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김성근감독 야구와 ‘스몰 볼(small ball)’의 고민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4.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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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야신을 만났다’. 김성근감독이 이끈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도전을 그린 영화 ‘파울볼’의 포스터이다. 그렇다면 김성근감독의 야구는 고양 원더스에서 어떻게 변했을까?



3년에 걸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창단 사령탑을 거쳐 한국프로야구 현장으로 돌아 온 한화 김성근감독의 야구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프로야구 팀 감독을 하는 것과 경쟁에서 낙오한 선수들을 키워 프로 팀에 진출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던 ‘고양 원더스’의 지도자는 팀 운영은 물론 야구 스타일에도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먼저 ‘스몰 볼(small ball)’을 가르쳐야 한다. 상대적으로 프로 1군 선수들에 비해 타격이 약한 원더스 야수들의 능력을 볼 때 공격적인 측면에서 주자를 진루시키고 스코어링 포지션으로 보내고, 때로는 안타 없이도 득점을 올리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선구안을 키워 볼넷을 얻고 도루를 시도하며, 보내기 번트, 희생 플라이를 요구한다. 히트 앤 런 작전 등 타자의 컨택 능력이 중요시되는 것이 ‘스몰 볼’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 게임에서 ‘스몰 볼’을 아메리칸리그보다 많이 볼 수 있다.

김성근감독 야구는 ‘스몰 볼’에 가까웠다. ‘스몰 볼’은 기본적으로 투수진이 몇 점 이내로 상대 타선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하에 공격력이 약한 자기 팀의 타선에 작전을 조합해 이길 수 있는 점수를 뽑아내는 것이다. ‘스몰 볼’ 야구에서는 이른바 ‘엑스트라 베이스 힛(extra base hit, 2루타 이상을 의미)’의 가능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8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한화 이글스의 9회말 마지막 한화 공격 양상은 김성근 감독 야구에 대해 무엇인가 미묘한 변화를 느끼게 해주었다. 과거 김성근 감독 야구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작전, 대응에 대해 세밀하게 지시하고 관여하며 경기를 이끌었다. 그래서 경기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어진다.

이날 9회말 상황을 보자. 한화는 LG에 2-3으로 뒤진 채 9회말 공격에 들어갔다.

1점차 승부에서 LG 마무리 봉중근은 곧 바로 9회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계속

9회에 나선 LG 우완 투수 이동현은 첫 타자인 5번 우타자 송광민을 중견수 플라

이로 잡아냈다. 다음 타자는 6번 강경학이었다. LG 양상문 감독은 이 타이밍에서

불안하기만 한 마무리 투수 봉중근을 투입했다. 오른 손 투수인 이동현 대신 좌

타자에게 강다는 좌투수 봉중근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봉중근은 어쨌든 LG의

마무리 투수이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이동현으로 계속 갈 것으로 봤는데

양상문감독은 전날 연장 패배를 당하고도 봉중근을 또 올렸다.

그러나 봉중근은 좌타자 강경학 대신 나온 우타자 주현상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도 파울볼 3개에 볼 4개로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진루시켰다. 주현상은 신인이다. 그런데 봉중근은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한화 김성근감독은 주현상이 진루하자 곧 바로 발 빠른 대주자 송주호를 1루에 내보냈다. 다음 타자는 한화의 용병 좌타자 모건이었다. 전 날 봉중근을 상대로 결승 끝내기 내야 안타를 친 바 있다. 봉중근은 이번에도 투볼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렸다가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어쩔 수 없이 던진 3구에 패스트볼을 노리던 모건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1사 1, 2루가 됐다. 결국 LG 양상문 감독까지 마운드에 올라가 봉중근을 안정시켰다. 다음 타자는 우타자인 정범모. 봉중근은 정범모를 상대로 풀 카운트 승부 끝에 초구 볼 포함 볼 4개 파울 4개로 볼넷으로 진루시키고 말았다. 1사 만루가 됐다.

분위기는 한화로 흘러갔고 마무리 투수 봉중근과 LG 벤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자는 9번 우타자 권용관이었다. 초구 볼, 2구 스트라이크, 3구 볼. 권용관은 2볼 1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1사 만루이기에 LG 수비진은 홈 플레이트 쪽으로 가깝게 다가갔다. 9회말이고 정상 수비의 경우 내야 땅볼로 동점 점수를 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외야도 마찬가지로 단타인 경우 3루주자의 홈인을 허용하더라도 2루주자의 역전 득점을 막기 위해 전진 수비를 했다.

권용관은 제4구 몸 쪽 공을 힘차게 휘둘렀고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윤진호에게 라인드라이브로 들어가 투아웃, 그리고 3루 베이스를 왼발로 찍어 3루주자 송주호를 아웃시켰다. 순식간에 병살로 게임이 끝났다.

경기 내용을 복기하면서 2가지 의문을 가졌다. 김성근감독은 타자 권용관에게 공격을 맡겼던 것일까? 봉중근이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며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자에게 투스트라이크를 당할 때까지 기다리게 ‘웨이팅(waiting)’ 사인을 낼 수도 있었다.

3루 주자 송주호는 권용관이 치는 순간 홈 쪽으로 스타트를 끊어 3루 귀루가 늦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9회말 1사 만루, 상대 수비의 전진 수비 상황, 그리고 투 포수의 픽오프 플레이, 그리고 강한 내야 땅볼, 라인드라이브 타구 등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대비한다면 3루주자 송주호는 3루 베이스에 거의 붙어 있어야 옳다. 3루 주루 코치는 베테랑 김광수 코치였다. 어차피 안타나, 외야 희생플라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3루주자의 득점은 어렵다. 그렇다고 상대 투포수의 폭투, 패스트볼까지 예상하고 리드를 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다.

권용관의 유리한 카운트에서의 타격은 해볼 만 했다. 그러나 3루 주자가 9회말 1사 만루에서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주루 실수로 병살을 당하는 것은 김성근감독 야구가 아니다. 선수들의 ‘스몰 볼’에 대한 이해도 역시 부족했다.

한화는 LG와 함께 팀 타선의 장타력 실종으로 공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 야구의 추세는 장타 한 방으로 해결하는 선수들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머니 볼’로 유명한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이 타자들의 ‘뜬 공(fly ball) 지수’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스몰 볼’은 이른바 고전적인 야구, ‘올드 스쿨(old scholl)’ 세대의 야구가 돼 가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관심이 모아진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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