대를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서병수 부산시장이 응답하면서 엄청나게 커졌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가 개막을 하루 앞두고 이용관 위원장을 찾아와 상영 철회를 요구한 건 정점이었다.

숨겨진 이야기는 더 있었다. 문화부로부터 '다이빙벨'을 상영하면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압력을 받은 것. 기자는 이튿날 '다이빙벨 상영, 부산영화제 존폐 위기..왜?'라는 기사를 썼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문화일보도 이용관 위원장의 말을 기사화했다.

이날 오후 문화부는 "일부 언론에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다이빙벨'을 상영할 경우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산국제영화제 국고 지원과 관련하여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어떠한 언급도 한 사실이 없으며, 이용관 집행위원장 본인도 언론보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확인하였음을 밝혀드립니다"고 덧붙였다.

진보라 불리는 매체든, 보수라 불리는 매체든, 여러 곳에서 문화부의 이 입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사건 당시 언론의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동의하고, 많은 부분은 동의가 되지 않았다. 다만 언론에 대한 부분은 그저 죄스러웠다.

꼼장어집에서 기자가 "'다이빙벨'은 314편 중 하나일 뿐인데 언론이 논란을 키우고 확산시켰다고 원망하지는 않았나"고 하자 이용관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 첫 보도는 그랬지만 많은 언론들이 영화제 운영 독립의 중요성을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영화제 운영 독립의 중요성. 색안경을 쓴 사람들이 만들고, 언론이 키웠지만 '다이빙벨' 논란의 본질은 영화제 운영의 독립이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상영 중단 압력은 없었다"며 "지원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게 문체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부산영화제로선 원하던 답을 받은 셈이다.

11일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무리된다.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영화제 초청작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부산영화제로선 국고 지원 중단 문제는 해결됐다고 하지만 내부 검열의 위험성을 갖게 됐다. 당장 프로그래머부터 자기 검열을 하게 될지 모른다.

꼼장어집에서 한 기자가 "일단 영화를 초청했으면 상영하는 게 맞지만 초청하기 전에 더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았겠냐. '다이빙벨'로 영화제 존폐 위기를 맞았는데"라고 물었다. 이용관 위원장은 "좀 더 깊이 고민했어야 했다. 지난해 초청된 '구럼비-바람이 분다' 때 정도일 줄 알았지, 이렇게까지 논란이 일 줄은 몰랐다. 많이 배웠다"고 씁쓸해했다.

내년이면 부산국제영화제는 스무 돌을 맞는다.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 논란으로 운영 독립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부산영화제가 운영의 독립을 지켜갈 수 있을지, 이러다가 무너진 영화제를 지금껏 많이 봐왔다. 언론이 '다이빙벨' 논란을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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