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구 6스윙' LG 한나한, 베테랑다운 침착함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5.05.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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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한나한. /사진=LG트윈스 제공





잭 한나한(35)은 침착했다. 무언가 보여주려고 조급해하지 않았다. 1군 무대 적응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야구에 집중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메이저리그 경력 8년의 베테랑다운 침착한 모습이었다.


LG 트윈스 외국인타자 한나한이 지난 7일, 드디어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일정보다 빠르게 엔트리에 등록됐고 이날 바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5타석 4타수 1안타 1볼넷 2삼진 1땅볼로 무난한 신고식을 치렀다. 무엇보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진득하게 공을 지켜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LG팬들의 기다림을 한나한이 모를 리 없었다. 이날 합류한 이유도 본인 의사 때문이었다. 한나한은 "재활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졌고 3군 경기를 해보니 바로 실전에서 뛰어도 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판단했다. 하루 빨리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상문 LG 감독 역시 "퓨처스리그 출전이 예정됐었지만 본인이 OK했기 때문에 흔쾌히 불렀다"고 밝혔다.

예정보다 빠른 복귀라면 욕심을 낼 법도 했다. 뭔가 보여 줘야한다는 압박감이 없을 리 없었다. 게다가 팀은 7연패 중이었고 거액을 받고 온 외국인타자가 책임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이날 한나한은 '적응'에 집중했다. 5타석을 소화하며 25구를 봤다. 방망이를 휘두른 건 단 6차례. 25구 중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은 12개였고 4번을 휘둘렀다.

메이저리그 기록을 살펴보면 한나한은 소극적인 타자가 아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8시즌 통산 614경기를 뛰는 동안 전체 스윙 비율은 42.4%였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에 한해서는 63.4%였다. 스트라이크를 지켜보는 경우가 두 번 중에 한 번도 안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날은 스트라이크 12개 중 8개를 지켜봤다. 첫 타석에서는 두산 선발 진야곱의 커브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진야곱은 한나한에 앞서 다섯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커브를 딱 1개 던졌다.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다가 한나한에게 결정구로 커브를 사용했다. 2사였고 주자도 없었던 데다가 1군 첫 타석이었기에 공을 더 보려했는데 허를 찔렸을 공산이 크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6구 승부 끝에 볼넷, 세 번째 타석에서는 5구째에 안타, 네 번째 타석에서는 7구를 보고 삼진을 당했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 느꼈는지 공격적으로 나섰다.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도 3구째에 직구 타이밍을 잡고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파울이 된 뒤 다시 '신중 모드'로 바꾼 한나한이었다.

다섯 번째 타석은 연장 10회 초 무사 1루, 결과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상대는 두산 마무리 윤명준이었다. 초구 직구, 2구 커브로 1스트라이크 1볼이었다. 3구째에 마음먹고 공격했는데 방망이 끝에 걸려 1루 땅볼, 병살타가 됐다. 직구 타이밍에 방망이를 냈는데 느린 커브가 들어와 앞 쪽에서 빗맞은 모양이었다. 노림수를 가지고 타격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

만약 한나한이 뭔가 하나라도 보여주기 위해 몸이 달아올라 적극적으로 덤볐다면 어땠을까. 운이 좋아 T만 남기고 떠난 모건처럼 몇 개 얻어 걸려 멀티히트를 치며 강렬하게 데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나한은 인내하며 한국 투수들의 공을 지켜봤다. "어차피 실전에 적응해야 한다면 퓨처스리그보다 바로 1군에 와서 경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군 투수와 1군 투수 공은 또 다르니 1군에 오면 또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양상문 감독의 의도에 정확히 맞는 자세였다.

양상문 감독은 한나한이 몇 경기 정도면 적응을 마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아꼈다. 물론 속내는 있겠지만 굳이 드러내서 부담을 주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는 "딱 잘라 말하기보다는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지각 합류'한 한나한이 9위로 쳐진 LG 트윈스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4월 한 달 동안 외국인타자 없는 야구를 본 LG 팬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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