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1990년대 팬들에게 직접 물었다.

박한빛누리 기자 / 입력 : 2015.01.03 08:40
  • 글자크기조절
image
1990년대 드림콘서트 /사진제공=더스타


바늘, 실보다 더 붙어 다니는 이들이 있다. 스타와 팬이다. 초창기 갑과 을 같았던 이들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변화했다.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가수의 팬클럽이었던 이들에게 직접 물었다. 그때 대체 그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나요?

대표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신승훈, 룰라, 듀스, UP, 지누션, 자자, 엄정화, H.O.T, 젝스키스, SES, 핑클, 클릭비, 쿨, Ref, 녹색지대, 솔리드, 터보, 임창정, 김건모, 유승준

image
1990년대 서태지 미니 콘서트 /사진제공=더스타


image
1990년대 HOT /사진제공=더스타



image
응답하라 1997의 장면 /사진제공=더스타


image
1990년대 젝스키스 /사진제공=더스타



◆특징

1990년대 팬클럽의 회원수나 힘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은 잠실주경기장에서 했던 드림콘서트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넓은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도 남았다. 유물처럼 전해져오는 당시의 흐릿한 영상을 보면 흰 풍선으로 가득차 있다. 훗날 은지원이 한 방송에서 H.O.T의 흰색 풍선과 젝스키스의 노란색 풍선을 계란 프라이에 비유할 정도로 H.O.T의 팬들이 독보적이었다.

당시 팬클럽 가입 절차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팬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선 일단 은행에 지정된 금액을 입금한 후, 입금증 사본 뒷면에 본인의 정보를 적어 소속사에 우편으로 보냈다. 입금증이 회원확인을 할 수 있는 신분증과 마찬가지였다.

팬클럽 물품은 우편 또는 직접 수령(소속사에서 지정한 수령할 수 있는 오프라인 장소)하는 방식이었다.

기념품은 가수들의 색상에 맞춘 우비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그 외에 사진집, 부채 등으로 발전했다. 응원도구는 오로지 풍선이 전부였다. 팬덤 간의 공식 색상이 아주 중요하게 여겨져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이 하나의 법칙이었다.

당시는 스타들이 신비주의 전략으로 무장하고 있을 때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당시 연예인의 일정은 음성사서함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사서함에 회사 관계자 혹은 멤버들이 직접 녹음을 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확인한 일정을 위해 수업을 빼먹고 방송국 앞에 대기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좀 더 잘 보이는 곳에 현수막을 걸기 위해 장사진을 치던 시기였다.

"H.O.T의 해체 소식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결국 SM 엔터테인먼트 앞에 가서 시위를 했죠. 경찰버스도 동원되고 꽤 규모가 큰 시위로 번졌어요. 그래도 그땐 정말 모두가 한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강미영 (30세, 직장인)

"장충체육관에서 H.O.T 토니안의 생일파티가 있었어요. 선착순 입장이어서 전날부터 노숙을 해야 하는데 집에 뭐라고 핑곗거리가 없는거에요. 봉사활동 간다고 거짓말을 했죠. 그런데 '연예가 중계'에서 '노숙하는 팬들'을 취재했는데 그 카메라에 잡힌거에요. 집에 오자마자 엄마한테 정말 많이 혼났어요." -이자영 (29세, 패션 홍보대행사 근무)

"옛날에는 콘서트 티켓 사는 게 되게 복잡했어요. 은행가서 입금해야 선착순으로 표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거든요. 그렇게 동네 은행 다섯 군데인가를 돌았는데 표를 살 수가 없었어요. 결국은 버스타고 좀 외진 다른 동네 가서 입금하고 표를 받았어요." -박현경 (27세, 출판사 근무)

"민우 오빠한테 돈을 모아서 고가의 명품 선글라스를 선물해줬어요. 그런데 오빠가 그걸 잡지 화보 촬영 때 쓰고, 인터뷰에 팬이 준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라고 말했어요. 와, 정말 그때 감동을 잊을 수 없어요." 이민경 (29세, 신화창조1기)

"god 100회 콘서트를 할 때였어요. 똑같은 공연을 60번 넘게 보러갔어요. 근데 웃긴 건 그런 사람이 정말 많았다는 거에요. 심지어 저는 많이 간 편도 아니었어요. 같은 공연을 100번 본 사람도 있었다니까요?" 김애지 (27세, 연구원)

"가요프로그램을 방청하려면 그 전날 가야해요. 당일 날 가면 절대 못 들어가요. 전날 저녁 8시부터 방송국 앞에서 기다리는 거에요. 그래야 앞에 앉을 수 있거든요. 밤을 새도 못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럼 울면서 집에 가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다 립싱크였잖아요. 단지 옷만 바뀔 뿐인데 그걸 보러갔어요. 그냥 갔던거 같아요. 그냥, ‘우리 오빠가 잘 있나’ 하는 심정으로.." -이새아(26세, 영화사 근무)

"드림콘서트는 전쟁터였어요. 주최측에서 팬클럽이 앉을 자리를 정해줬는데, 그게 그 당시 가수의 위치였다고 보면 되요. 좋은 자리에 많은 자리를 차지할수록 팬클럽의 규모가 크단 얘기죠. 자리싸움도 엄청 치열했어요. 잘 보이는 곳에 현수막을 걸기 위해서 다른 팬클럽 현수막을 칼로 찢기도 했어요." -김슬기(27세, 스튜어디스)

"신화 팬이었는데, 언젠가 민우와 서지영의 스캔들이 났어요. 학교에서 대성통곡하면서 울었어요. 벽에 그녀의 욕을 써놓고 욕설을 퍼부었죠. 그렇게 혼자 울고, 혼자 마음 정리를 했던 것 같아요." -김민지(26세, 영상 에디터)

스타뉴스 더스타=박한빛누리 기자 today@mtstarnews.com / 사진 방송캡쳐, 스타뉴스 제공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