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피츠버그 강정호가 착각하면 안 되는 이유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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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중인 강정호. /사진=OSEN







한국프로야구 포지션 플레이어 출신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러츠에 입단해 첫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전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강정호(28)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피츠버그는 사실 강정호에 대한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치 못했던 팀이다. 그런데 500만2015달러에 협상권을 따내 계약기간 5년에 최대 1600만달러(약 175억원)에 강정호를 영입했다.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강정호는 아주 좋은 선수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대단한 파워를 바탕으로 훌륭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강정호도 여러 포지션의 수비를 맡다가 기회를 잡아 주전 자리를 획득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칭찬 일색에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것 같은 분위기다.

과연 그럴까? 강정호는 절대 착각하거나 오판하면 안 된다. 메이저리그는 강자(强者)만이 살아남는 정글이다. 한국에서는 정상급 에이스로 통하는 SK 김광현이 샌디에이고에 지명됐다가 낮은 몸값으로 스스로 포기하는 좌절을 맛보았다. KIA의 양현종도 마찬가지였다. 과거를 살펴보면 강정호가 더욱 신중하게 메이저리그에 접근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2003 시즌 당시 아시아 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56)을 세운 이승엽이 그렇게 원했던 메이저리그 팀과의 계약에 실패한 것은 역시 대우 때문이었다. 한국 프로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인정받았던 진필중과 임창용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을 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제시한 연봉은 60만 달러 선에 머물렀다.


반면 이승엽과 나란히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려 뉴욕 메츠에 입단한 유격수 마쓰이 가즈오의 경우 600만 달러 정도를 보장 받았다. 뉴욕 양키스의 마쓰이 히데키, 시애틀의 이치로, 시애틀에서 일본으로 복귀한 마무리 투수 사사키 등은 실제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한국 선수에 비해 엄청난 평가와 대우를 받았다.

그렇다면 돈을 실력 평가의 기준으로 할 수는 없다고 해도 한국 선수들의 야구 기량이 일본 프로 출신 선수들에 1/5 수준 밖에 안 된다는 것인가? 이는 당연히 말이 되지 않는 얘기이다. 왜 우리 한국 프로 출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때 일본 선수들에 비해 낮은 평가와 대우를 받고 있을까. 2가지 이유로 우선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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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시절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 /AFPBBNews=뉴스1







첫째, 야구 외의 요인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는 한국과 일본 시장의 구매력(Buying Power) 정도와 격차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박찬호가 LA 다저스에 있을 때, 텍사스로 옮겼을 때 우리 선수들이 특정 팀에 있으면 동포들을 포함해 관광객, 한국인들이 구장을 찾음으로써 발생하는 입장 수입 등 구단의 이익을 플러스알파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측면도 강하다. 이승엽이 LA 다저스나 LA 에인절스에 입단하면 많은 한국 사람들이 구장을 찾는 등 큰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 꼭 영입을 하려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박찬호의 LA 다저스 시절 구단과의 관계를 직접, 안에서 관찰한 것을 비춰보면 마케팅 차원에서 한국 선수들이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큰 효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한국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만들기에는 부족하다.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활약할 때 많은 한국인들이 그를 보기 위해 다저스타디움을 찾아 구단에서는 처음에 예상하지 않았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1년에 31번 선발 등판한다고 봤을 때 (보통 15번은 원정이고 16번은 홈경기이다) 홈 게임 1경기에 3000명의 한국 사람들이 박찬호를 보기 위해 구장에 왔다면 다저스는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릴까 계산해보자.

한 사람이 입장 티켓, 주차료, 가벼운 식사 등을 위해 평균 15달러를 쓴다고 가정하면 당시 가격으로 15달러x3000명x16경기의 계산 방식으로 72만 달러의 수입을 순전히 박찬호 선수 덕택에 벌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72만달러를 다른 구단과 7:3으로 나누고 비용 등을 고려하면 순수하게 남은 이익은 30만달러 안팎이었다.

물론 이승엽처럼 포지션 플레이어는 5일에 한번 등판하는 선발 투수 박찬호보다 더 많은 경기에 나올 수 있어, 보다 많은 한국 팬들이 구장을 찾을 수 있다. 역으로 5일에 한 번씩 날을 잡아 가족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 나들이를 가는 것과 비교해 엄청나게 많은 수가 될 것 같지도 않다. 따라서 입장료 등을 가지고 간단하게 계산해보면 수입 측면에서 한국인들이 야구장을 찾게 된다고 해서 생각보다 많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일본 선수를 영입했을 때 구단에 발생하는 수입은 차원이 달라진다. 박찬호와 함께 생활했던 일본인 투수 노모의 경우 LA 지역에 일본의 이민 역사가 오래됐다는 점도 작용했고, 일본에 노모 관광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개발될 정도로 열광적이었다. 우리처럼 한국에서 선수가 한 명 왔으니 보러 가자는 수준이 아니다.

실로 많은 야구팬들이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저스타디움으로 몰려들었다. 노모의 기념품이 불티나게 팔렸음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서도 일본 팬들은 엄청나게 많은 상품을 사들였다. 규모 자체가 한국의 스포츠 영웅으로 성장한 박찬호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시절 LA 다저스의 상품 판매 담당 이사에 따르면 티셔츠, 사인볼, 재킷 등 노모의 기념품은 박찬호의 기념품보다 10배 이상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박찬호의 에이전트였던 스티브 김은 구단과 연봉 계약을 할 때 초기에는 박찬호의 마케팅 측면을 중시해 몸값에 반영시키려고 노력하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실제로 큰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실력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등 경기력을 앞세워 계약을 해나갔다.

두 번째는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메이저리그 구단에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언론에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모 스카우트가 한국 선수 누가 좋다고 하더라는 말과 함께 마치 그 구단에서 한국 선수를 금방이라도 계약할 것 같은 '모 선수 ML 구단에서 러브콜'이라는 유의 기사를 접하게 된다. 그 뉴스를 접한 팬들은 해당 구단에서 그 선수에게 정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반드시 계약을 할 것이라고 오해를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착각이 존재한다. 스카우트들이 한국에 와서 하는 '괜찮은 선수', '좋은 선수'라는 말은 인사말이다. '그 선수가 좋아서 계약을 하고 싶다'는 뜻과는 거리가 있으며 한편으로는 그런 평가 자체가 스카우트 개인의 의견으로 구단을 대표하는 성격이 없다는 점이다.

박찬호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자라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등 하나하나 가르침을 받는 것에 익숙했던 그는 물론, 옆에서 지켜보던 관계자들까지 당황한 적이 있다. 박찬호가 투구 연습을 하면 구단 관계자는 물론 투수코치조차 좀처럼 '팔이 처진다', '다리가 주저 앉는다' 등의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좋은 볼을 던질 때만 "very good"이라고 말을 해주고 나쁜 상태여도 나쁘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친절하고 좋은 표현을 해주는 성향이 강한 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 '좋다', '훌륭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그대로 다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한국에 필요할 때마다 나와 그저 선수들의 경기와 실력을 지켜본 뒤 보고서를 작성해 구단에 올리는 연락책 역할을 할 뿐이다. 결정권이 없는 것은 물론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행히 강정호는 추신수와 류현진을 통해 이 같은 메이저리그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행착오가 적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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