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인간’ 김성근감독의 고백① "정말 힘들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6.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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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이 4일 경기를 앞두고 원정 감독실에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야신(野神)에서 인간(人間)으로 변신?


김성근 감독 ‘정말 힘들다’. ‘인간(人間)’ 김성근감독 ‘수면제 진통제 투혼(鬪魂)’.

김성근 감독의 인간적(人間的)인 고백(告白).


지난 2일이었다. 한화-넥센의 주초 3연전을 앞두고 서울 목동구장 원정 팀 감독실에서 뜻 깊은 만남이 있었다.


한국야구계에서 ‘야신(野神)’으로 불리며 여전히 치열한 승부의 삶을 살아가는 김성근(73) 한화 감독과 성남고, 기업은행을 걸친 야구 선수 출신으로 OB 베어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에서 최고의 구단프런트로 인정받다가 야구계을 떠나 기업인이 된 현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정진구(67)회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정진구 회장이 현대 유니콘스를 마지막으로 야구가 아닌 다른 사업을 시작한 이후 김성근감독을 우연한 자리에서가 아니라 사적으로 편하게 만난 것도 20년 이상 된 것 같다.

글쓴이도 동석했는데 1987년 태평양 롯데 담당으로 야구 기자를 시작해 강태정감독의 태평양, 그리고 1989년 김성근감독이 부임해 포스트시즌 진출의 이변을 연출하는 과정을 취재했다. 강태정감독이 태평양 사령탑이던 1988년 프로야구는 전기 후기로 운영되는 7개 팀 체제였다. 태평양은 1988시즌 전기 6위, 후기 7위로 사실상 최하위 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태평양 구단 경영진이 영입한 인물이 김성근감독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당시 김성근감독은 태평양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내세운 조건이 정진구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을 태평양의 운영부장으로 스카우트해오는 것이었는데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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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사히 트러스트 초청 한일 여자야구대회에서 축사를 하는 정진구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회장



김성근감독-정진구 프런트 체제는 첫 시즌인 1989년 일대 이변을 일으켰다. 만년 하위 팀 태평양을 정규시즌 3위로 이끌고 인천 연고 팀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정규 시즌 승률은 62승54패4무로 5할3푼3리였다. 당시 1위는 빙그레, 2위 해태, 3위 태평양, 4위 삼성 순이었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은 5위 OB, 6위 MBC, 7위 롯데였다.

김성근감독의 태평양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2승1패로 이겼으나 플레이오프에서는 해태에 3전패로 탈락했다.

1989년 태평양 돌풍의 주축 투수들은 고참으로는 양상문 현 LG 감독과 박정현 최창호, 그리고 정명원 현 kt 위즈 투수코치였다.

상황을 보면 당시 태평양과 현재 한화는 비슷하다. 김성근감독이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한화를 맡았고 아직은 알 수 없으나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5위를 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근감독은 이날도 예외 없이 성남고에서 특타 훈련을 시키고 경기 시작 40분 전인 5시50분께 목동구장에 도착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정진구회장을 만나고 활짝 웃었다. 예상치 못한 손님이었다. 야구를 할 때는 하루 12시간 이상 붙어 지내며 오로지 야구 얘기, 야구 연구만 하다가 몸 담고 있는 분야가 달라지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새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김성근감독에게 ‘프런트 정진구’는 소중한 존재였다. 김성근감독이 실업야구 기업은행 감독을 했고, 정진구 부장은 기업은행 내야수 출신이다. 같은 왼손잡이라는 것도 특이했다. 정진구 부장은 야구를 너무도 잘 아는 프런트였기에 대화가 잘 됐고, 그는 전력 강화와 선수 발굴, 스카우트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태평양 구단의 변신을 지원했다.

경기 시작을 목전에 두고 있어 만남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런데 김성근감독은 오랜 동반자를 만난 듯 가슴속에 담고 있던 생각들을 편하게 터놓았다. 글쓴이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야신(野神)’이라는 평을 들으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외로웠을까.

실제로 김성근감독은 3년간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경험을 마치고 한국프로야구에 복귀한 올시즌 ‘신(神)’이 아닌 ‘인간(人間)’ 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神)의 세계’에서 ‘인간계(人間界)’로 돌아온 느낌이다.

김성근감독은 1990년 시즌을 마치고 태평양을 떠나 삼성 사령탑이 됐고 정진구 부장은 태평양에 남아 현대 유니콘스까지 구단 프런트 업무를 이어갔다.

사실상 김성근감독과 정진구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은 수십년 만에 만나 야구와 인생 얘기를 선문답처럼 나누었다.

정진구회장은 ‘요즘 야구 어떠세요? 아직도 재미있으십니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성근감독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대답을 했다.

김성근감독은 “정말 힘들다.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다.”고 밝혔다. 특히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대해 “오히려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찾아 주시니 더 미안하다. 얼마 전 롯데와 울산 경기를 할 때 한화 선수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면 우리가 팬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느냐?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성근감독은 ‘정말 힘들다’는 얘기를 하며 시즌 첫 달인 4월에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불면증이라고 해도 그렇게 지독할 수 없었다. 하루 1시간 자기도 힘들었다. 견딜 수가 없어서 병원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3시간이나 자면 다행이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당시는 체중이 5kg이나 빠졌다. 경기를 하면 집중이 안돼 진통제를 먹고 겨우 버텨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해졌다. 1987년 감독과 취재 기자로 첫 인연을 맺은 후 글쓴이는 28년 째 김성근감독과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이었다. 그런 모습은.

서두가 길어져 [‘인간’ 김성근감독의 고백 2]를 13일 토요일 오전에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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