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韓여자야구 수준 日 상대 3루 밟기도 힘들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3.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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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야구 대표팀이 훈련 중 유경희 코치(가운데)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한국여자야구연맹 제공


설마 했는데 한국 여자야구의 수준은 세계 최강이라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처참할 정도로 낮았다. 남자야구 국가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일본에 패해 좌절을 맛보기는 했지만 LA 다저스의 왼손투수 류현진과 텍사스 레인저스의 좌타자 추신수가 합류하면 일본 대표와 언제든 붙어 볼 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여자야구는 국가대표를 구성해도 일본의 대학팀과 경기를 펼쳐도 3루 베이스를 한번 밟아보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은 2007년 3월 당시 김영숙국회의원을 초대 회장으로 창립됐다. 2대 전여옥회장, 3대 김을동회장 모두 국회의원으로 여성 회장이었다. 한국여자야구연맹은 이광환 고문(현 한국야구위원회 육성위원장)이 수석 부회장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난 해 12월 제4대 회장으로 취임한 정진구 전 부회장, 주성로 부회장 등과 함께 발전을 이끌어 왔다.


정진구 신임 회장은 여자야구 연맹 첫 남자 회장으로 성남고 기업은행을 거친 야구 경기인 출신이다. 프로야구 OB 베어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에서 실무 임원을 거친 야구 전문 경영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해 한국여자야구는 제7회 세계여자야구 월드컵 대회를 부산 기장군에 유치해 국제 경쟁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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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훈련중인 여자 국가대표 투수진./사진=한국여자야구연맹 제공


그러나 문제는 경기력이다. 일본 대학팀과의 경기를 위해 13일 국가대표팀과 함께 도쿄에 도착한 정진구 WBAK 회장은 타치가와 팔레스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솔직히 우리가 국가 대표팀을 구성해도 수준급의 일본 대학팀을 상대로 경기 당 1점을 뽑기도 힘들다. 일본전의 목표는 경기 당 1득점이다”라고 밝혔다. 세계여자야구 대표팀 4강을 회장 취임 목표로 내세웠는데 정말 어려운 숙제라고 했다. 한국여자야구는 지난 해 기준 42개의 클럽팀에 800여명의 선수들이 소속돼 있다. 야구가 전문이거나 직업이 아닌 취미 활동을 조금 넘어 서는 수준으로 보는 것이 옳다.


여자야구는 정규 경기를 7이닝으로 하고 4회 10점, 5~6회 7점차를 콜드게임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베네수엘라에서 제4회 세계여자야구월드컵 대회가 열렸을 때 주성로 현 여자야구연맹 부회장이 국가대표 감독, 최정우 LG 트윈스 재활 코치가 코치로 참가했다.

주성로 감독은 “체력적으로도 우리 선수들이 버텨내기 어려웠다. 일본전에서는 0-10으로 패했는데 사실 그 점수도 일본 대표팀 감독과 코치를 전 날 저녁에 초대해 라면과 김치를 접대하면서 너무 뛰지 말고 살살 해달라고 부탁해서 나온 것이다”고 현실을 설명하며 웃었다. 지난 8~9일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있었던 국가대표 훈련에서 만난 LG 최정우 코치는 “야구 자체가 다르다고 보면된다. 일본의 대표팀 선수들은 최고 시속 125km의 빠른 공을 던진다. 그런데 우리 투수들은 90km를 기록할 투수를 찾아 보기 어렵다. 그런데 어떻게 일본 투수들의 공을 우리가 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짧은 외야 쪽 안타의 경우는 우리 주자가 1루도 가기 전에 수비에 걸려 포스 아웃되기도 하고, 주자 1루에서 2루로 가다가 아웃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비는 빠른데 우리 주자는 대부분 늦다는 것이다. 3루를 밟기도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수비에서 병살을 당한다고 했다.

일본에는 초중고대학까지 엘리트 팀들이 있고 실업팀은 물론 2010년 출범한 여자야구 프로리그가 4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최정우 LG 코치는 “개개인으로는 미국과 호주 여자선수들도 뛰어난데 일본의 조직적인 능력에 가로 막혀 역시 일본을 상대로 1점 빼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국제 수준을 설명했다. 만약 소프트볼이 아닌 여자야구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다면 금메달은 100% 일본의 차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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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야구연맹 정진구 회장(왼쪽)과 김형식 부회장이 지난 7일 국가대표 훈련이 열린 LG 챔피언스파크에서 ‘국가대표 전력 강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번 일본 원정에 동행해 국제 경쟁력을 점검한다./사진= 한국여자야구연맹 제공


내년 9월말 부산 기장에서 열리는 제7회 세계여자야구월드컵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12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여자야구연맹 정진구 회장은 최소한 상위 6개팀에 반드시 진입하고 4강에 반드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최정우 LG 코치는 베네수엘라에서 성적이 하위권으로 처지자 폐막식 때 한국대표팀은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진구회장은 이번 일본 원정 후 한국여자대표팀을 연중 상비군 체제로 운영해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주성로 부회장은 “고교와 대학 팀이 있는 소프트볼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공만 다를 뿐 수비 타격은 같다. 다만 공을 던지는 방식이 틀리다. 어릴 적부터 엘리트 소프트볼 훈련을 쌓은 선수들을 야구를 훈련시켜 내년에 대표팀에 참여시켜야 한다. 그게 가장 빨리 전력을 끌어 올릴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자야구 발전을 위해 대한야구협회(KBA)는 물론 한국야구위원회(KBO), 문화체육관광부 등 모든 관계 기구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정신도 ‘스포츠에서의 남녀 평등과 균형적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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