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최우식, '거인'을 만든 두 거인을 만나다(인터뷰)

영화 '거의'의 김태용 감독, 배우 최우식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뷰

부산=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0.1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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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왼쪽), 최우식/사진=이기범 기자


감독과 배우의 관계보다는 오히려 편한 형, 동생처럼 투닥거리는 모습이 영화의 무드와는 영 달라서 신선했다. 한 사람은 끊임없이 칭찬과 '디스'를 툭툭 내뱉고, 한 사람은 그 한마디 한마디에 그를 말리기 바빴다.

영화 '거인'으로 의기투합한 최우식(24)과 김태용 감독(27), 주목받는 신인배우와 신인감독이 만들어낸 이 작지만 큰 영화는 두 사람 모두의 필모그래피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부산영화제가 한창인 지난 9일, 최우식과 김태용 감독을 만났다. 일단 최우식에게 칭찬을 건넸다. 한숨 나오는 집을 스스로 박차고 나와 시설로 들어갔지만 누구에게도 솔직하지 못하고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는 주인공 영재는 그간 보지 못한 최우식 속 어둠을 끄집어냈다. 정작 최우식은 아직 칭찬을 즐기지 못한다. 잘했다는 만족 보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배우의 마음인가 보다.

"아직까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처음이라 경험도 없고, 뭔가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아요. 진심으로 칭찬을 하시는 건지 저 혼자 막 불안한 거죠. 인사치레인가 싶기도 하고. 누가 칭찬을 해주시면 말버릇처럼 '혹시 영화 보셨어요?'부터 나오는 거예요(웃음). 지금 다시 연기하라고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이때 김태용 감독은 "절대 못해~"라고 거들었다) 아무래도 제 얼굴, 제 연기가 한 작품의 95%를 채우는 걸 보는 것이 처음이라 낯설었던 것 같아요." (최우식)

"진심 80%에 비아냥 20%를 섞어서, 저희 영화는 우식이 덕이예요(웃음). 그런데 정작 우식이는 사람들의 칭찬을 못 받아들여요. 저는 20대의 큰 배우를 발견했다는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큰데 말이죠. 이 친구가 영재를 이해하기 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영화를 할 때 사실 20대 배우가 한 작품을 끌고 간다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그래서 제 자전적인 이야기를 제끼고 최우식을 영재화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영재가 가진 온도가 딱 저와 우식이의 중간 지점에 있어요. 전 그 온도가 너무나 좋아요." (김태용 감독)


"다시 찍을래요? 영재 프리퀄로?" (최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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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거인'의 시작은 지난 해 이맘 때 즈음이었다. 시나리오가 나오고, 추위가 가시지 않았던 2월에 한 달 동안 촬영을 마쳤다. 감독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다는 말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 털어놨다.

"실제로 그런 곳에서 살았고, 부모님에게 돌아가지 않으려고 신부님이 되고 싶다고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고, 그 집에서 나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었어요. 나이가 들어 생각하면서 과건 그 목적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거인'이 시작됐죠. 저의 그 시절을 위로해주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이제는 부모님을 원망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잖아요. 사실 지금까지 부모님을 원망하는 힘으로 버텨왔는데 그럴 수 없는 때가 오니까 어느 순간 분하고 공허하더라고요." (김태용 감독)

감독의 과거를 바탕으로 했지만 누구나 영재 같은 아픔을 가지고 사는 것은 아니다. 순탄한 가정에서 자란 최우식도 이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감독은 배우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이런 경험을 하게 한 것에 미안함을 가지고 있지만, 어쩌면 최우식에게도 영재와 같은 면이 숨어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제 생각에는 영재를 보면서 다들 같은 아픔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영재가 부모님 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 더 큰 것은 자기 마음을 표현 못한다는 것이잖아요. 누구나 다 그런 부분 때문에 힘든 과정이 있으니까요. 제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발랄하고 까부는 모습이었지만 최우식이라는 아이도 영재와 같은 면이 있으니까 영화 속 영재가 이렇게 나온 것이 아닐까요?" (최우식)

"이 친구에 대해 인상 깊었던 건 약간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았어요. 캐나다에서 오래 살다보니 아직도 한국을 약간 낯설어하고, 캐나다에 있을 때는 또 적응을 해야 했을 것이고요. 그런 점이 영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살고 있는 환경 속에서 버텨야 하는 거죠. 그래서 우식이의 이야기를 많이 물어봤어요." (김태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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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식/사진=이기범 기자


김태용 감독은 "이 영화는 최우식 그 자체"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최우식은 "너무 갔다"며 감독의 옆구리를 찔렀다. 혹여나 영재를 연기하면서 느꼈을지도 모르는 상처에 대해 이번 영화제 초청이 보상이 되길 바란다는 감독의 말에서 진심어린 배우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이 영화는 최우식 그 자체예요(웃음). 그만큼 배우가 중요했고요. 우식이에게 뭔가 보상을 해주고 싶었어요. 사실 배우가 아니면 겪지 않아도 되는 안 좋은 감정들인데 그걸 어린 나이에 알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김태용 감독)

"예전에도 영화제에 몇 번 가긴 했지만 그때는 제 작품으로 온 것이 아니잖아요. 가끔은 '내가 여기에 왜 있는 거지?'싶기도 했어요. 이번에는 제 이름으로, 작품으로 오게 되니 자신감독 생기는 것 같고, 즐길 자격도 있는 것 같고. 정말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영화를 통해 배운 감정도 많았어요.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한 감정들을 현장에서 많이 느꼈어요. 그런 감정은 다른 작품에서는 할 수 없으니까 더 특별했죠." (최우식)

이번 영화제는 최우식 뿐 아니라 김태용 감독에게도 특별했다. 영화 속에도 민재라는 인물로 표현됐던 감독의 동생이 몰래 영화를 보고 갔던 것. 감독에게는 마음이 아픈 순간이었다.

"동생이 몰래 영화를 보러 왔더라고요. 그리고 문자를 보내줬어요. 최근 제 인생에서 최고의 비극이었어요. 실제로 제 동생이 저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혼자 있었고, 동생은 가족과 함께 있었으니까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아마 제 자의식의 표현이었던 것 같아요. 동생에 대한 제 마지막 마음이죠. 영재라는 인물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하고요." (김태용 감독)

"올해 새로 생긴 올해의 배우상, 우식이가 받으면 좋겠어요" 긴장을 잔뜩 해서 아직 영화제를 맘 놓고 즐기지 못했다는 최우식에게 김태용 감독이 또 한 번 부담을 잔뜩 주는 말을 던졌다. 최우식은 그러지 말라며 우는 소리를 냈다. 혹시나 수상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뭐 어떤가. '거인'의 최우식은 영화제를, 칭찬을 즐길 자격이 충분하다.

"당연히 수상 기대를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후보에 누가 있는지도 아니까요. 감독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니까 마음이 무겁네요(웃음). 원래 이렇게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제가 이렇게 바짝 긴장했다는 게 낯설어요. 파티도 불편해서 미치겠고, GV도 긴장되고. 어휴. 이제 정말 남은 일정은 즐기려고요." (최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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