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계약서 도입 '국제시장', 천만 이상의 의미⑤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5.01.1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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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보수 찬양 영화라고 돌을 던지고 있는 영화가 실제로는 제작진의 처우 개선에 앞장선 작품이라니,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의 이야기다.

영화판 사람들은 대표적인 '열정페이' 노동자로 거론되곤 한다. 밤낮없이 일하지만 대부분 작품 단위로 일거리를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인데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된 작업에도 최저임금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 이 같은 스태프들의 불안정한 고용과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합의한 것이 바로 표준근로계약서다. 2011년 합의한 표준근로계약서는 시급제, 12시간 초과근무 방지, 초과 근무 시 시급 가산, 4대 보험 적용, 주1회 휴식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제시장'은 기획단계에서부터 각 파트의 수장부터 막내까지 모두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작품이다. 전 스태프들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 이행한 것은 '국제시장'이 첫 사례다.

그간 많은 제작사들이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하고자 했지만 이에 대한 이해관계는 단순하지 않았다. 원천징수 되는 4대 보험 납부분에 대해 손해라고 느껴 이를 반대하는 스태프들도 있었고, 준비와 마무리 등 실제 촬영 외 업무가 많은 영화 현장의 특성상 시급 적용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지도 기준이 필요했다.

'국제시장'을 제작한 JK필름은 인건비가 상승하더라도 스태프들의 처우는 최대한 보장하는 쪽을 택했다. 영화 '시크릿', '해운대' 등 다른 작품 작업에서도 스태프들의 4대 보험을 들긴 했지만 전체 스태프에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한 것은 첫 사례다. 길영민 대표는 "당연한 것이니 한 것이지 특별한 사명감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제작자와 투자사 입장에서는 기존 시스템 보다 비용 상승을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다.


'국세시장'은 실제로 표준근로계약서 채택 전보다 2~3억 원 정도의 임금이 추가로 들었다. 임금을 월 단위로 지급하되, 하루 12시간, 22회차 촬영을 보장했고, 이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1.5배, 2배의 초과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물론 날씨 등 변수에 따라 한 달 22회차 촬영은 현실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지만 이를 모두 소화하지 않더라도 임금은 22회차에 준하게 지급했다. 하루 12시간 촬영이 진행되지 않아도 하루 치 임금을 보장했다. 가장 크게 임금이 오른 이들은 각 파트의 막내 스태프들이었다.

다른 제작사들도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임금 정산 방식과 스태프들의 이견 등으로 인해 고민이 많은 상황. '국제시장'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길영민 대표는 "다들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 경험이 많지 않으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국제시장'의 사례를 보고 이행 방식에 대해 묻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작품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JK필름은 향후 작품에도 중급 이상의 상업영화에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이행할 예정이다. 현재 작업중인 이석훈 감독의 '히말라야'도 표준근로계약서를 채택했다. 길영민 대표는 "예산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급 이상의 상업영화에는 계속해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많은 논의 끝에 실현된 표준계약서, '국제시장'이 국내 영화계의 환경을 바꾸는 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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