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 박정범 감독 "'무산일기', 원동력이자 두려움"(인터뷰)

영화 '산다' 박정범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뷰

부산=안이슬 기자 / 입력 : 2014.10.11 15:55 / 조회 : 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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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범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지난 2010년 '무산일기'로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상을 받았던 박정범 감독(35)이 신작 '산다'로 부산국제영화제 다시 찾았다.

'산다'는 이미 제67회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청년비평가상을 수상한 작품. '무산일기' 이후 쏟아진 호평을 박정범 감독은 수상으로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영화제 수상과 부산영화제 초청에 대해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는 "늘 사람들에게 우울함을 주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를 찍고 나서 처음 상영했던 전주국제영화제에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로카르노 영화제와 토론토 영화제 상영 때도 관객들의 많은 반응이 있었고요. 부산에서도 물론 좋았고, 이번 영화제는 출연한 배우들도 많이 왔는데 다들 고생한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기분 좋아요."

다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무산일기' 이후 부담도 상당했을 터. 박정범 감독에게 그 부담은 원동력이기도 하고, 두려움이기도 했다.

"부담감, 엄청났죠. 늘 있는 것 같아요. 그 두려움이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자유로움을 망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 안에서 계속 싸워야하는 운명이 된 거죠(웃음). 매도 빨리 맞으라고 하잖아요? 결론을 내린 건 '에이, 그냥 영화를 찍자'라는 거예요. 마치 농사를 짓듯이. 흉년일 때도 있고 풍년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산다'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누나와 누나의 딸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청년 정철의 고단한 삶을 담을 영화. 진부를 배경으로 이들의 힘겨운 상황을 거칠게 그렸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 것을 그려야 했느냐고 하시기도 해요. 그런데 전 모르겠어요. 전 오히려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산다'의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가 TV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예요. 왜 이렇게 폭력적이냐는 질문은 오히려 이 영화를 제대로 관람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왜'라는 질문에서 이 영화가 시작하는 거죠. 왜 이들은 이렇게 불행한지, 왜 아픈지. 끝말잇기처럼 계속 질문을 가지면서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어 제목은 '산다', 영문 제목은 'Alive'다. '산다'라는 제목의 의미가 문득 궁금했다. 박정범 감독은 "~하게 산다, 라고 끝을 맺는 것이라 시작이 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산다는 건 무엇이냐, 산다는 건 고통이다, 한다는 것의 희망은 뭘까. 이런 식으로 시작이 되는 단어였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는 단순해요. 실직을 하고, 다른 사람을 몰아내고, 자본자들은 해고를 통해 적자를 메우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마모되어 가지만, 또 그 속에서 희망이 있는 거죠. 정철은 결국 깨달아요. 남의 집 문짝을 떼고서는 자기 집에 등불을 달 수 없다는 걸 말이죠. 사실 일부 관객들은 결말에 대해 의아할 수도 있어요. 이 엔딩으로 이들의 상처가 봉합될 수 있는가 하는 걸 거예요. 보통의 영화들은 뭔가 방점을 찍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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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범 감독/사진=이기범 기자


영화 '산다'의 탄생은 5년 전 쯤 시작됐다. 친동생처럼 여겼던 지인이 스스로 숨을 거뒀고, 이후 피폐해지고 공황장애를 겪었던 감독의 고통이 영화에 녹아들었다. 작품을 찍는 과정도 혹독했다. 지독한 추위와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4개월 간 고군분투했다. 그 고통의 과정이 감독에게는 많은 걸 깨닫게 한 시간이었다.

"'산다'는 많은 인물들이 있어야 했고,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혹자들은 너무 많은 걸 다루려고 한 것이 아니냐 하는데 한번 시도 해보고 싶었어요. 두렵지만, 실패하더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것이 가능한지 스스로 알아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평생 다시 이렇게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많은 걸 느끼고 깨달았어요. 그만큼 저에게는 의미 있고 고마운 작품이죠."

보통 영화를 보면 그것을 찍은 감독이 보인다고들 말한다. '무산일기'와 '산다'를 찍은 박정범 감독은 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 물었다. 당신의 영화와 박정범은 닮았나요? 하고.

"우울한 사람이긴 하죠(웃음). 공황장애도 심하고. 그렇다고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아요. 진짜로 해보고 싶은 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가는 영화예요. 언젠가는 지금과는 다른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때가 오겠죠. 와야만 하고요."

올해는 작품의 감독 외에도 와이드 앵글 심사위원이라는 직책도 가지고 있다. 젊은 삼독들의 재기발랄한 단편을 본다는 것은 감독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다.

"요즘 한국 단편영화들은 세계적인 수준이에요. 기술적인 면이나 내재된 힘, 내러티브의 완결성 모든 것이 잘 들어맞아있어요. 늘 자극이 되고, 심사를 하면서 오히려 배운다는 그런 지점도 있었어요.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 같은 날 것, 그러면서 포기하지 않는 시대정신이 자유롭게 구현되니까요. 오히려 리프레시를 하고 공부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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