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김성근감독 야구를 한마디로 정의(定義)하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2.14 09:00
  • 글자크기조절
image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오랜 기간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자신이 김성근 감독 팀의 선수로 뛰었으며, 제자로서 배웠고 한 때는 다른 팀의 지도자로 승부를 겨루기도 했던 감독에게 물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글쓴이가 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참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뜻 밖에도 빨리 대답했다.


"김성근 감독님의 야구는 '지지 않는 야구'입니다"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야구기자들 사이에서 과연 '지지 않는 야구'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지지 않는 야구'라면 '이기는 야구'를 말하는 것인가요?" 그의 대답은 '지지 않는 야구'와 '이기는 야구'는 무엇인가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가슴에 와 닿는 느낌도 다르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이기는 야구'가 아니라 '지지 않는 야구'라고 했다. '지지 않는 야구'와 '안 지는 야구'도 어감은 물론 내용에서도 다르다. 그렇다면 '지지 않는 야구'는 '져도 내용이 좋게 잘 지는 야구'를 말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란다. 그 감독은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지지 않는 야구'라고 정의(定義)하는 것이 가장 적확(的確)하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지지 않는 야구'라는 설명에 과거 '대도(大盜)'로 불리던 김일권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그 역시 선수로 김성근 감독의 팀에서 활약했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잘 안다.

10여 년 전의 기억이다. 김일권에게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해 물었다. 김일권은 "김성근 감독님은 경기 막판까지 계속 상대 팀에 끌려가면서 지고 있어도 단 한 번의 기회가 오기만 하면 동점이나 역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반드시 가지고 있는 야구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가 난타전으로 전개되고 투수들이 대거 투입돼 수비수를 교체하고 대타도 쓸 만큼 써서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을 다 소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8회 혹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대타를 쓸 타이밍이 왔을 때 '마지막 대타 요원이 남아 있는 야구'가 김성근 감독의 야구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부분이 김성근 감독의 '지지 않는 야구'를 설명하는 부분이 될 수도 있다.

글쓴이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해 '몰입(沒入)의 야구'라고 표현하고 싶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승용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소도시 클레어몬트에 있는 클레어몬트 대학원 교수인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저술한 '몰입'이 최근 한국에도 출판됐다. 조선일보가 발행하는 주말 섹션 '위클리 비즈(Weekly BIZ)'에 인터뷰가 소개돼 인상 깊게 읽고 '몰입'을 찾아보게 됐다.

글쓴이가 주목한 부분은 '역량보다 5~10% 더 어려운 일을 할 때 몰입 상태에 잘 빠져든다', '팀원 능력 비슷한 조직이 몰입을 더 잘 한다. 스타 한 명 있는 조직보다' 등이다.

김성근 감독이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한화 사령탑을 맡아서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패배 의식에 젖어 있는 선수단을 야구에 '몰입'시키는 작업이었다. 그 첫 단계가 강도 높은 마무리훈련이었다. 이 때 한화 선수들은 시간을 잊을 정도로 집중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됐다.

이 대목에서 한화의 간판스타이자 연봉 15억원으로 프로야구 최고 몸값을 받는 타자 김태균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다. 김성근 감독은 '스타 한 명이 있는 조직보다 팀원 능력이 비슷한 조직이 몰입을 더 잘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김태균이 팀원으로 융합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감독이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조선일보 '위클리 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몰입'에 대해 '고도의 집중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금 하는 일을 충분히 즐기는 상태를 뜻한다'고 정의했다. 그는 몰입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미 프로농구 NBA의 명문 'LA 레이커스'를 분석했을 때 간판스타인 코비 브라이언트가 뛸 경우보다 그가 출장하지 않았을 때 선수들의 경기 몰입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김성근 감독에게도 분명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3년간 프로야구 현장을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 3년 동안 '지지 않는 야구', '몰입의 야구'에 어떤 강점(强點)을 더 보탰을까 궁금하다.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