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김성근 감독의 고백②-'마지막 기회' 그 끝은?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6.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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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이 9일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OSEN





'야신(野神)' 김성근, '야인(野人)' 김성근으로


'야구쟁이' 위상 바꿀 마지막 기회

한화 특타는 언제나 73세 김성근과 함께


'신(神)의 세계'에는 '마지막' 이 없다. '영생(永生)'한다. 영원히 산다. 그러나 '인간(人間)'에게는 마지막 순간이 존재한다. 3년간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사령탑을 거쳐 한화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이 '야신(野神)'을 내려놓고 '인간계(人間界)'로 돌아온 것이 분명하다.


1987년 처음 인연을 맺어 28년 째 연락을 주고받는 김성근 감독에게서 처음으로 '마지막'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일본에서 태어나 학연도 지연도 혈연도 없는 재일동포로 조국에 발을 디딘 그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경쟁 세계에서 그저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삶을 살아 왔다. 김성근 감독에게는 '야구'라는 마지막 보루가 있었다. 야구가 있기에 항상 희망과 미래를 생각했다.

2일 함께 한 자리에서 김성근 감독은 "이번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다. 바꿔야 할 것이 있다면 바꿔야 한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까지 버텨줘야 한다"고 비장한 어조로 밝혔다.

'마지막 기회'와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 것일까?

1942년생인 김성근 감독은 만 73세이다. 한화 이글스와 3년 계약을 했고 첫 시즌을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은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이 '한국시리즈 10번 우승의 명장(名將)' 김응룡(74) 감독의 후임으로,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한화 사령탑에 오르게 됐을 때 구단은 물론 팬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승리'와 '성적'이라는 것을.

'인간미(人間味)' 넘치는 지도자, 존경할 수 있는 훌륭한 감독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기는 한화, 승리하는 한화,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치열하게 승부하는 한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글쓴이는 김성근 감독이 그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야신(野神)'이 아닌 '인간(人間)' 김성근 감독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같은 인간으로 선수들과 땀과 눈물을 흘리고 팬들과 소통해야 한화를 경쟁력 있는 팀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인간(人間)'이 하는 스포츠이고 프로야구의 감독은 한국에서 겨우 10명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이다. 그런데 야구 감독은 연령대도 점점 젊어지고 야구 그 자체가 아니라 구단 프런트, 경영진 친화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바뀌어야 한다는 이런 뜻이다. 야구인의 위상(位相)을 말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과거에는 야구인은 야구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믿었다. 이제는 아니다. 야구인도 우리 사회에서 존중 받고 존경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시작하면서 단지 야구 감독으로 성적에 연연하며 승부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경쟁하고 땀을 쏟으며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리더(leader)'가 돼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김성근 감독은 평생 야구를 하면서 '야구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야구인을 야구 기능인 정도로 평가하고 비하하는 표현이다. 김성근 감독이 생각하는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 야구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를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에게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고 받아들였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와 일본 야구에서 야구인은 단지 야구 선수 출신이 아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장인(匠人)' 이자 사회의 존경 받는 지도자이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에는 야구라는 울타리에 갇혀서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야구를 통해 우리 사회(社會)와 소통(疏通) 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통한 인간적인 소통 노력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프로야구 케이블TV 중계 사상 최고의 시청률(2.449%)을 기록했고, 대전 홈경기 12게임 매진을 기록하며 과거 해태 타이거즈를 연상케 하는 '전국구' 팀으로 거듭났다. 포털사이트 동시 접속자 수를 보면 2위 팀과의 격차가 큰 1위이다.

중독성이 강해 '마리한화'라는 별명을 얻은 한화는 더 이상 '내일은 없다'는 야구를 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마지막 기회'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드라마로 과정과 결과를 음미해볼 수 있는 '스토리(story)'를 담고 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서 비난도 한 몸에 받고 있다. 경기 전 특타, 특훈은 한화의 일상사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경기 전 특타도, 경기 후 밤 12시를 넘기기도 하는 특훈도 모두 김성근 감독이 73세의 몸으로 직접 지휘한다는 것이다.

2일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은 저녁 식사도 하지 않았다. 누가 빵을 가져다 줘서 빵 한 조각 먹으면 된다고 했다. 과연 언제가 김성근 감독에게 마지막이 될지 궁금하다. (김성근감독의 고백은 3편 '변명은 안 된다'로 15일 월요일에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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