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한국 국부펀드 LA 다저스 투자 성공할까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4.0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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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다저스타디움 외벽을 장식했던 박찬호. 왼쪽부터 투수 마이크 페터스, 박찬호, 케빈 브라운이다. 그런데 맥코트 구단주가 구겐하임 파트너스에 구단을 매각하면서 주차장 운영권을 넘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공사(KIC)가 LA 다저스에 투자해 구단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글쓴이는 2012년 2월이 떠올랐다.

당시 LA 다저스 프랭크 맥코트 구단주가 부인 제이미 맥코트와 이혼 소송이 걸리면서 엄청난 금액의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청구를 당하면서 구단을 매물로 내놓게 됐다. 맥코트 구단주는 LA 다저스 구단 가치를 7억 달러(약 7602억원, 이하 1달러 6일 현재 매매 기준율 1086원 단순 환산)로 보고 위자료 등을 제시했는데 부인 제이미 맥코트는 10억달러가 훨씬 넘는다고 주장하며 합의를 거부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LA 다저스 구단 입찰 경쟁이 펼쳐졌다.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 ‘이랜드 그룹’이 등장했다. 1994년 박찬호를 메이저리그로 이끈 피터 오말리 전 구단주 주도하는 LA 다저스 인수 컨소시엄에 이랜드그룹이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는 전략이었다.

당시 필자는 그 구상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글을 게재했다. 결국 피터 오말리 구단주와 이랜드 컨소시엄은 인수 예비 후보(숏 리스트)에는 올랐으나 전체적으로 자금력 등 한계에 부딪혀 피터 오말리 구단주가 포기함으로써 중도에 무산되고 말았다.

글쓴이가 이랜드 그룹의 인수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던 이유는 10년 가까이 메이저리그 현장에서 보고 느낀 미국 주류사회(main stream)의 보수성과 배타성,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 프로농구의 전설인 매직 존슨과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감독을 역임한 조 토리 감독이 미국의 재력가들로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한 상태에서 피터 오말리구단주와 이랜드그룹은 너무 약했다. 구단주 총회에서 인수 승인이 날지도 미지수라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결국 LA 다저스는 매직 존슨이 이끈 컨소시엄인 구겐하임 파트너스에 인수됐다. 2012년 3월29일 결정이 났는데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솓아 21억5000만달러(약 2조3347억원)로 솟구쳤다. 당시 이 가격은 미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가 매각 기록으로 3년전 NFL(미 프로풋볼) 마이애미 돌핀스가 스티브 로스에게 11억달러(약 1조 1945억원)에 팔린 것을 두배 이상 깨버렸다.

이후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LA 다저스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행해 구단 가치를 높였다. 7일 개막되는 2015메이저리그 구단 연봉에서 LA 다저스는 2억7000만달러(약 2930억원)으로 지난 해에 이어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최고액을 고수했다.

선수 1위 역시 류현진의 동료인 사이영상 투수, 클레이튼 커쇼로 3100만달러(336억원)이다. LA 다저스의 총 연봉은 최저인 마이애미 말린스 6500만달러(약 705억원)의 4배, 커쇼 개인 만으로도 거의 마이애미의 절반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투자공사(KIC)가 구겐하임 파트너스를 통해 LA 다저스 구단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물론 LA 다저스 구단은 지난 3월26일 포브스가 발표한 구단 가치에서 24억달러(약 2조6047억원)으로 뉴욕 양키스(32억달러, 3조4703억원)에 이어 메이저리그 2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3월 인수가 보다 약 2억5000만 달러가 올랐다.

그러나 LA 다저스 구단 운영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매우 어렵다. 구겐하임 파트너스가 한국투자공사(KIC)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만큼 구단 내부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KIC는 정부가 가진 외환을 위탁 받아 운영하는 한국의 ‘국부펀드’이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투자 수익이 가능해 보일 때 투자 여부를 타진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LA 다저스 구단과 메이저리그는 투자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우선 메이저리그의 제도를 보면 NFL에서 도입한 수익 분배(revenue sharing) 제도가 있다.

2006년 메이저리그와 선수협의 합의에 따라 30개 구단이 모두 연고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34%를 공동 기금으로 내놓고 커미셔너 사무국이 구단별로 차등 분배할 수 있게 해주었다.

게다가 매년 정해지는 구단 총 연봉 상한선을 초과하는 구단에는 경쟁력 균형 세금(일명 사치세)내게 만들어놓았다. LA 다저스 구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치세를 물어야 한다. LA 다저스 구단으로서는 이미 구장의 개축 등을 통한 입장 수익 증대, 상품판매(merchandising) 등을 통한 매출 증대에는 한계에 부딪혔다.

설상가상으로 LA 다저스는 주요 수입원인 중계권 계약에서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해 LA 다저스와 25년 간 총액 83억5000만달러(약 9조623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방송공급업체(SO)인 타임워너케이블(TWC)이 지상파, 유료 케이블, 위성TV에 재판매를 못해 작년 한 해 1억달러(1085억원)의 손실을 봤는데 올해도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LA 다저스 팬들이 중계를 제대로 볼 수 없어 불만이 높아졌는데 그 비난이 전설적인 캐스터, 빈 스컬리의 중계를 못 보게 됐다며 LA 다저스 구단에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TWC가 엄청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중계권 계약 해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쓴이가 현재 파악한 바에 의하면 LA 다저스 구단과 운영 주체인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고 경영 상태가 좋아질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이미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가 더 심각하게 LA 다저스와 관련된 투자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글쓴이는 이랜드그룹과 같은 기업이 아닌 한국의 국부펀드 투자 회사가 왜 이런 시도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메이저리그 전통의 프랜차이즈 구단에 대해 기업의 측면에서 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의미 없는 지분을 갖는 투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세계 최대 프로스포츠 시장인 미국에서 '코리아(Korea)'의 네임 밸류를 높이고 장기투자를 시도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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