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감독의 품격, 갖춰입은 유니폼에서부터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6.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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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김성근, 양상문, 김경문 감독(왼쪽부터). /사진=OSEN, 뉴스1





한화와 LG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맞붙은 13, 14일 주말 경기를 TV 중계를 통해 관심 있게 지켜봤다. 주초 삼성전을 모두 쓸어 담은 한화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가, 하위권에 처진 LG가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 흥미로웠다.


그런데 글쓴이에게 조금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13일과 14일 경기에서 LG 양상문 감독은 상의에 유니폼을 입지 않고 덕아웃을 지켰다. 흰색 바람막이, 윈드스토퍼 차림이었다. 6월도 중순에 들면서 쌀쌀한 날씨도 아니고 바람도 심하지 않았다. 굳이 바람막이를 입을 기후 조건은 아니었다.

13일 경기 3회말 한화 김태완이 LG 투수 임정우에게 3구 삼진을 당할 때 한화 김성근감독은 덕아웃을 박차고 홈 플레이트 쪽으로 걸어 나와 문승훈구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나온 김성근감독의 배번은 38번이었다. 김성근감독 유니폼 등에는 이름 ‘김성근’과 그 밑에 배번이 적혀 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경우 등에 선수 이름이 없다. 배번만 있어 배번을 보고 팬들은 그 선수가 누구인지, 감독인지 코치인지 확인을 한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감독 코치 선수들은 특별한 날씨나 어떤 문제가 없으면 경기 중에는 반드시 유니폼을 착용한다. 정장이고 팬들에 대한 예의이다.

한국에서도 4대 프로스포츠를 보면 축구 농구 배구 감독은 양복 정장을 대부분 착용한다. 넥타이를 매기도 하고 노타이 차림도 있다.


야구만 유일하게 감독이 유니폼을 입고 지휘를 하는 종목이다. 야구에서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는 것이 바로 정장 차림이고, 팬들에 대한 예의이며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야구는 감독이 선수들과 동일하게 유니폼을 입는 것으로 야구만의 전통을 자랑하고, 선수들과의 일체감을 표현한다. 야구 감독은 선수들 위에 군림(君臨)하거나 명령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을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착용함으로써 선수단의 일원임을 표현한다.

김성근감독은 14일 경기에는 흰색 바람막이 셔츠 차림으로 덕아웃을 지켰다. 상대 팀 LG 양상문 감독은 13, 14일 모두 흰색 바람막이 셔츠 차림이었다.

롯데와 SK가 격돌한 인천 문학 구장 경기에서 SK김용희 감독과 김경기 수석코치는 가슴에 ‘INCHEON’이 표시된 추억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를 지휘했다. 정상적으로 유니폼을 착용한 것이다.

반면 롯데 이종운 감독은 흰색 바람막이 차림이었고, 장종훈 타격코치도 같았다. NC-넥센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김경문 NC 감독, 염경엽 넥센 감독 역시 바람막이 차림이었다.

아울러 유니폼은 프로야구 구단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도구(tool)이다. 유니폼에는 후원사들(sponsors)의 로고(logo)가 붙여져 있다. 스폰서들은 팬들이 가장 집중해서 보는 감독, 코치, 선수들의 유니폼에 기업의 로고를 노출해주는 조건으로 기꺼이 큰 돈을 투자한다.

실제로 프로구단들은 스폰서 계약을 맺으면서 유니폼 등에 로고를 노출해주는 조건을 넣는다.

그런데 선수단의 수장인 감독이 유니폼을 입지 않고, 일부 코치들까지 그렇게 하면 프로구단에게는 스폰서들과의 계약 위반이 된다. 그렇다고 구단 프런트가 선수단의 경기력에 영향일 미칠까 걱정해 말도 못한다.

TV 중계 때는 더 심각해진다. 경기의 중요한 순간에 감독 코치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힌다. 이 때 감독이나 코치가 유니폼이 아닌 바람막이 셔츠를 입고 있다면 스폰서는 실망을 할 수 밖에 없다.

13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삼성-KIA의 경기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 앞 펜스에 가슴을 기대고 경기를 지휘했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連覇) 대기록을 작성했으며 올시즌 5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5연패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없는 기록이다. 류중일 감독의 유니폼 왼쪽 상박에는 후원사인 삼성생명이 잘 보이게 붙어 있었다.

야구에서 유니폼은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전통에 대한 감독 코치 선수들의 예의이며 자랑이다. 프로구단에는 마케팅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팬들이 야구를 선망하는 이유 역시 유니폼을 입은 선수단의 모습이 멋지고 차별화돼 보이기 때문이다.

13일 경기 삼성전에서 KIA 나지완이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왔을 때 KIA 김기태 감독은 흰색 홈 팀 유니폼을 단정하게 입은 차림으로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프로야구 감독 코치 선수들이 적어도 경기 중에는 정장인 유니폼을 착용하도록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구단들이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은 모두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과 어울린다. 메이저리그의 불문율, 전통이다. 한국프로야구의 바람막이 셔츠는 날씨 등 꼭 필요한 경우에는 인정할 수 있지만 훈련복 같은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다. 훈련복을 걸치고 경기에 임하거나 홈 플레이트, 투수 마운드로 나와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과 코치의 모습은 야구의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고 팬들에 대한 결례이다.

연습이 아닌 경기 중에는 감독 코치 선수들 모두 자랑스러운 유니폼을 입고 한국야구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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