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 "'국제시장2'는 민주화 세대 이야기"(인터뷰)③

길영민 JK필름 대표(왼쪽)와 윤제균 감독/사진=홍봉진 기자

①에 이어

윤제균 감독(46)과 길영민 JK필름 대표(46)는 덤덤해보였다. '국제시장'이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들떠 보이진 않았다. 이미 5년 전 '해운대'로 한 차례 겪었기 때문일 수 있다.


어쩌면 '국제시장'을 둘러싸고 숱한 말들이 쏟아졌기에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다.

'국제시장'이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2015년 첫 천만영화다. '국제시장'은 흥남철수, 서독 광부 파견, 베트남전쟁, 이산가족 찾기 등 근현대사 속에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 지난달 17일 개봉한 뒤에 영화를 둘러싸고 이념 논쟁이 일 만큼 말들이 참 많았다.

어쩌면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윤제균 감독과 길영민 대표에게 이런 논쟁은 뼈아팠을 것이다. 어쩌면 반가웠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천만 영화 두 편을 찍은 감독이지만 윤제균 감독 영화에 그동안 이토록 논쟁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만드는 사람에게 악플은 무플보다 언제나 반가운 법이다. 윤제균 감독과 길영민 대표, 두 사람을 만나 '국제시장' 천만까지 숱한 말들에 대해 물었다.


-'국제시장'은 기획부터 표준계약서를 채택한 첫 영화다. 기획부터 했다는 건 프리 단계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임금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스태프들의 4대 보험 가입, 최저 임금 보장 등 표준계약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한 스태프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돕는데. 보수적인 영화라 비판받는 '국제시장'이 오히려 열악한 스태프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돕는데 앞장섰다는 게 아이러니한데. 그런 점은 논외로 취급받기도 하는데.

▶윤: 표준계약서 채택은 길영민 대표의 오랜 생각이다. 그걸 공이라고 한다면 길 대표의 공이다.

▶길: 글쎄, 우리는 영화 '시크릿' 때도 4대 보험을 들었다. '해운대' 때도 그랬고. 환경이 불합리하다는 건 누구나 생각한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고. 그냥 당연한 거니깐 한 것이지 특별한 사명감 같은 건 아니다.

-표준계약서 채택은 결국 임금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현재 영화 스태프 임금 시스템이 도급제라 그게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의지와 계몽도 중요할텐데.

(임금이 도급제라는 건 예컨대 촬영팀 전체에 얼마를 지급하면 촬영감독이 촬영 막내까지 차례로 돈을 나눠주는 걸 뜻한다. 도급제를 표준계약서 대로 주급제나 시급제로 바꾸면 막내 스태프 입장에선 임금을 덜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어 8시간 일해야 하루치를 받는데 그 시간을 못 채우면 돈을 덜 주려는 제작자도 있다. 4대 보험을 가입해야 하니 그 돈이 빠져나가기도 한다)

▶길: 고용자와 사용자가 합리적인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을 할 때는 우선 고용자가 양보를 해야 한다. 우리는 한달에 22회차 촬영을 무조건 보장하고, 회차당 12시간을 보장했다. 그러니깐 22회차가 넘어가면 넘어가는 대로 돈을 주고, 22회차가 안 되도 22회차 만큼 임금을 보장했다. 촬영이 회차당 12시간이 안 되도 하루치를 보장했고, 12시간이 넘어가면 추가수당을 줬다. 그러니깐 서로가 납득할 수 있었다.

-제작비가 얼마 정도 늘었나.

▶길: 전체예산이 한 3억원 정도 늘었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투자배급사인 CJ E&M이 양해했기 때문이다. 그 비용을 대는 건 결국 투자배급사니깐.

-JK필름은 앞으로 다른 영화도 표준계약서를 채택하나.

▶길: 지금 찍고 있는 '히말라야'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물론 어떤 영화냐에 따라 방식이 다를 순 있다. 중급 이상 상업영화는 이런 방식을 택하지만 10억원 미만 저예산 영화는 또 다른 방식을 택해야 한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배우, 스태프 모두가 다 적게 받고 일을 했다. 그 대신 수입이 나면 최우선적으로 스태프에게 나누자고 계약을 했다. 그리고 다행히 수입이 나서 그렇게 했다. 각 영화마다 사정이 다르니 절대적인 것보다 유연성 있고 합리적이게 운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윤제균 감독은 이제 한국 최초로 천만 영화 두 편을 찍은 감독이 됐다. 흥행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 대단하다는 감독들도 못해본 성과인 건 분명한데.

▶윤: 진짜 너무 감사하다. 운이 좋은 것 같다. 난 관객이 정말 무섭다. 무섭기에 진실하게 하면 통한다고 생각한다. 난 샐러리맨 출신 감독이다. 운 좋게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이 잘 됐고, 그 다음에는 '낭만자객'으로 바닥을 쳤다. '해운대'를 했지만 '7광구'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런 내가 천만 영화 두 편을 찍게 될지 누가 알았겠나. 나도 몰랐는데.

누군가 그러더라. 신이 사람에게 벌을 줄 때는 하나는 교만해서고, 하나는 낙담해서라고. 잘 된다고 교만하지 않고, 어렵다고 낙담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산다.

-'국제시장'을 찍기 전에 '시민케인'을 열심히 봤다고 하던데. '시민케인'은 끝까지 로즈버드를 찾는 이야기다. '국제시장'에선 꽃분이네가 로즈버드였다. 윤제균 감독의 로즈버드가 있다면.

▶윤:신혼 때 열평 반지하에서 살았다. 지금도 아내에게 그런다. 영화를 하다보면 망할 수 있고, 그러면 다시 열평 반지하에서 살거라고. 그런 거다. 열평 반지하, 그게 내 초심이고, 내 로즈버드인 것 같다.

-'국제시장' 2편을 기획한다고 했는데. 2편은 민주화 세대 이야기라고 했고. 부마 항쟁을 다루게 되나.

▶윤:아직 구체적이진 않다. 다만 평범한 사람들인 덕수네 가족이 겪는 민주화 시기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덕수 아들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있지 않았겠나. 그 시기에 평범한 가족들이 겪었을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

-JK필름표 영화라는 소리들을 한다. 보편적이고 오락적이란 뜻이다. 신파라는 비아냥도 담겨있고. 라인업을 넓히고 싶은 생각도 있을텐데.

▶길: 1년에 4편 정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제작 중심의 스튜디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드림웍스처럼. 그러려면 우리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해야 한다. 공동제작이라든지, 여러 방식을 통해 다양한 영화를 찾으려 한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나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우리가 만들었지만 다르지 않나. 그런 라인업을 많이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